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스라브스키의 제자이자 조수였던 볼레스라브스키는 모스크바예술극장의 배우로서 그 유명한 ‘시스템’을 습득했다. 그의 책 『연기 6강 : 생애 첫 연기 수업』은 스타니스라브스키의 연기 이론인 ‘시스템’을 미국에 본격적으로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자신이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아메리칸 레버러토리 시어터에서 리 스트라스버그와 스텔라 아들러, 헤롤드 클러먼 등 이후 미국의 메소드 연기를 확립하는 주요 인물들을 길러냈다.
메소드 연기술은 주연 배우들의 화려함만을 강조했던 기존의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에 일대 전환을 이루어낸다. 실제적인 행동, 반복훈련, 반응 그리고 즉흥성 등 메소드 연기의 사실적 기법은 볼레스라브스키의 책에서 이미 그 기초를 발견할 수 있다. 스타니슬라브스키보다 사실적이며 박진감 넘치는 볼레스라브스키의 독창적인 연기훈련은 그에게 배운 많은 배우가 연극무대는 물론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그 가치를 더욱 빛냈다. 연극무대는 물론이고 특히 극도의 사실성과 즉흥적인 순발력이 강조되는 카메라 연기에서 더욱 큰 빛을 발했다.
홍콩의 배우들이 돌려 읽은 책
홍콩의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 주성치는 명실공히 그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독보적인 영화인이다. 주성치의 연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책으로 이 책을 꼽고 있다. 그의 오랜 단짝 오맹달이 원로배우 관해산에게 연기지도를 받으며 『연기육강』 영인본을 받아 탐독한 후에 동료 유청운에게 주었고 이 책은 다시 오진우에게로 그리고 주성치에게로 돌고 돌았다. 놀랍게도 이 책을 읽은 모두가 금마장의 남우 주/조연상 수상자가 된다. 과연 이 책에서 그들이 익힌 것은 무엇일까?
배우가 되기 위한 기술과 준비 방법에 관한 여섯 개의 강의!
볼레스라브스키는 이 책을 통해 스타니스라브스키의 복잡한 연기 시스템 이론을 보다 쉬운 몇 개의 개념으로 풀어냈다. 그러나 여섯 개의 강의는 단순히 여섯 개의 키워드가 아니다. 여섯 번의 단계이자, 생각의 과정이다. 그는 연기를 위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여섯 개의 강의와 그 내용은 무한하게 확장된다.
이 연기 교육의 대가는 자신의 연기 이론과 기술을 생동감 있고 접근하기 쉽게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제시한다. 그 자체가 마치 한 편의 매력적인 희곡이자 문답식으로 이루어진 뛰어난 강의이면서 연기 예술과 삶에 대한 현명한 관찰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연기란 무엇인가’를 말하는 대신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아가 ‘어떻게’ 우리 자신과 삶을 바꿀지 이야기하는 아주 다정하고 친절한 연기 교사로 분한다.
“배우는 능력을 타고나야 한다. 그러나 배우의 재능을 표현하게 하는 기술은 배울 수 있고 가르쳐야 한다.”
볼레스라브스키의 재치 있고 날카로운 통찰력 덕분에 수 세대에 걸쳐 배우들이 풍부한 연기력을 쌓을 수 있었다. 집중, 정서 기억, 극적 행동, 셩격 구축, 관찰, 그리고 리듬에 관한 여섯 개의 수업은 모든 배우가 직면한 도전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었다.
일상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여섯 개의 강의
‘연기 예술’과 ‘삶’을 담아낸 연기 수업
연기에 관한 볼레스라브스키의 조언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로 당연히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 가족 중 하나인 브리지스 가족은 이 책을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Acting : The first six lessons 2021)를 만들어 연기술에 대한 마스터 클래스를 제공했다. 아버지와 딸이 함께 스승과 제자의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 연출은 딸 에밀리 브리지스. 그녀의 할아버지 로이드 브리지스에게서 아버지와 삼촌으로 그리고 자식들에게 대대로 전해진 이 책은 브리지스 집안의 전통을 세우고 결속을 다지며 전문적인 배우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된다.
“아버지도 나도 연기에 관한 이런 많은 교훈이 삶에 적용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집중, 감정 기억, 리듬, 이런 모든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우리 가족의 아이들 모두에게 선물로 주었죠.” (에밀리 브리지스)
‘어떻게 배우가 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여섯 번의 대화
그간 ‘연기 예술과 기술’을 다룬 책이 있기는 했지만 대개 배우가 아닌 극작가나 평론가의 글이었다. 배우가 자신은 물론 동료 배우들에게 ‘연기’를 이해시키는 고전은 거의 없었다. 연기를 이론화하려 노력했던 스타니스라브스키조차도 연기예술론은 그의 자서전 본문에 일부 언급만 되었을 뿐이다. 연기 예술을 분석하거나 연기자를 위한 기술을 확립한다기보다는 연기 철학을 강조했다.
『연기 6강 : 생애 첫 연기 수업』은 배우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지, 자신을 배우로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배우가 되는지를 배우의 언어, 곧 움직임과 몸짓, 목소리 등 실제적인 도구 혹은 수단의 사용 방법을 통해 제시한다. 그리고 연기 기술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배우의 물리적 자원을 개발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그가 말하는 ‘기술’ 그 자체는 아니다. 그는 도리어 몸을 훈련하는 일을 ‘악기를 조율하는 작업’에 비유한다. 가장 완벽하게 조율한 바이올린일지라 해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가가 없으면 혼자서는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배우가 ‘감정 제작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배우가 감정을 ‘창조’하는 기술을 가진다면 그의 연기는 완벽해질 수 있으며, ‘마음은 뜨겁게 하고, 머리는 차갑게 식혀라.’라고 한 조셉 제퍼슨의 충고를 그대로 따를 수만 있다면 배우로서 완벽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배우는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나서 연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배우가 어떤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으면, 연기 기술을 완벽하게 터득하게 될 것이라 조언한다. 볼레스라브스키는 막연한 희망을 심어주지 않고, 대신 현실적으로 생각하여 배우가 거쳐야 할 길을 묵묵히 안내한다.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읽는 즐거움도 충분하지만, 무엇보다 연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요점을 정확하고 간명하게 전달한다. 저자 본인 스스로 오랜 세월 동안 전문 극단과 예술극장에서 배우이자 감독으로 작업하고 연구한 결과의 총체라 할 수 있다. 배우라는 길을 걸어가려는 이들을 돕기 위해 배우가 사용하는 도구를 선정하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집중과 관찰, 경험과 기억, 움직임과 균형, 창조와 투사 등 배우가 자신의 재능을 발산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연기 6강 : 생애 첫 연기 수업』에 담았다.
이 책은 독자가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기보다는 그저 ‘연기’를 하길 바란다. 연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든, 이미 연기를 ‘배운’ 사람이든 중요하지 않다. 연기를 사랑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하다. 볼레스라브스키의 연기 수업에 함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