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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쉬운 마음


  • ISBN-13
    979-11-308-2116-0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1-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박병란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시: 근현대 (1900년 이후) , 시형식
  • 키워드
    #한국시집 #시 #시: 근현대 (1900년 이후) #시형식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205 mm, 136 Page

책소개

혹독한 겨울을 지내는 이들에게 온기를 전하는 노래

 

박병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읽기 쉬운 마음』이 〈푸른사상 시선 183〉으로 출간되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상황에서도 시인의 시들은 지나온 시간을 토대로 현재의 삶을 견지하고 있다. 고통과 슬픔에 함몰되지 않고 맞선 시인의 노래는 혹독한 겨울을 지내는 이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해준다. 

 

목차

제1부 없는 사람이 되었다가 그게 나쁘지만은 않아서

케냐의 나비 떼처럼 아름다웠다 / 여름 식탁 / 해를 만나는 방식 / 덕무 / 그루밍 / 비둘기 무용수 / 리스본의 산책자 / 부록(Anexo) / 앵두와 메리와 똥 / 흰죽 / 봄밤 / 맨드라미 / 계속 이야기를 해봅시다

 

제2부 우리는 잠시 우리를 남겨놓고

Preserved flower / 여름방학 / 서쪽의 말들 / 폭설 / 제라늄이 모여 있다 제라늄들이 있다 / 고등어의 무늬 / 토마토에 토마토에 토마토가 / 우산은 우산을 반복한다 / 운다 / 파치 귤 / 혼자였어 / 소음 사냥 / 끝끝내 오지 않아서

 

제3부 꿈속에서 나중까지 오갔다

꽃 이름 대기 끝말잇기 / 선흘의 시간 / 검은 것이 검다고 할 수 없을 만치 끝없어서, 세화 / 가와라마치의 노을 / 감포 / 화엄 / 나의 전부를 알았더라면 / 페와, 에서 / 여름의 감정들 / 닮아간다는 건 얼마나 달콤한 범죄인가 /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 산사나무에 묶어라 / 백조자리 / 어제는 칡꽃

 

제4부 시를 낭비한 이마가 여기 있습니다

포항초 / 여름에는 여름의 항구를 가지자 / 백합병동 / 내가 아는 숲은 다 졌어요 / 세 박자 쉬고 울고 세 박자 쉬고 귀 열고 / 나는 누구의 최초인가요 / 다시 올 거라는 말 / 거북은 거북이가 될 수 있다 / 물 위의 집 / 모서리 허물기 / 사직서 / 읽기 쉬운 마음 / 살구나무 정거장 / 겨울 산과 딸기와 소란들에게 / 웨이터는 어디서 왔습니까

 

작품 해설 : 존재와 부재의 계절을 몸으로 쓰다 - 최은묵

 

본문인용

여름 식탁

 

사라지는 식탁이 있습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날벌레가 있습니다

사라지는 기분이 있습니다

 

기분은 왜 아침부터 시작될까요

 

없는 너를 부르다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가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아서

한꺼번에 몇 가지 기분이 되어보는 우리는,

 

아침에 사라지는 식탁을 찾습니다

 

사라지는 것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날벌레로 여름 날씨로 없는 사람으로

고등어 통조림을 싣고 들것처럼 사라지는 식탁은 몇 가지 기분일까요

 

여름 기분은 아침 다르고 저녁이 다른

침엽수림의 날씨 같아서

없는 사람이 되었다가 없는 너를 찾다가

 

 

나의 전부를 알았더라면

 

우기를 맞은 사원이 붐비기 시작했다 파초 그늘 아래 돌을 젖히고 풀을 뽑는 남자 물을 떠 돌을 닦는 남자 목덜미에 흐르는 땀방울에도 일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그대를 견디는 일을 너무 오래 앓아서 이끼의 온도를 잊었다 젖어 드는 발목을 숲에 두고 향신료 창고의 오색 가루처럼 시시각각 들뜨는 나를 달랜다

 

비의 주파수를 연주하는 숲의 선율

열대의 눈물 양동이에 꽂히는 비

단 한 번뿐이기에 그대를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다

 

너무 많아 모르는 나무가 내 몸에 흐르는 네가

아무도 없는 먼 곳에서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내가

 

산짐승의 목을 비틀어 피를 바치는 행렬이 오후의 염원을 새기는 이곳 재단에 놓인 풀반지는 잊기로 하자 죽은 신과 눈을 마주치는 일에도 허술해서는 안 된다 숲은 무분별한 일요일의 낙담 같고 침묵보다 아름다운 말이 있었다면 

 

나의 전부를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사람 빗소리가 사원을 에워쌀 때쯤 비가 그친다 일을 마친 남자는 돌을 등에 지고 집으로 간다 끝내지 못한 말들은 잠시 우리에게 남겨놓고

 

 

읽기 쉬운 마음

 

우리는 왜 그토록 화가 나서 각자 문을 닫았나. 말하다 말고 서로를 남겨둔 채 하루 번갈아 하루씩 입을 다물고, 건드리면 걷잡을 수 없이 연약한 내용물이 쏟아져 나왔다. 부목처럼 힘이 다 빠져 언제 휩쓸릴지 모르는 우리, 형편없이 덧댄 쪼가리같이, 저만치 벗어던진 신발 한 짝같이, 함께 살아도 같은 마음인 적 있었나. 어쩌자고 일요일마다 비가 내렸나, 누가 보지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문이 없는 곳에 매단 달력처럼 어디서 노크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을, 병은 아픈 것이 아니라 서러운 것, 병을 얻고부터 하루도 슬프지 않은 날이 없었다. 너무 멀쩡해도 너무 아파도 우린 제대로 설 수 없을 거야, 하나에서 열까지 세는 동안 방문 앞을 서성이는, 읽기 쉬운 마음이 모여 사는 섬, 물음표와 감탄사를 한 몸에 지닌 까닭에 때때로 그 마음은 자주 들켰다.

서평

추천의 글

 

아프다. 아름답지만 차갑다. 유리창에 달라붙은 성에의 아름다움이다. 곳곳에 ‘여름’을 펼쳐놓고 있지만 잇몸 시리게 하는 감정이 자못 얼음의 파편으로 흩어져 있다. “비구름을 몰고 오던 불안”(「여름의 감정들」)과 “날마다 저주를 배달”해주는 “울음의 주문서”(「산사나무에 묶어라」), “물 한 모금에도 허락이 필요”한 통증(「백합병동」)을 견뎌야 하는 참혹이다. 하지만 놀라워라, 시인은 그 차가움을 녹여 마침내 여름의 뜨거움을 주조해낸다. “심지 같은 믿음의 뼈 사이로 살을 도려내” 간(「고등어의 무늬」) 너를 이겨내고, “없는 사람이 되었다가/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여름 식탁」)은 사태를 만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은 원래 쇠 맛을 지닌 밑동 붉은 포항 시금치 같은 사람, 선한 것에 무작정 무릎 꿇는 따스한 사람이었던 것. 그리하여 시인은 이윽고 흉방에 위치해 길방을 가리키는 어떤 별처럼 주름의 안쪽으로 깊숙이 자리 잡는다. 극심한 고통과 슬픔과 외로움을 연료로 이웃의 혹독한 겨울에 따스한 온기를 전한다. 마음 시린 이들이여, 시인이 안간힘으로 끓여낸 이 ‘흰죽’ 한 그릇으로 절절한 사랑의 아픔을 끝내 녹여내시라.  ― 장옥관(시인)

 

 

 박병란 시인의 시가 보여주는 매력과 미덕은 정려한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 “흰죽같이 말없이 내 앞에 앉으시”(「흰죽」)는 시상을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마치 빗방울이 창을 여리게 두드리듯이. 뿐만 아니라 시의 음성에는 사색의 정교한 내용이 담겨 있다. 박병란 시인은 “내 몸에 흐르는 너”(「나의 전부를 알았더라면」)를 관심 있게 노래하는데, 이때의 ‘너’는 가변적이다. 그것은 나를 포함해 이 세계와 모든 존재가 언제든 바뀔 준비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지거나 미래의 시간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과 그런 예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가 오거나 오지 않아서 헤매는 마음의 들녘을 이 시집은 가만히 보여준다.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내 마음의 공간인 나의 들녘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 문태준(시인)

 

저자소개

저자 : 박병란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2011년 『발견』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우리는 안으면 왜 울 것 같습니까』가 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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