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노동해방문학』에 첫 시를 발표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 시인의 시적 수행은 이번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언급하다시피 “세상을 사랑하며, 세상을 아파하며, 세상에 희망을 심기 위한, 나만의 시 짓기”와 “현실의 불평등과 불의, 부조리함 등을 끌어안아 집요하게 발언”하고자 하는 “시인과 시의 의무”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나아가 “어루만져주지 않으면/안 되는/상처난 곳//그곳으로/온 몸”(「몸의 중심」, 『몸의 중심』, 삶창, 2016)을 움직여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중략)
현실의 불평등과 불의, 부조리함을 끌어안아 집요하게 발언하고자 하는 정세훈 시인은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착취에 “저항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그 이유를 말해주마」) 이유를 시로써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의 노동시를 답습하는 방식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시인은 타자를 죽이기 위한 방식을 강제하는 세계의 부조리를 비판하며 더불어 살기 위한 방식으로 공동체적 노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먹다 남은 찬밥 한 술 제대로/상대편에게 나눠줄 줄을 모”(「밥통」)르는 세계의 폭력에 맞서 정세훈 시인은 “언젠가는 저 죽은 몸통 아래/내밀한 뿌리로부터/애틋한 사랑을 담은/새싹 하나 다시 틔워내”(「고사목」)려 한다. 그 싹을 키워 봄꽃으로 빛날 날로 잇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 이병국(시인,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