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잠시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조금 전 일도 깜빡거리는 내가 뇌 없는 허수아비가 된 건 당연해.’ 진우는 평소보다 더욱 가볍게 느껴지는 머리를 푹 숙였다. ‘늘 걱정과 두려움만 앞서는 내가 용기 없는 사자가 된 건 당연해.’ 보라는 갈기 달린 머리를 떨구었다. 태호는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신의 양철 가슴을 슬쩍 두드려 보았다. 정말 심장이 없는지 ‘텅텅’ 빈 깡통 소리가 울려 깜짝 놀랐다. _32p
“세상에, 어린아이들까지 서쪽 마녀의 가짜 뉴스에 물들고 말다니. 너희들 《윙키뻥키 신문》을 보았구나.” 아이들은 아까 주운 신문을 다시 펼쳐 보았다. 신문의 제호 부분에 ‘윙키뻥키’라고 쓰여 있었다. _68p
“초록 안경을 쓰면, 온통 초록 세상…….” 진우가 중얼거렸다. “《윙키뻥키 신문》을 보면, 서쪽 나라는 천국…….” 태호도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무언가를 통해서 보는 가짜 모습을 진짜라고 믿는 거야.” 보라가 말했다. _82p
“멋대로 자유를 빼앗고, 알 권리도 빼앗고, 재판받을 권리도 빼앗고! 우리가 이 모든 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태호가 말하자, 진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진실을 밝히는 기사를 써서 신문을 만들자!” _113p
“여기 다른 신문들도 있어. 그런데 기사의 대부분을 빨간 펜으로 쫙쫙 지워 놨어. 만약 지운 문장을 되살려서 신문을 발행한다면 신문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적혀 있어. 이렇게 간섭을 하니 진실을 전하려는 기자들이 점점 힘을 잃었겠지.” _63p
정치면은 서쪽 마녀 정치 잘한다, 경제면은 서쪽 마녀 덕분에 잘살게 되었다, 사회면은 서쪽 마녀가
만든 감옥 덕분에 범죄가 줄었다. 와, 이렇게 쓰기도 힘들겠다. _66p
취재와 기사 작성도 어려웠지만 신문을 편집하는 일도 쉽 지 않았다. 넣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어려웠다. 아이들은 어디 를 강조할지, 무엇을 덜어 낼지, 어떻게 하면 보기에 편할지 거듭 고민하면서 기사와 사진을 요리조리 배치해 보았다. _7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