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라포드
산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다
죽는다는 것은 목숨을 버리는 일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지
버려야 할지를
산다는 것을 생각하며
길을 바라본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방파제 끝
테트라포드가 서 있는 저녁
고양이의 저녁
드럼통 위
고양이 새끼가 젖을 먹고 있습니다
젖을 먹이는 고양이는 서 있습니다
새끼 두 마리는 정신없이 먹고 있습니다
에미 고양이 눈을 부라리고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봅니다
비는 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우산을 들고 쳐다보았습니다
신기하고
불쌍하고
측은하다는 듯
어미 고양이 앞발을 들어
나에게 저리 가
저리 가
하며
발을 들썩이고
불쌍한 시대를 벼르며 가는
고양이
철길 옆 드럼통 위
기차는 생각 없이 지나가고
나도 지나가고
저녁은 언제나 비를 맞고
고양이는 소리 없이 젖을 먹이고
시끄러운 노래
나는 이 시끄러운 나라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
매일 무언가 해보고 싶은 것들이 일어서는 나라가 행복하다
부끄러운 보따리를 풀어헤치며 하나씩 해결해가는 것이 행복하다
감출 것이 없어진 나라가 행복하다
80년 100년 전의 암울했던 현실
깜깜한 밤길을 승냥이가 난무하는 길을 가던 선조들
70년 전 분단의 비극을 겪으며 반목의 세월을 견딘 아버지의 아버지의 또 아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다 벗고 마음까지도 잃어버린 역사 앞에서 우리는 빚진 자
나는 나라가 시끄러운 게 행복하다
조용하면 나라인가
수천만 일억이 모여 살며 더 시끄러운 나라
행복은 크게 올 것인데
아침 해는 동해를 일으켜 세우며 붉은색으로 온다
세상을 태우며 가슴을 태우며
온다
휴전선 깊이 물든 단풍도 타고
가슴도 활활 타오르는
11월에 앉아
언젠가 시끄러운 더 시끄러운 날을 기다린다
장마당에 보따리를 풀고
온 민족이 한풀이하는 날 시끄럽지 않고
행복할 수 있으랴
그날이 오면 나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노래 부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