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그레이 1 무지개 마법의 비밀』은 온갖 신비한 마법과 상상력이 넘쳐 나는 판타지 동화이지만 이야기 속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아이다. 주인공 레이 그레이는 모두가 특별한 마법을 가진 세상에서 혼자만 마법 능력이 없다. 이처럼 누구나 눈에 뻔히 보이는 장애나 결핍이 없더라도 누구나 ‘나는 남과 다르다’, ‘나만 없다’, ‘나는 남보다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레이 그레이는 그런 면에서 너무나 평범한 우리들 자신 하나하나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레이 그레이는 지구의 날씨를 관리하는 하늘의 섬, 웨더랜드에 사는 여자아이다. 워낙 밝고 명랑한 데다 천방지축 예측 불가한 성격을 가졌다. 버려진 불량 구름 고양이를 타고 다니며 위험천만한 불시착을 하는가 하면, 마법 사회와 어른들로부터 금지된 일이라 하더라도 필요하다 판단되면 일단 하고 보는 불도저 같은 면을 지녔다. 이처럼 레이의 마음 밑바닥 깊은 곳에서는 혼자만 남들과 달라서 방황하는 마음과 초조함이 가득하다. 자기가 진정 어떤 존재인지 의미를 찾고, 잠재된 가능성을 찾아내 꿈꾸고 싶어 한다. 누구나 여느 아이들과 같은 레이의 모습에 공감하면서 이야기에 푹 빠져들 것이다. 그렇게 레이는 마법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지구 탐험가의 꿈을 품게 된다.
그러나 레이는 꿈꾸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남들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어 한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무모한 모험을 말려 보지만 레이는 듣지 않는다. 그만큼 죽을힘을 다해서였을까? 레이는 그렇게 지구로 가서 천 년 전, 고대에 사라진 무지개 마법을 얻게 된다.
순식간에 웨더랜드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된 레이는 더 이상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에 자기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 레이에게 책임감이 생겼다. 무지개 마법을 지닌 날씨족의 일은 하늘과 지구 사이에 무지개 다리를 놓듯 평화와 균형, 조화를 이루는 일이었다. 지구의 나무족과 힘을 합해 사악한 로그들이 파괴하고 있는 지구의 숲을 구해야 했다. 숲을 구하는 일은 지구와 생명, 웨더랜드를 구하는 일이며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을 구하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레이는 숲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순진한 마음으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느리고 실수투성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레이는 무지개처럼 희망을 품고 용기 있게 일어나 숲과 지구, 하늘을 구해 낸다.
하지만 레이는 결코 저 혼자서 이뤄 낸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한꺼번에 엄청난 힘을 얻게 되었을 때, 그것을 옳은 일에 쓸 수 있었던 것은 레이의 모험에 함께해 주고 응원해 준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의 우정과 희생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 있었던 지구 탐험가 라 블레이즈가 어둠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 책의 주요 주제인 환경 이야기도 주의 깊게 살필 만하다. 저 하늘 구름 위에 둥둥 뜬 섬, 웨더랜드가 있고 그곳에 사는 날씨족들이 날씨 마법을 부려서 지구의 날씨를 조종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다. 아이들에게 날씨와 환경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게 할 터다. 태양과 눈, 비와 바람, 구름과 천둥번개는 모두 지구 환경에 꼭 필요한 것이다.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부족해도 안 되는 딱 알맞은 정도의 햇빛, 눈과 비, 바람, 구름과 천둥번개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알맞은 날씨 덕분에 지구의 나무들은 푸르게 자라고 그 나무들 덕분에 우리들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이야기 속 로그와 같은 가뭄, 홍수, 폭풍, 온난화 등의 불안정한 날씨는 지구의 숲과 나무들과 생명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한다.
이 이야기 속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지구의 생명들과 나무들이 파괴될 때 슬픔을 느낀다. 그러한 슬픔이 모이고 모이면 아주 검고 진한 어둠의 정수가 태어난다. 그 어둠의 정수는 모두가 의지하고 사랑하는 지구 환경을 점점 더 파괴하는 힘을 지녔다. 파괴된 환경은 인간 사회마저 파괴해 사람들이 삭막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 한다. 어둠의 정수는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악한 자들에 의해 더욱 진해지고, 지구를 휘몰아치는 폭풍에 내내 휩싸이는 죽음의 행성으로 바꿔 버린다. 우리의 주인공 레이는 친구와 가족뿐만 아니라 적의 도움과 희생, 이해와 연대로 마침내는 숲을 구하고 지구 환경과 자기 자신까지도 구해 낸다.
이 이야기의 지은이 로라 엘렌 앤더슨은 이처럼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과 환경 파괴가 아이들에게서 무엇을 앗아갈지를 판타지 동화를 통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 준다. 또한 갖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어둠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힘을 옳게 쓰는 희생과 용기, 도전과 성장에 대해서도 보여 준다.
지은이는 이야기 속에 톡톡 튀는 유머와 상상력도 빼놓지 않았다. 천방지축 주인공 레이의 구름 고양이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방귀를 뀌며 펑 터지곤 한다든지, 레이의 친구 스노든이 샌드위치를 먹으려 할 때마다 물벼락을 맞는 장면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풍성한 머리카락 속에 온갖 공구를 꽂고 다니는 구름 건축가 엄마가 구름에 매달린 집을 수리하는 등 지은이가 페이지마다 직접 그린 개성 넘치는 그림도 흥미진진하다. 구름 꼬투리에서 평생 함께할 구름 동물을 고르는 구름족의 이야기, 빨리 먹지 않으면 터져 버리는 새파란 우르릉 빵이라는 놀라운 상상력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또한 공중의 구름 징검다리를 성큼성큼 뛰어 스카이 마법 학교로 향하는 날씨족 아이들의 모습은 여느 아이들과 똑 닮았다.
무엇보다도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마법을 온몸으로 뿜어내며 세상의 불합리를 단칼에 해결해 버리는 레이 그레이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되고 속 시원하다. 이 작품의 매력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숨어 있던 재능을 찾아낸 레이에게 여전히 더욱 놀라운 미래가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한껏 품고 있는 레이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레이는 자신 안의 더 많은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고 찾아 나가는 내면의 모험에도 풍덩 뛰어들 진정 용기 있는 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