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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ISBN-13
    979-11-6873-100-4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오월의봄 / 도서출판 오월의봄
  • 정가
    19,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5-0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 번역
    -
  • 메인주제어
    르포, 기사, 칼럼 저작집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르포, 기사, 칼럼 저작집 #노동문제 #노동르포 #작업복 #노동 #안전 #일터 차별 #인권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5 * 200 mm, 272 Page

책소개

2023년 각종 보도상을 휩쓴 화제의 기획 시리즈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가 책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난다. 취재기자, 사진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영상 pd 등 다양한 분야의 기자들이 의기투합한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은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을 화두 삼아 노동 환경과 안전, 차별 등의 문제를 밀도 높게 풀어냈다. 책에서는 당시 기획 시리즈에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현장에 대한 취재를 보태 한층 더 탄탄한 구성을 선보인다. 

흔히 ‘작업복’이라고 하면,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주거나 일이 수월히 진행되도록 편의를 더해주는 복장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작업복은 노동자의 필수품이자 최소한의 노동 조건으로, 일터의 환경을 드러내는 지표다. 그러나 그런 작업복이 오히려 일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위험에 빠뜨리며, 심지어 차별과 배제를 겪게 한다면 어떨까?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은 하수처리장, 쓰레기 소각장, 자원순환시설, 환경미화, 건설 현장, 은행, 호텔, 패스트푸드점, 여객기, 열차, 산불 현장, 급식 조리실 등 10여 곳의 일터를 찾아 각기 다른 노동자들의 작업복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작업복에 대한 질문은 그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생소한 것이었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글은 물론 사진, 영상과 같은 시각적 콘텐츠로도 제시되는 다양한 작업복은 ‘안전한 옷’이 아닌 ‘차별과 위험’을 입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준다. 

목차

프롤로그 5

 

1부. 오물을 뒤집어쓰는 옷 11

 

“똥물에서 일한다고 옷도 똥색이어야 하나요?” 13

―하수처리 노동자

 

“지하에도 엄연히 일하는 사람이 있어요” 41

―소각처리 노동자, 폐기물연료 노동자, 재활용품 선별원

 

“온갖 유해 물질을 매일같이 손으로 만지죠” 65

―환경미화원

 

2부. 차별을 입히는 옷 87

 

“현장에서는 무조건 ‘남성이 기본’이에요” 89

―여성 형틀목수

 

“여자라고 차별받을수록 이 악물고 끝까지 버텨야죠” 111

―여성 용접사

 

“왜 여자만 유니폼을 입어야 하나요?” 139

―호텔·은행·패스트푸드점 여성 직원

 

“유니폼 때문에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도 제약받아요” 159

―여객기·열차 여성 승무원

 

3부. 물불 가리지 않는 옷 175

 

“밑창 다 빠지는 값싼 신발 신고 불 끄러 갔죠” 177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211

―급식 노동자

 

에필로그 247

 

부록: 나의 작업복 253

 

작업복 기획팀 구성원 소개 268

바이라인 270

 

본문인용

“뭐 입고 일하냐고요? 글쎄……” 사람들에게 ‘작업복’에 대해 물었을 때 첫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면 모두 할 말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새 작업복을 받고도 예전 회사 작업복을 입고 일했습니다. 누군가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을 직접 고쳐 입었습니다. -5쪽

 

일터의 작업복은 우리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 사업장의 ‘표준’에서 벗어난 소수의 사람들. 재난 현장의 한가운데서 일하는 사람들. 누군가 먹을 밥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7쪽

 

하수처리는 수질 환경, 대기 환경, 전기 공사 등 각종 기술과 자격이 필요한 전문직입니다. 바라는 건 많지 않아요. 더 적절히 보상받고, 일할 때 입는 옷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9쪽

 

겨울에 하드 먹다가 입에 붙을 때 있죠? 장갑도 똑같아서 잘못하면 비닐에 붙어요. 어떤 분은 청소하려고 기계를 멈췄는데 고속 회전하던 칼날이 (멈추기 전) 한 바퀴를 더 도는 동안 비닐에 붙은 손이 안 떨어져서 손가락 마디가 절단되기도 했어요. -54쪽

 

현장에서 소수인 여성 노동자들은 불편한 점이 있어도 회사에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려고 하지 않는 업계인데,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했다가는 일하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5쪽

 

여성 용접사들의 목표는 오히려 단순하다. 바로 “이 악물고 끝까지 버티는 것”이다. 없는 작업복을 만들어 입었듯, 아무것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남성들이 하는 걸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듯,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134~135쪽

 

사실 지금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엇 하나 편한 건 없어요.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도요. 위생 때문에 하는 거죠. -227쪽

 

작업복의 변화는 결국 그 사회가 변화는 속도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회에서 이들이 안전한 작업복을 입게 될 가능성은 낮을 테니까요. -252쪽

서평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아무도 묻지 않았던,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노동 현장 곳곳에 숨겨진 고군분투,

차별과 위험을 입고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 제13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 본상

※ 제33회 한국 가톨릭 매스컴대상 신문부문상

※ 제22회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상 본상

※ 제33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상 사진·영상부문 특별상

※ 제395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 제246회 한국사진기자협회 이달의 사진보도상 스토리부문 우수상

 

2023년 각종 보도상을 휩쓴 화제의 기획 시리즈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가 책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난다. 취재기자, 사진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영상 pd 등 다양한 분야의 기자들이 의기투합한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은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을 화두 삼아 노동 환경과 안전, 차별 등의 문제를 밀도 높게 풀어냈다. 책에서는 당시 기획 시리즈에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현장에 대한 취재를 보태 한층 더 탄탄한 구성을 선보인다. 

흔히 ‘작업복’이라고 하면,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주거나 일이 수월히 진행되도록 편의를 더해주는 복장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작업복은 노동자의 필수품이자 최소한의 노동 조건으로, 일터의 환경을 드러내는 지표다. 그러나 그런 작업복이 오히려 일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위험에 빠뜨리며, 심지어 차별과 배제를 겪게 한다면 어떨까?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은 하수처리장, 쓰레기 소각장, 자원순환시설, 환경미화, 건설 현장, 은행, 호텔, 패스트푸드점, 여객기, 열차, 산불 현장, 급식 조리실 등 10여 곳의 일터를 찾아 각기 다른 노동자들의 작업복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작업복에 대한 질문은 그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생소한 것이었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글은 물론 사진, 영상과 같은 시각적 콘텐츠로도 제시되는 다양한 작업복은 ‘안전한 옷’이 아닌 ‘차별과 위험’을 입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준다.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그간 작업복에 대한 문제제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직과 계약직 노동자들이 서로 다른 옷/사원증을 지급받는다거나 여성 직원이 치마 유니폼을 강요받는 일 등 복장에 얽힌 차별은 여러 차례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옷/작업복 이야기는 주로 노동문제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작은 사례 정도로만 제시돼왔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이 선보인 이 기획은 그런 기존의 패턴을 과감하게 뒤집은 시도다. 작업복이라는 언뜻 사소해 보이는 소재를 전면화하고 일관되게 탐구해나가면서, 일터 구석구석에 숨겨진 노동자의 분투를 세심히 드러냈다. 일터의 작은 부분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 같은 작업복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고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작업복을 문자 그대로의 ‘옷’에 국한시키지 않고, 그와 함께 지니거나 착용하는 도구, 안전장비, 소품까지 포괄하는 방식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밀하게 다뤘다는 데 있다. 또한 일터가 심리적으로도 안전한 곳인지를 묻기 위해 작업복의 범위를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들이 입는 옷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불편한 유니폼을 강요하는 서비스산업, 그리고 무조건 남성 노동자가 표준이 되는 각종 건설 현장을 비중 있게 담아내며 일터 권력과 성차별 문제까지 촘촘히 살핀다. 

무엇보다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는 다양한 콘텐츠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업이다. 취재기자, 사진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영상 PD 등 여러 팀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던 기획 시리즈였던 만큼, 책에도 그 풍부한 콘텐츠를 담아내고자 했다. 노동자의 일터를 잘 보여주는 다수의 현장 사진들을 본문에 배치했고, 작업복이라는 소재의 특성을 살려 ‘인터넷 쇼핑몰’을 모티프로 제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역시 책 부록(〈나의 작업복〉)에 녹여냈다. 본문에 일일이 기재하기 어려웠던 작업복의 구체적인 규격, 소재, 가격 등의 정보를 룩북의 포맷으로 접하는 신선함이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 보이지 않는 옷: 지하 세계의 노동자들

 

작업복 기획팀은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어떤 직업군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세상 모든 일터를 전부 한 번씩 떠올렸다시피 했을 즈음,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옷을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작은 맨홀이었다. “우리가 매일같이 보고 그 위를 걸어가지만, 존재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는 구멍. 그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옷은 어떨까?”

맨홀이라는 아이디어는 지하에 공간을 두고 있는 하수처리장과 자원순환시설에 대한 취재로 이어졌다. 햇빛이 반짝이는 공원 혹은 휘황찬란한 대형 쇼핑몰과 함께 자리하고 있지만, 정작 아무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는 장소들. 사람들이 지상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는 그 시간에, 지하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쓰고 버린 오수를 정화해 시민들의 위생과 안전을 지켜내는 이들(하수처리 노동자), 몰려드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와 씨름하는 이들(폐기물연료 노동자, 재활용품 선별원)은 빛과 공기가 차단되는 지하에서 ‘자본주의의 이면’을 담당했다. 

오수와 쓰레기, 각종 폐기물을 다루는 만큼, 이들에게 질 좋은 작업복은 필수적이다. 오물과 악취가 몸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알맞은 작업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이 현재 입는 작업복은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땅속 노동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하수처리 노동자 이승훈씨는 자신이 입는 옷을 “사무실 직원에게나 어울릴 법한 옷”이라고 평했다. 가뜩이나 습한 지하에서 흡수성이 떨어지는 옷은 한두 시간만 지나도 땀범벅이 된다. 물속에서 작업할 때 입는 가슴장화는 방수에만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장시간 일을 하다 보면 결국 물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 쿠션감이 전혀 없는 싸구려 안전화 역시 광활한 시설 부지를 걸어 다니는 데 부적합하다.  

쓰레기 소각장과 고형화된 폐기물 연료인 SRF를 만드는 작업장이 위치한 환경기초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자원순환시설에서 일하는 재활용품 선별원 역시 적절한 작업복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소각처리 노동자인 허윤길씨를 비롯해, 같은 건물 재활용팀에서 SRF 작업을 하며 고온에 달궈진 고체연료를 계속해서 만지는 강철호씨, 그리고 서울 구로구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일하는 재활용품 선별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장갑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손을 이용해 뜨거운 물질을 부러뜨린다든지,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회사는 기능에 맞지 않는 장갑을 턱없이 적은 수량으로 지급했고, 안전에 대한 별다른 지침조차 주지 않았다. 

 

환경미화원의 작업복 분투기: 안전을 헐값에 파는 회사

 

회사의 이런 무관심은 화상, 찔림 사고 등 노동자들을 각종 부상에 취약하게 만든다. 허윤길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불’과 ‘재’를 다루는 작업에 알맞은 소재로 된 옷을 지급받지 못해 8년 전 다니던 회사의 작업복을 입고 일했다. 그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소각장이) 수시로 불티가 튀어 화상 위험이 큰 일터인데도 노동자의 작업복에 좀처럼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원순환센터에서 일하는 재활용품 선별원들 역시 적절한 장갑을 지급받지 못해 찔림 사고와 베임 사고에 상시 노출됐다.  

무관심을 넘어, 최소한으로 지급해야 할 작업복/장구조차 주지 않거나 피복비로 책정된 예산을 중간에 가로채는 회사들도 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해온 유승덕씨는 사측인 환경 업체가 ‘유령 미화원’들을 내세워 직접노무비를 받아야 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가로챈 사실을 밝혀내 억 단위의 금액을 노동자에게 돌려준 바 있다. 회사가 착복한 것은 임금만이 아니었다. 구청에서는 미화원 1인에게 연간 지급해야 할 피복비를 명시했지만, 회사는 이 같은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마스크를 단 한 개도 받지 못한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졌고,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한 달에 단 10개만이 주어졌다. 

음식물 쓰레기를 만지는 환경미화원들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장갑이다. 음식물의 물기가 손에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려면 다양한 종류의 장갑이 필요한데, 목장갑을 비롯해 비닐장갑과 PVC 장갑을 삼중으로 껴도 사실상 부족하다. 처리하는 쓰레기 종류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장갑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승덕씨가 속한 업체처럼 사내에 노조가 없거나 있더라도 협상력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미화원들이 작업복과 안전장구를 제대로 지급받기 어렵다. 다수의 업체들이 복리후생비 같은 예산 항목을 아껴 이윤으로 남기려 한다.  

 

차별과 소외를 입는 여성 노동자들: 남성이 표준이 될 때

 

한편, 어떤 이들에게 작업복은 지급받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무용했다. 그 작업복은 사업장의 표준에서 벗어나는 특정 성별, 그러니까 여성 노동자들을 철저히 소외시켰다. 오롯이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지면을 할애한 이 책 2부(〈차별을 입히는 옷〉)는 작업복의 관점에서 일터에 만연한 성차별 문제를 들춰본다. 절대 다수의 남성이 표준인 건설·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소수의 여성들과 그 어느 곳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통제가 극심한 서비스업계에서 일하는 다수의 여성들. 그들은 이야기는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닮아 있다.  

건설·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형틀목수·용접사들의 작업복은 딱 두 단어로 요약된다. ‘내돈내산’과 ‘셀프 수선’. 모든 옷과 장비가 남성 신체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보니, 여성은 가장 작은 사이즈를 고르더라도 자신의 몸을 훨씬 웃도는 제품들을 쓸 수밖에 없다. 여성 중에서도 특히 더 체구가 작을 경우, 마치 담요에 싸인 것 같은 작업복을 입게 된다. “말려 올라간 윗옷은 끌어내리고, 통이 커 펄럭이는 바지는 추켜올리고, 각반을 조이고, 가죽 장갑의 ‘찍찍이’를 뗐다가 다시 붙이는 모든 작은 행동이 쌓이고 쌓여 또 다른 ‘작업’이 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이제 막 용접 일을 시작하는 단계인 소민정씨는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사람이 옷에 부대끼는 게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나마 티셔츠나 바지는 ‘내돈내산’을 하거나 ‘셀프 수선’으로 사이즈를 조절할 수라도 있지만, 안전대 같은 보호구나 용접 장갑 같은 전문 장비는 안전이나 작업 정밀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수선 자체에 한계가 있다. 수선을 거치다 보면 해당 장비 본연의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필수 장비조차 알맞은 사이즈를 지급받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이런 고충을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한다. 여성이 소수인 현장인 데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 노동자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업계인데,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했다가는 일하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은 개인의 안전·안위를 해칠 뿐 아니라, ‘여자는 일을 못한다’거나 ‘여자라서 안 된다’는 편견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도 큰 위협이 된다. 몸에 알맞은 작업복은 단연 일의 능률을 높인다.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여성이라는 집단 전체를 비하하고 평가절하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결국 몸에 맞는 작업복은 여성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 더 많이 진입하게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타인의 시선을 위한 작업복: 유니폼에 얽힌 권력

 

그렇다면 여초 직군인 서비스업계의 환경은 어떨까? 애초 작업복 기획팀은 이 기획 시리즈를 구성할 때 서비스 노동자의 유니폼 역시 포함하기로 했다. “‘작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서비스 노동에도 부여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앞서 등장한 작업복들이 회사의 무관심이나 너무 적은 피복비 책정에서 비롯하는 열악함을 드러낸다면, 유니폼에는 그와는 다른 문제들이 얽혀 있다. 입고 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옷이 아니라, 그 차림을 보는 사람 혹은 구분 짓기를 위한 옷. 이처럼 유니폼을 “차별과 권력을 드러내는 물질”로서 다룰 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기획팀은 주목했다. 

이때 차별은 주로 성차별을 뜻한다. 이 책에는 호텔, 은행, 패스트푸드점, 열차/여객기 등 다양한 서비스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특정 유니폼과 복장을 강요당한다. 호텔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윗선의 요구로 치마와 굽 높은 구두를 신어야 했고, 은행의 경우 고객 대면 서비스를 하는 하위 직급 여성 직원만 반드시 유니폼을 입도록 강요받았다. 남성 직원의 경우 같은 하위 직급이더라도 유니폼을 입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는 작업 환경이나 노동 강도는 고려하지 않은 채 계급과 위계만을 구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유니폼을 지급하고 있었다. 

이런 시선의 권력 혹은 위계 문제는 여객기/열차 여성 승무원의 유니폼에서 가장 명징하게 드러난다. 이들의 유니폼은 ‘입는 당사자’가 아닌 오로지 ‘보는 타인’의 시선만을 염두에 둔 복장으로, 이런 복장을 강요받는 노동자는 강도 높은 통제 속에서 극심한 외모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승무원의 핵심 업무는 단지 대면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3년 5월 발생했던 여객기 출입문 강제 개방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승무원의 역할은 비상 상황시 승객 안내와 인솔, 긴급 구조 등으로 다양하며, 생수와 같은 여러 물품을 들어 나르는 일도 수시로 해야 한다. 따라서 몸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한 재킷과 치마는 “성 상품화된 이미지”를 강요한다는 점에서도,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다. 

갑질이나 성희롱 등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승무원은 여전히 본연의 업무보다 외모라는 부차적인 요소로 더 많이 판단된다. 여성 승무원에게 강요되는 타이트한 유니폼, 굽 높은 구두, 엄격한 어피어런스(용모 규정)은 대중의 이런 잘못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2013년 인권위가 아시아나항공 측에 내린 권고에 명시되어 있듯, 지나칠 정도로 세세한 용모 규정은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여성을 전제”한다.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다. 

 

노동자를 지켜주지 못하는 작업복: 물불과의 사투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일할 때 입는 작업복에 초점을 두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회를 유지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수노동 종사자들의 현장을 담아낸 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작업복 기획팀은 하수처리장, 쓰레기 소각장과 같은 환경기초시설, 자원순환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비롯해,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필수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특히 주목한다. 

책 3부에 담긴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하 산불진화대원)과 급식 노동자 역시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이들이다. 누군가의 안전과 위생을 지켜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분투하는, 그러나 정작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노동. 몸담는 현장과 하는 일은 전혀 다르지만, 물과 불을 모두 다룬다는 점에서 서로 닮은 구석이 있는 두 노동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게다가 여러 위험 요인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작업복을 지급받지 못하는 환경도 유사하다. 

무엇보다 산불진화대원의 존재는 오래도록 사람들의 관심에서 비껴나 있었다. “산속에서 밤새 불을 끄는 건 거의 우리 비정규직 산림청 산불진화대원인데 언론에 나오는 건 대부분 정규직 소방관이더군요.”(안창영 대원) 산불 현장을 지켜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방대원을 떠올릴 테지만, 실제로 산속 구석구석을 누비며 불을 끄는 것은 이들 산불진화대원이다. 하지만 계약직·무기계약직(공무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 형태는 이들이 적절한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는 이들의 작업복으로 애초 소방대원을 염두에 두었던 작업복 기획팀이 최종적으로 산불진화대원의 작업복 이야기를 담아낸 것도 그 때문이다.

사방이 불길로 가득한 위험천만한 현장인 만큼, 대원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견고하고 튼튼한 작업복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획팀이 만난 대원들은 모두 작업복과 장비에 대한 불만이 컸고, 누군가는 밑창이 다 빠지는 2만 원대 싸구려 신발을 신고 불을 끄다 밑창이 다 빠졌고, 누군가는 앞이 보이지 않는 보안경을 쓰고 진화 작업을 하다 나뭇가지에 눈을 긁혔다. 가장 큰 문제는 소속 관리소별로 천차만별인 제품들이 지급되고 있다는 데 있었다. 진화 장갑, 안전모, 진화복, 안전화 등 전국 각지의 관리소마다 쓰는 제품이 다 달랐고, 가격 차이도 극심했다. 관리 기관인 산림청이 납품 업체들을 대상으로 복제 지침을 제대로 따르는지 등을 엄격히 감독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이는 조달청 공개 입찰을 통해 방화복과 안전장구를 일괄 구매하는 소방서의 품질 관리 시스템이 산림청에서는 아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급식 노동자들의 경우, 음식의 위생에만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막상 일하는 사람은 전혀 보호하지 못하는 작업복을 입고 일한다. 통상 1000인분 이상의 음식이 대량으로 조리되는 급식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과격하고 위험한 일터다. 물과 불이라는 상반된 물질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데다, 칼과 같이 날카로운 조리 도구와 크고 무거운 스테인리스 식기들도 많아 각종 부상과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도 크다. 위생상 청소 역시 중요한 업무여서 각종 클리너를 쓰는데, 클리너로 인해 화상을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데치기, 볶기, 튀기기 같은 본격적인 조리 공정이 시작되면 고온의 기름과 불, 끓는 물이 대량으로 쓰여 위험하지만, 물로부터도, 불로부터도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작업복/장비는 사실상 없다. 

지금의 작업복이 급식 노동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사실을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데,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급식 노동자들은 적절한 보호장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학교 측은 대부분 예산을 핑계로 이런 요구를 외면한다. 위생을 지키면서도 노동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작업복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실현되지 않는 이유다. 더 근본적으로는 인력이 늘 부족한 급식실의 환경 탓도 크다. 통상 학교 급식 노동자 1명이 감당해야 하는 식수 인원은 100명이 넘는데, 서너 시간 안에 수백 수천 명의 식사를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전처리, 조리, 후처리 공정을 분담해 진행할 만한 인력이 없다 보니 결국 한 사람이 공정별로 앞치마와 장갑 등을 계속해서 교체해가며 전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생만을 고수하는 원칙이 급식 노동자에게 ‘작업복 노동’을 떠안기는 셈이다.  

 

‘현장 목소리’ 누락하지 않는 작업복을 꿈꾸며

 

“어머, 저도 말하다 보니 알았어요. 우리 이렇게 입는구나?” 

일할 때 무엇을 입느냐는 질문을 새삼스럽게 여겼던 인터뷰이들은 하나 둘 자신의 작업복 이야기를 꺼내다 어느새 깨달음의 순간에 이르렀다. 그들은 대부분 “입는 사람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작업복, 그리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복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어떤 현장이든 ‘좋은 작업복’을 입고 일하지 않는다는 점만은 같았다.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만이 알고 짚어낼 수 있는 디테일들은 ‘좋은 작업복’에 대한 상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야기가 하나 둘 쌓여갈 때마다 작업복의 이미지는 하나로 수렴되지 않고 오히려 더 잘게 쪼개졌습니다. ‘좋은 작업복이란 무엇일까?’라는 단순한 질문은 여러 인터뷰를 진행하며 점점 복잡한 질문들로 바뀌어갔습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모두 다르기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작업복을 만든다는 건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지난한 일일지 모른다. 노동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작업복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막상 현장에는 해소하기 어려운 딜레마도 많다. 몸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하는 작업복이 활동성은 오히려 저해해 다른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것처럼 하나의 작업복 안에서 서로 다른 기능이 상충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어떤 일을 하든, 좋은 작업복에 가까운 옷을 입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 환경기초시설이든, 산업/건설 현장이든, 서비스 업종이든, 재난 현장이든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가 찾은 일터는 적합한 작업복을 요구하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누락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컸다. 그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인다면, 적어도 입는 것이 더 위험하고 무의미한 작업복이 지급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취재기자 3명, 사진기자 2명,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 2명, 영상 PD 2명으로 구성된 경향신문 기획팀.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2023)를 만들었다. 옷 한 벌을 함께 짓는 마음으로 작업복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냈다. 모두가 안전한 옷, 몸에 맞는 옷, 일에 도움이 되는 옷을 입고 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작업복 기획팀 구성원

글: 김한솔‧김정화‧박하얀
사진: 성동훈‧권도현
뉴콘텐츠(영상): 최유진‧모진수
데이터저널리즘(인터랙티브 콘텐츠): 박채움‧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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