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루 먹겠다는 약속은 지키기 어렵겠습니다.
내키는 것에 먼저 손을 대야겠습니다.
맛없는 것이 약이 된다는 권고는
들은 자체로 약발을 받은 것으로 치겠습니다.
몸이 원하는 맛에 반응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마음이 지정해 주는 풍미를 따라가야 건강해집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갓 채집한 신선함으로 요리의 품격을 높였다지만
미각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먹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사는 맛을 제법 잘 소화하고 탈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들려오는 말들을 선별해 섭취하고 과식은 금물입니다.
감칠맛으로 중무장한 소식일수록 영양가가 없습니다.
화려한 플레이팅으로 관심을 끄는 말잔치에
줏대 없이 속지 않아야겠습니다.
나는 관심을 끌어들이는 보약 같은 유혹에
맞서려 하지 않고 굴복하는 편식주의자입니다.
- 편식주의자 -
함부로 그대의 이름을 부르지 않겠습니다.
소중함을 흔한 반복어로 몰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의 이름은 기다림을 마치는 날까지
맞이하고 다시 마주쳐도 설렘을
가차 없이 놓을 수 없는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꽃비가 내리기로 이름난 장소에 가서는
그냥 꽃의 이름만 부르면 되겠습니다.
새벽이 오는 길에 서면 여명에 깔린
고깔빛을 마중하면 되는 것이지요.
오후의 바람이 날라 온 꽃잎은 한데 모아
꽃사슬을 만들어 손목과 발목에 걸치고
잡지 않아도 도망칠 수 없도록 늘어뜨릴 뿐이지요.
그대 이름을 섞어 부르려 하다 빨리 가려는
봄의 속도전에 말려 꽃소식이 오려다 막혀서
흩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꽃이 피고 나선 이후에 지는 날이 한참 지나서까지
그대의 이름이 나에게 머물러 있기를 간절하며
홀연히 왔다 가는 봄날의 정점처럼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 벚꽃마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