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작가 탄생 90주년 기념 〈하근찬 전집〉 최초 출간★
★2024년 하근찬 전집 4차분 발간★
조선시대, 병자호란 전후 상황을 그린 장편소설
제16권 『남한산성』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소설가 하근찬,
그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다
한국 단편미학의 빛나는 작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에서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 전집〉을 전 22권으로 간행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하근찬의 소설 세계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근찬의 등단작 「수난이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져온 민중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치유한 수작이기는 하나, 그의 문학세계는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하근찬은 「수난이대」 이후에도 2002년까지 집필 활동을 하며 단편집 6권과 장편소설 13편을 창작했고 미완의 장편소설 3편을 남겼다. 하근찬은 45년 동안 문업(文業)을 이어온 큰 작가였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는 하근찬의 작품 총 22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원본과 연보에 집중한 충실한 작업,
하근찬 문업을 조망하다
하근찬 문학세계의 체계적 정리, 원본에 충실한 편집, 발굴 작품 수록, 작가연보와 작품 연보에 대한 실증적 작업을 통해 하근찬 문학의 자료적 가치를 확보하고 연구사적 가치를 높여, 문학연구에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근찬 문학전집은 ‘중단편 전집’과 ‘장편 전집’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단편전집’은 단행본 발표 순서인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을 저본으로 삼았고,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하근찬의 작품들도 발굴하여 별도로 엮어내어 전집의 자료적 가치를 높였다. ‘장편 전집’의 경우 하근찬 작가의 대표작인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산에 들에』뿐만 아니라, 미완으로 남아 있는 「직녀기」, 「산중 눈보라」, 「은장도 이야기」까지 간행하여 하근찬의 전체 문학세계를 조망한다.
16권 『남한산성』
병자호란, 조선의 치욕스런 역사를 하근찬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다
1979년 발표된 하근찬의 장편소설 『남한산성』은 조선시대 인조 때 발발한 병자호란의 주요 장소인 남한산성을 배경으로, 그 당시 청에 맞서 싸운 조선의 상황을 『조선왕조실록』과 『병자록』 등의 역사 기록을 충실히 반영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다.
『남한산성』은 하근찬의 다른 작품과 달리, 신문이나 잡지 연재 없이 바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편찬한 『민족문학대계』에 실린 것이다. 발행사는 발간의 의의를 “민족사 중에서 우리의 역사를 발양(發揚)하는 데 에너지가 되었던 것들을 소재로 해서 민족사의 대하를 형성해온 이야기를 소설, 서사시, 시극의 형식을 빌려 형상화하고자 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시대순에 의하여 제1차 문예중흥 5개년계획”에 따라 작품화하겠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는 많은 문인들이 이 발간 사업에 동원된 대규모 기획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기획의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근찬은 ‘패배’의 역사인 병자호란을 이야기의 소재로 선택하였다. 이는 『민족문학대계』가 ‘문화적 민족주의’가 빠질 수 있는 역사의 낭만화를 경계하고, 치욕의 역사를 충실하게 재현하여 반성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병자호란은 조선이 오랑캐의 신하임을 인정하고, 임금이 청나라 황제에게 항복의 예를 취했으며, 임금의 두 아들과 수많은 대신들이 인질로 끌려간 패배의 역사이다. 20만 적군에게 둘러싸여 1만 2천여 명의 병사로 남한산성을 지키며 버틸 수밖에 없었으며, 백성들이 병졸로 끌려가고 종이나 성노리개가 되어 붙들려간 아픈 역사이다.
하지만 하근찬은 소설에서 조선을 패배자로만 재현하지 않는다. 비록 여러 가지 내부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청에 대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취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소설의 재미를 위해 조선군의 승리 장면을 과장하기도 하지만, 진퇴양난에 놓인 조선이 무기력하게만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