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늘어간다는 건 참 슬픈 일이 많습니다. 있는 그대로 다 느끼지 못하고, 참아야 하고, 견뎌야 하고, 지나쳐야 하는 일들이 다 알아 지지요. 마음대로 슬퍼할 수도, 좋아할 수도, 하고 싶어 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을 다른 말로 하자면 지혜라고도 할 것입니다. 나 하나 참아냄으로 모두에게 다 아울러 좋은 답을 찾는 것. 지혜로운 삶에는 내가 앞에 있을 수 없습니다. 나는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모두의 평안이 곧 나의 평안이기에.
잠시만 이대로, 슬픔을 느끼며 온전히 위로받고 싶습니다. 위로가 됩니다. 노랫말 몇 마디가. 실연이라도 당한 듯 서러움에 북받쳐 울고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니까, 그저 내 감정에만 잠시 머물러 있겠습니다.
금세 별일 없던 듯 또 살아내야 할 테니까.
- 잠시만 이대로 있겠습니다 -
이만하면 됐다 싶은데 생각지 못한 불운이 불쑥 인사합니다. ‘안녕. 오늘은 나야.’ 반갑지 않은 방문입니다. 싫다 해도, 밀어내도 그저 들이닥친 것들을 또 잘 이겨내는데 온 힘을 다하면서 이번이 제발 마지막이기를 기도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식을 날이 있을까요? 기대하다 보면 어느 날엔 울지 않을 수도 있겠죠. 희망고문이라도 절실한 나날입니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더 버텨야 할 이유가 됩니다.
아슬해 보이겠지만, 휘청거리진 않습니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삶이란, 그런 것이죠. 어쩌면 휘청거리지 못해 어느 날엔 부러질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꼿꼿하게 살아내야 합니다. 그런 나 자신을 응원해 줄 수밖에요. 잘하고 있다 해 줄 수밖에요.
- 눈물의 온도 -
어느 순간부터 나는 멈춰 있습니다. 나아갈 준비로 제자리걸음조차 하고 있지 않습니다. 몇 번의 낙오로 상처받고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나이가 많아 이직이 어렵고 무엇도 될 수 없다고 이미 늦었다고 스스로를 주저앉힙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 엄마 손길이 필요하고 나는 그런 아이들이 중요하고 지금이 없으면 미래도 없으니 그저 오늘에 충실하자며 오만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만약 먼 훗날 90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인생의 절반을 겨우 살아 놓고 나이 탓을 하며 다 살아낸 양 시도해 보지 않고 내려놓았던 많은 기회들이 너무나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기회는 간절히 바라는 이들에게 돌아가기 바쁠 테니, 나처럼 바라지 않는 이들에게 돌아올 차례가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겠죠.
거센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안주하지 말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행복하자고.
- 거센 바람이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