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작가 탄생 90주년 기념 〈하근찬 전집〉 최초 출간★
★2023년 하근찬 전집 3차분 발간★
제4권 『화가 남궁 씨의 수염』,
1978~1988년 발간된 14편의 단편작품 수록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소설가 하근찬,
그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다
한국 단편미학의 빛나는 작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에서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 전집〉을 전 22권으로 간행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하근찬의 소설 세계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근찬의 등단작 「수난이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져온 민중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치유한 수작이기는 하나, 그의 문학세계는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하근찬은 「수난이대」 이후에도 2002년까지 집필 활동을 하며 단편집 6권과 장편소설 13편을 창작했고 미완의 장편소설 3편을 남겼다. 하근찬은 45년 동안 문업(文業)을 이어온 큰 작가였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는 하근찬의 작품 총 22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원본과 연보에 집중한 충실한 작업,
하근찬 문업을 조망하다
하근찬 문학세계의 체계적 정리, 원본에 충실한 편집, 발굴 작품 수록, 작가연보와 작품 연보에 대한 실증적 작업을 통해 하근찬 문학의 자료적 가치를 확보하고 연구사적 가치를 높여, 문학연구에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근찬 문학전집은 ‘중단편 전집’과 ‘장편 전집’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단편전집’은 단행본 발표 순서인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을 저본으로 삼았고,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하근찬의 작품들도 발굴하여 별도로 엮어내어 전집의 자료적 가치를 높였다. ‘장편 전집’의 경우 하근찬 작가의 대표작인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산에 들에』뿐만 아니라, 미완으로 남아 있는 「직녀기」, 「산중 눈보라」, 「은장도 이야기」까지 간행하여 하근찬의 전체 문학세계를 조망한다.
4권 『화가 남궁 씨의 수염』
하근찬의 시선으로 바라본 주변의 소소한 일상들
제4권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은 1978~1988년 사이 발간된 단편소설 14편이 수록되어 있다. 하근찬의 1950~1960년대 초기작들이 민족 공동체와 운명을 같이 하는 개인의 비극을 조망했다면 『화가 남궁 씨의 수염』에 실린 14편의 작품은 개인의 일상을 기록한 작품들이다. 특히 하근찬은 제국의 식민 지배로 근대적 민족국가 형성이 좌절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족적 전통 문제를 개인의 일상과 연결하여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전통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하근찬의 태도를 잘 드러낸 표제작 「화가 남궁 씨의 수염」과 「조상의 문집」 외에도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룬 「공예가 심 씨의 집」과 「고도행」, 전쟁기억이 ‘유령’으로 등장하는 「소년 유령」과 「유령 이야기」는 물론, 하근찬의 시선으로 바라본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이국(異國)의 신」, 「화초 갈무리」, 「잉어 이야기」, 「바다 밖 2제」, 「겨울 저녁놀」, 「두 축하연」, 「산길을 달리는 오토바이」, 「탈춤 구경」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해설에는 권경미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참여하여 기존 연구 성과에 현대적 관점을 더함으로써 현재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표제작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의 화가 ‘남궁’은 고향을 지킨 종손이자 ‘너불너불’한 수염을 지니고 있는 자신의 조부를 점잖게 나이 든 노인의 표상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조부와 부친의 수염 그리고 자신의 수염을 비교하며 종손의 사명을 다할 때 이상적인 노인의 형색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하는 ‘남궁’. 그의 이러한 생각은 전통 수호에 대한 하근찬의 긍정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유령 이야기」는 1970년대 말, 1980년대에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전쟁으로 일어난 비극, 아픔, 비참함의 흔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근찬은 전쟁의 참혹함은 어린이와 여상과 같은 전쟁 취약층에게 가장 큰 피해가 있었음을 소설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 취약층을 유령으로 등장시켜 전쟁기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역사에서 지워진 채로 희미하게만 드러나는 흔적을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