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단지 이야기의 연속일까, 아니면 세계를 해석하는 철학적 사유의 장일까? 이 단순한 질문을 깊은 성찰로 이끄는 김성태의 『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는 한국어로 쓰인 영화 이론서 중 보기 드물게 영화의 존재론적 문제에 깊이 침잠하는 저작이다. 이를 통해 영화의 근본적인 성격과 영화의 본질, 구조와 기능, 현실과의 관계 등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초판 절판 이후 2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영화에 관한 질문과 사유를 다시 제기하는 이 책은 영화라는 이미지-기술의 집합체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어떻게 관객과 관계 맺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인문으로 이해하는 영화의 본질 저자는 '영화'의 존재와 변천을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작품이나 사조를 예로 들지 않는다. 그가 다루는 '영화'는 개별 작품들의 어떤 부분이 가리키는 것,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개념이지 특정한 영화 몇 편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을 이해할 때 비로소 한 편의 영화가 좋네 나쁘네 어느 것이 더 낫네 별점이 몇 개네 하는 식의 심사위원 같은 태도에서 벗어나 더 큰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신 다른 예술과 다른 영화 이미지의 속성에 관해서, 그것이 현상과 맺는 관계에 대해서, 현상과 본질에 관한 합리주의/비합리주의의 다른 태도에 관해서, 예술의 고전성과 현대성에 관해서 말한다.
개별 영화 비평에서 벗어나 '영화' 자체에 대한 관점을 확립하고 싶은 영화 애호가라면 일독, 재독, 삼독을 권한다. 『'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는 관성에 가깝게 이어져 온 기존의 막연한 이해를 반박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원론에서부터 다시 대상을 생각하도록 하고, 그 이해를 토대로 역사를 다시 쓴다. 한국어 영화 서적 중 이만한 집중력과 독창성을 갖추고 지도를 그려주는 안내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독자추천)
목차
22년 후(개정판 서문) 글을 읽기 전에(초판 서문)
‘영화’라는 존재 I - 다른 이미지 새로운 도구 영화적 재현 움직임과 근대
존재의 진화 - 첨가되는 개념들 존재와 대상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 조작된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 편집을 보여주는 ‘영화’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 영화적 이야기의 탄생 표현의 문제로
‘영화’라는 존재 II - 영화들을 생산하는 기계 영화관과 관객 영화적 일루전 영화적 상태 영화적 공간과 최면
‘영화’와 현실 - 현실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 현실, 현실들 텍스트 / 컨텍스트 데꾸빠쥬와 몽타주 쁠랑 - 세껑스 다시, 몽타주 몽타주 이후 참고문헌
본문인용
디지털은 그렇게 기이한 세계로 우리를 끌고 갔다. 실체로부터 우리의 관심을 떼어,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사실상 공간일 수 없는 공간으로 우리를 끌어들였다. Virtual Space, 인터넷이고 네트워크이고, 방송이다. 이전의 네트워크는 어떤 장소와 다른 장소의 연결망이었다. 지금은 들어가서, 놀고 의식하는 공간이다. 스튜디오와 내 응접실, 혹은 방의 관계가 방송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스튜디오와 방이라는 실체적 공간은 이 체계에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방송은 그저, 무언가 자본의 의식 외에는 없는 어떤 것과의 교감이니까.
그래, 영화관이 사라질 것이 문제가 아니다. 스크린이 없어졌다는 개념이 더 정확하다. 모니터는 스크린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내가 선택하고 볼 것을 취하는 창구에 불과하다. 극장도 물론 이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스크린은 시작되면, 볼 것에 그치지 않았다. ‘영화’였기에, 지속적으로 인간의 의식과 관계를 맺었다. 서로 소통하며,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몰입시켰다. 하지만 지금의 선택은 몰입으로 이끌지 않고, 재미있다 아니다의 판단의 취미로 이끈다. 의식은? 물론, 여전히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의식’을 묶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영화들이 OTT 안에서 투사되는 것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단지 이야기들로써, 보고 마는 것에 불과하며, 이야기로써 마땅한 힘을 발휘하도록 작동하지 못한다(생각해보라. 이야기 자신이 힘을 지닌 적은 없다. 그것은 문학이거나, 그림이거나, 음, 혹은 몸이라는 ‘장치’를 통해서야 힘을 지니게 된다). 사실 21세기에 시나리오와 이야기는 ‘영화’의 힘을 투사하지 않으며, 볼만한 것으로의 조합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감독이나 작가는 이제까지 창작가였으되, 더 이상 창작가가 아니다. 그는 프로듀서이며, 팔 물건을 내놓는 자에 지나지 않는다. ‘구성되는’ 새로운 영화들이 나타났고, 그 시대가 열렸다. ‘영화’는 없는 영화들의 시대, 몽타주 할 의미도, 조각내며 추적할(데꾸빠쥬) 대상도 없는 영화들의 시대, 상품을 위한 콘티뉴이티만 있으면 되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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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김성태
영화학자. 프랑스 파리3대학 영화학과 박사. 12년간 대학원부터 박사 과정까지 리용 2대학과 파리 3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자끄 오몽 교수의 지도하에 장-뤽 고다르 연구(Le Cinema de JEAN-LUC GODARD, 1999)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씨네21, 필름2.0 등에 글을 쓰고, KBS 미디어를 통해 다수의 프랑스 영화를 번역했다. 지금까지 중앙대, 한예종, 서강대 영상대학원 등에서 학생들과 만났고 현재 성균관대에 출강하고 있다. 영화 연구뿐 아니라 영화 〈상류사회〉, 〈이리〉, 〈검은 갈매기〉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천문〉 시나리오 각색, 〈서울의 봄〉 원 시나리오를 썼다. 지은 책으로 『세계영화사 강의』(공저, 연세대 출판부, 2001), 『필름 컬쳐 5(알랭 레네)』(공저, 한나래, 1999),『네 정신에 새로운 창을 열어라』(공저, 민음사, 2002), 『영화-존재의 이해를 위하여』(은행나무, 2003/전자책, 불란서책방, 2023),『영화의 역사-첫 번째 발자국』(불란서책방, 2024), 『뱀파이어, 이미지에 관한 생각』(2024경기콘텐츠진흥원 출판지원작)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