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서평
‘전지적 뺑덕 시점’으로 다시 쓴 《심청전》
《뺑덕의 눈물》은 순수 창작 소설이다. 아버지와 형이 역모에 휘말리자 신분을 숨기고 어머니와 멀리 도망가 벙어리 뺑덕으로 행세하며 살게 된 조병덕. 그가 같은 동네에 사는 심청을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청나라의 거상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가슴속에 응어리를 품은 영민한 청년의 성공, 심청을 위해 인생을 바친 절절한 사랑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이다. 더욱이 병덕의 역동적인 삶과 《심청전》의 줄거리가 치밀하게 맞물려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홀어머니의 아들 조병덕, 벙어리 뺑덕, 청이의 오라버니 심덕. 인생의 고비마다 자신의 정체와 이름을 바꾼 병덕은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그렇게 평생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심청전》만큼이나 애잔하고 구슬프고 역동적이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
벙어리로 행세하던 뺑덕은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런 그가 안쓰럽던 청은 뺑덕을 돕고 뺑덕은 청이를 사모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청이가 청나라로 팔려 간다는 소식에 몰래 배에 숨어들고, 인당수에 제물로 빠진 청이를 구하려고 자신도 바다에 몸을 던진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심청과 뺑덕은 이역만리 청국에서 조선 출신 상인들의 도움을 받아 살게 된다. 과거의 일을 숨기기 위해 자신들을 심덕과 심청이라는 오누이 사이로 위장하고 살지만 둘의 사랑은 날로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에 다녀온 배를 통해 부모들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심 봉사와 덕이의 어머니가 혼인을 하였다는 것이다. 믿지 못할 소식이었지만, 덕이는 자신의 어머니가 자식을 잃은 복수심에 심 봉사에게 접근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둘은 진짜 오누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정말하고 만다.
세월이 흘러 덕이와 청이는 조선으로 돌아가고, 백방으로 부모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끝내 찾지 못한 채 덕이는 오라비로서 청이를 시집보내게 된다. 상처를 가득 담은 채 덕이는 청나라로 돌아가 밤낮없이 일만 해 거상이 된 후 조선으로 돌아온다.
다시 세월이 흘러 심덕은 자신의 회갑연에서 〈춘향가〉를 소리한 노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해 들려준다. 그 이야기에서 심청은 인당수에 빠진 뒤 살아 돌아오고 황후가 된 뒤 전국의 봉사를 초대하는 잔치를 열고, 아버지를 만나 눈을 뜨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춘향가〉이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 고전을 보는 새롭고 과감한 시선
‘고전’은 뻔하고 지루한 이야기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문화 한류 열풍으로 한국적인 것에 바탕을 둔 콘텐츠의 가능성이 조명을 받으며, 최근에는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청소년에게 ‘고전’은 여전히 즐기기 어려운 분야다. 특히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고전의 비중이 강화되면서 고전은 교과서에 나오는, 공부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뺑덕의 사랑》은 그런 독자들이 고전을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심청전》에 뺑덕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빈틈에 착안해 뺑덕에게 새 생명을 주고, 악처 뺑덕어미에게는 아들을 지키려던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부여했다. 기대고 싶은 누군가를 바라는 하소연은 심청이 하늘이 내린 효녀가 아니라 열다섯 살 소녀였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뺑덕의 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을 색다르게 해석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극적으로 활용해, 고전 속에 박제되어 있던 인물들을 생생히 되살린다.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을 새롭게 보는 과감한 고전 비틀기는 청소년 독자가 고전의 매력을 만끽하게 해주는 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