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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번역합니다.
간혹 한국에 오래 살고 있는 프랑스인들을 만날 때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프랑스에 대한 오해와 고정관념이 상당하는 것이죠. 프랑스적인 것이 무엇인가, 우리에게 프랑스적인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낯설고 기이한 프랑스 문화와 그 흔적들
프랑스적인 것, 우리와 동질적인 프랑스적인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프랑스적인 것을 찾으려는 시도로 프랑스 도서를 번역 출간합니다.

추천도서

1894년 발명된 시네마토그래피의 시작부터
1927년 유성영화의 탄생까지, 다시 쓰는 영화사

Movie, Cinema, Film. 우리가 누구나 ‘영화’라고 해석하는 단어다. 하지만 한 단어로 설명하기에 영화는 제법 많은 정의를 가졌다. 1894년,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 구현해 낸 짧은 ‘움직임’도 영화고, 제작자들이 다루던 필름도 영화며, 서사를 가진 하나하나의 작품들도 다 영화다. 이제껏 이 의미들을 ‘영화’라는 한 단어에 뭉뚱그려 사용해 온 것이다. 어원으로 보면 ‘움직임’ 자체이자 매체의 일종이지만, 이 시대의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 매체로 만든 ‘이야기’를 영화로 정의하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영화의 의미가 다르다면, 당연히 영화의 역사도 의미에 따라 다르게 기록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화사나 영화 서적들은 미학과 연출을 중심으로 작품의 서사를 해석하고 연대별로 분류하는 것에 치우쳐 있다. 이 책은 ‘움직임’에서 역사를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영화사에서 언제나 미학 뒤에 감춰져 있던 과학과 철학, 돈과 산업, 시장과 노동자를 영화의 역사에 당당히 불러낸다. 영화의 역사는 실제로도 미학을 앞세울 만큼 고상하지 않다. 초기의 영화란 한낱 단순한 기계 생산물로서 예술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고, 굳이 용도를 찾는다면 한량과 지친 서민들을 위로하는 심심풀이 오락물에 가까웠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돈을 따라 움직여 온 ‘상품’이었다. 영화에게 있어 예술은, 산업화 시기 유럽과 개척기의 신대륙,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필사의 노력으로 세상을 장악하며 쟁취한 하나의 결과물이었지 근원이나 본질이 될 순 없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주지하고, 기존의 영화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의 역사를 펴냈다.

서사이기 전에 현상이었고, 예술이기 전에 기술이며,
영화이기 전에 상품이었던 영화의 역사

저자는 영화의 시초가 서사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닌, 시간을 잡아채어 다시 눈앞으로 돌려놓는 기계였음을 강조한다.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로 ‘움직임’을 재현함으로써, 영화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눈앞의 ‘현상’을 인류에 들이민다. ‘현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영화를 향유하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개념이다. 저자는 서사를 걷어낸 자리에 바로 ‘현상’이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고자 한다. 철학자 베르그송과 들뢰즈가 말하는 물질과 시간, 움직임의 의미들을 설명하고 기술의 혜택에 익숙해져 놓치고 있던 21세기의 우리에게 ‘현상’의 낯섦을 깨우쳐 영화의 근본적인 실체를 알려준다.
마찬가지로, ‘예술 그림’, ‘예술 글’, ‘예술 음악’이라는 우스꽝스러운 호칭이 영화에서는 유독 ‘예술영화’라는 자연스러운 합성어로 대중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영화와 예술을 동일 선상에 놓는 데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림이나 글, 음악이 기계로 구현될지언정 기계였던 적은 없는 데 반해, 영화는 탄생의 순간부터 이 순간까지 기술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기술일 것이다. 기계가 역사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에디슨과 뤼미에르의 기계가 달랐고, 유성영화가 역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흑백영화가 색을 입었다. 그래픽이 영화를 만드는 오늘처럼, 기술을 빼놓고 영화를 말할 수는 없다.

발명되어 예술을 쟁취한 기술, 영화

예술이었다면 소멸이나 도태를 걱정할 필요도 없겠지만, 영화는 기술이었기에 자본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돈은 신대륙 개척과 1차 세계대전을 따라 흘렀고, 영화의 운명에 많은 것을 결정했다. 영화산업의 시스템, 영화 지형과 제작 환경을 바꿨고, 상영과 관람의 방식을 바꿨으며, 수많은 제작자와 제작사를 배출해 냈다. 영화가 상품이었듯이, 오늘날 우리가 일종의 예술인으로 여기는 감독과 배우도 당시에는 단순한 노동자였다. 이들은 전쟁과 자본이 만든 생태계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연출과 편집, 스타일과 장르를 시도했다. 이로써 대륙 간 영화의 성질이 구분되었고, 같은 대륙 내에서도 곳곳에서 저마다 다른 시기, 다양한 영화들이 탄생해 사조를 이뤘다. 이렇듯 영화가 각각의 고유성을 지니고 창작물로 변모해 가는 동안, 영화산업의 노동자들도 자연스레 오늘날 우러러보는 창작가와 연기자로 자리 잡는다.

영화사가 다시 쓰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우리가 흔히 일컫는 미학, 작품으로서의 영화는, 적어도 이 영화사에서는 첫 페이지가 될 수 없다. 저자는 엄밀한 시각에서 1897년 발명된 기계로부터 1927년 첫 유성영화의 탄생까지, 영화사의 초기를 세계사의 흐름에 맞춰 기술과 철학, 자본과 미학의 관점에서 다시 써냈다. 영화는 기계가 재현한 움직임이자 현상이었고, 현상에 덧대어진 서사였으며, 언제나 생존을 걱정했던 하나의 기술이자 상품이었다. 영화는 예술이 아니다. 다만 예술이라는 지위를 쟁취했을 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모르는 채로 지위만을 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안내한다. 영화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자는 책 속에서 또 다른 시대의, 또 다른 영화의 생을 다음 책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영화인과 영화를 공부하는 이들, 영화를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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