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공연이 폭넓은 관객의 호응을 받으며 성공을 거두자, 이를 못마땅히 여긴 공식 극장 코메디 프랑세즈와 왕립 음악아카데미는 계속 사법적 수단을 이용하여 장터 흥행사들을 탄압했다. 극을 연기하는 것은 코메디 프랑세즈를 위협하는 것이었고, 공연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그것에 대해 유일한 특권을 가진 왕립 음악 아카데미(현재의 국립 파리 오페라)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통 연극을 하던 코메디 프랑세즈는 말하는 특권을, 오페라와 발레를 올리던 왕립 음악아카데미는 노래하고 춤추는 특권을 주장했기 때문에 장터 극단들은 그들에게 가해진 온갖 사법적 통제에 대항하여 곡예에 말, 노래, 춤을 섞을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했다. 이러한 핍박 때문에 장터 공연은 온갖 종류의 웃음이 있는 다양한 장르와 형태들을 창조하게 된다. 독백극, 게시문 극, 팬터마임, 보드빌 등과 같이 오페라 코미크도 그 발명품 중 하나이다. 장터 공연에 오페라 코미크라는 공식적인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된 것은 1714년 12월 26일 장터 공연의 두 명의 기획자인 카트린 바롱과 고티에 생테드므 부인에 의해서이다.(25~26쪽)
일반적인 의미의 오페라 코미크는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요소를 가진 ‘희극 오페라’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이는 특정 국가나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널리 쓰이는 일반적인 용어다. 반면 프랑스 고유 장르로서의 오페라 코미크는 단순히 ‘희극적인 것’만을 특성으로 규정할 수 없다. 물론 이 장르 역시 18세기 초 프랑스에서 유행한 희극적 뮤지컬 극에서 비롯되었고, 초기에는 주로 웃음을 유발하는 가벼운 작품을 의미했다. 그러나 발전 과정에서 희극성보다는 오히려 ‘노래와 대사가 섞여 있다’는 음악 형식적 특징이 본질이 되었다. 오페라는 극 전체가 노래로 이루어져 있지만, 프랑스 고유 장르로서의 오페라 코미크는 말로 하는 대사(연극)와 노래가 어우러진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일반 오페라와 뚜렷이 구별된다.(26쪽)
이처럼 오페라 코미크의 스토리텔링은 시대를 거듭하며 감정과 윤리, 사회와 상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그 층위를 확장해 왔다. 초기 장터극의 해학적인 유희에서 출발한 이 장르는 점차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공론의 장으로 진화했다. 대사와 음악이 상호보완하며 긴밀하게 통합된 이 독특한 형식은 관객에게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과 의식에 대한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했다. 결국 오페라 코미크는 극장을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감정과 서사가 흐르는 공동체적 소통의 장으로 일궈낸 대표적인 예술 양식이라 할 수 있다.(74~75쪽)
파바르의 활동은 오페라 코미크가 대중 오락에서 벗어나 문학성과 음악성을 갖춘 프랑스 고유의 극장 장르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후 스덴, 루이 앙솜, 스크리브 등 후속 대본 작가들은 파바르가 다듬어 놓은 구조 위에 섬세하고 극적인 서사를 도입한다. 파바르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장터의 정서와 궁정 취향을 조화시켜 결과적으로 오페라 코미크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장르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한 작가로 평가된다. 프랑스 대혁명이 무르익던 1792년에 생을 마감한 파바르는 자기 작품을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오페라 코미크라는 장르의 탄생, 성장, 제도화를 이끈 창조적 선구자였다. 그의 이름은 오늘날에도 오페라 코미크 극장 앞에 붙은 ‘살 파바르(파바르 극장)’라는 명칭을 통해 기념되고 있다.(92쪽)
결론적으로 〈카르멘〉은 오페라의 형식과 주제, 미학 전반에 근본적인 전환점을 가져온 작품이다. 고귀한 영웅이나 귀족적 서사에 국한되었던 오페라의 시선을 길거리의 하층민과 본능적 욕망, 주체적인 자유의지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카르멘이라는 인물은 오페라 역사상 가장 강렬한 여성상 중 하나로, 타인의 시선이나 교훈적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현대적 주체성을 보여준다. 〈카르멘〉은 오페라가 감상용 오락을 넘어 현실의 모순과 인간의 실존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강력한 예술적 매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걸작으로 남아 있다.(247~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