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서평
사물의 속성과 역사적 맥락에서 경제의 문법을 읽는다
패권과 소재와 식량, 세 갈래로 짚어낸 세계 경제의 작동 원리
이 책은 일상 속 친숙한 12가지 사물에서 출발하는 세계 경제 입문서다. 복잡한 수식이나 난해한 경제학 용어를 나열하는 대신, 각 사물이 지닌 구체적인 속성과 역사적 맥락을 경제의 언어로 옮겨 독자가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하나의 그림처럼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이끌어준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첫째,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다툼과 자원 수급의 역동성 측면이다. 현대 산업의 핵심이자 기술 패권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석유, 휴대폰, 리튬, 자동차가 그 매개 사물이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의 위탁 생산 구조부터 '셰일 혁명'이 가져온 에너지 지각변동, 그리고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향한 기술 경쟁까지, 첨단 산업 뒤에 숨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여기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둘째, 자산 가치 보존과 현대 산업의 소재 역할 측면이다.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온 금, 철, 구리 등 금속 자원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금이 화폐로 자리 잡게 된 역사적 배경과 실물 자산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친환경·경량화 트렌드 속에서 재조명받는 철강, 친환경 전기화 시대의 필수 원자재인 구리의 경제적 가치까지 두루 살폈다.
셋째, 식량 자원에 얽힌 세계 정세와 무역 구조 측면이다.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쌀, 콩, 밀, 커피가 그 주인공이다. 만주와 한반도가 원산지인 콩이 왜 미국에서 대량 생산되었는지, 거대 곡물 기업 ABCD(Archer Daniels Midland, Bunge, Cargill, Louis Dreyfus Company)가 어떻게 세계 밀 시장을 쥐락펴락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관세 정책이 불러온 커피의 세계화와 공정 무역 이슈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시선은 일상의 먹거리 너머에 있는 커다란 경제 메커니즘으로 뻗어 나간다.
첨단 기술 소재부터 매일 접하는 식탁 위 재료에 이르기까지, 12가지 사물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세계 경제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손에 잡힐 것이다. 세계 경제의 결정적 순간들과 국가 간 패권 다툼의 내막까지 덤으로 눈에 들어온다.
경제 입문서의 미덕은 지식을 얼마나 많이 담았느냐가 아니라, 독자가 다음에 마주칠 뉴스를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느냐에 있다. 이 책은 뉴스에 오르내리는 가격과 규제, 국가 간 다툼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사물 하나하나의 내력으로 짚어주었다. 그래서 열두 장을 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은 용어 목록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안목이다. 경제를 완벽히 알지 못해도, 작은 지식이 쌓이면 세계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