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중에서
르네상스 시대부터 '암흑기'라고 했던 중세 시대에 음악은 교회를 중심으로 크게 발달했어요. 음악은 르네상스보다 오히려 중세 시대에 더 큰 발전이 있었지요. 초기에는 그레고리오 성가와 같은 단선율 노래가 불리다가 점차 다른 성부를 덧붙여 다성음악으로 발전했어요. (34쪽)
르네상스 시대 음악은 알프스 북쪽의 종교개혁에 더 큰 영향을 받았어요. 루터는 음악을 좋아했고, 작곡, 성악, 플롯, 류트 연주에도 능했어요. 당시 가톨릭 교회음악은 4성부의 복잡한 다성음악이었는 데, 루터는 가사가 잘 들리고 신도들이 쉽게 따라 부르도록 단선율에 자국어 가사를 붙여 찬송가를 만들었어요. 그것이 '코랄(choral)'이에요. (39쪽)
비발디가 음악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며 수많은 곡을 작곡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악기의 발달과 피에타 고아원 오케스트라 두 가지를 들 수 있어요. 바로크 시대에는 아마티,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 같은 악기의 장인들이 우수한 현악기를 생산해 냈고, 건반악기인 쳄발로의 형태가 완성됐으며, 피아노의 전신인 '포르테 피아노'가 만들 어지는 등 악기가 발달했지요. 또한 기교적으로 어려운 곡들을 척척 소화해 낼 수 있는 피에타 고아원 오케스트라로 인해 비발디는 음악적으로 대담한 실험을 언제든지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거예요.(63쪽)
42세 때 “불멸의 연인” 이후 베토벤은 더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으며, 노숙자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옷차림이나 외모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길거리에서 소리를 마구 지르기도 했고, 가끔은 집에서 찬물을 얼굴에 퍼붓고 바깥으로 나오는 통에 미치광이 취급을 받곤 했어요. (150쪽)
바로크 시대부터 고전파 음악의 기초가 되는 '조성음악'이 낭만파 시대까지도 그대로 유지됐고, 조성에서 비롯되는 화성, 음악의 양식 등 형식적으로는 고전파 음악과 큰 차이가 없어요. 즉,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고전파 음악을 계승했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고전파 음악과 대립했다고 봐야겠지요. (194쪽)
후기 낭만파 시대에 작곡자의 강한 개성과 민족주의적 색채, 순간 의 인상 등을 표현하기 위해 불협화음을 사용하는 등 점점 조성음악 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아놀드 쇤베르크(1874~1951년)는 조성음악 해체의 중심 인물이며, 12음 기법을 확립했고, 많은 근대·현대 작곡가들이 그를 계승했어요. (225쪽)
■ 글머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청소년들에게 클래식 음악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해요. 정서 함양과 창의성 계발에 좋아서지요. 그렇지만 청소년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클래식 음악은 어려워 골치 아프기도 하거니와, 일상생활이나 다른 분야 지식과 맥락 없이 뚝 떨어뜨려 생각하기 때문일 거예요.
나도 처음에는 여러분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대학에서 서양음악사를 공부할 적에 대부분의 서양 음악이 실제 400여 년의 역사에 불과했어요. 그런데도 심정적 시대는 고대 그리스시대로 여겨졌거든요. '고전Classic'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역사에서의 '고대'를 떠올리게 했던 거지요. 아무튼 음악사의 실제 시대와 나의 심정적 시대 사이의 시간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아주 애를 먹었어요.
음악이 뭘까요? 인간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음정, 박자, 가락, 화성 등 소리 요소들을 여러 가지 형식으로 조합하고 변형해 만든 거라고 할 수 있지요. 음악가들이 소리를 조합하고 변형하면서 그 시대의 역사, 정치, 경제, 철학, 종교, 지역의 특색을 담아요. 또 문학, 미술, 무용 등 다른 예술의 사조와 음악가 개인의 환경과 경험도 반영하고 있고요. 그래서 음악은 그 음악과 관련된 역 사, 정치, 경제, 철학, 종교, 지역의 특색, 예술사조, 음악가의 삶 등과 유기적인 연관 속에서 이해해야 해요. 일기와 글짓기, 그림, 만들기는 물론이거니와,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과 같은 여러분이 만들어 내는 모든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생각을 담고 있는 것처럼요.
자, 그러면 지금부터 청소년들이 클래식 음악을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도록 수업해 볼게요.
유럽의 역사와 음악 이야기가 자칫 어렵거나 딱딱할 수 있어요. 전형적인 무미건조한 투의 클래식 음악 역사 수업은 흥미는커녕 되레 눈꺼풀만 무거워지게 만든다는 걸 잘 압니다. 때로는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이고, 따로 추가 설명이 필요한 건 상자 안에 넣을 거예요.
이 수업의 목표는 시간(역사)을 축으로 해 그동안 배워온 음악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과 상식을 구조화하고, 거기에 새로운 지식과 상식을 더해 음악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거예요.
수업 내용을 크게 네 개의 장으로 나누었어요. 1장은 클래식 음악과 서양 역사를 비교한 연표를 보면서 클래식 음악 흐름의 맥을 짚을 거예요. 2장, 3장, 4장은 1장에서 알게 된 클래식 음악의 흐름을 시대별로 구체적으로 알아볼 거고요.
바로크 시대를 기점으로 음악은 틀이 완전히 바뀌어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은 대부분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 시대를 거쳐 낭만 시대까지 입니다. 그래서 바로크·고전·낭만 시대 음악을 중심에 두고, 바로크 이전과 낭만 이후로 구분해 보았어요.
2장은 바로크 시대 이전인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 음악을 간단하게 살펴볼 거예요. 바로크 음악과 고전 음악, 낭만 음악은 3장에 담았어요. 클래식 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분량과 알아야 할 것도 많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그만큼 많아요.
낭만 음악을 지나 근대·현대에 이르러서 실험적인 많은 종류의 음악들이 만들어졌어요. 그중 어떤 곡들은 이미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에 있는 곡들도 많아요. 근 대·현대 음악을 소개한 4장에는 클래식 음악 못지않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심금을 울린 대중음악도 끼어 있어요.
수업에서 배운 클래식 음악의 선율을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재미 있는 음악 수업을 기다리고, 클래식 음악을 더 알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헌정합니다.
자, 서양사와 함께 읽는 재미있는 클래식 음악 수업에 풍덩 빠져 봅시다!
2024년 11월
이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