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p. ‘서머힐Summerhill School - 자유와 책임을 가르치는 학교(영국)’ 중에서
서머힐은 한국 대안교육 초기 현장에도 매우 큰 영향을 준 학교다. 서머힐의 자치회의, 기숙형 공동체 생활, 자유와 책임의 가치, 학생 중심 교육철학 들은 한국의 많은 대안학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태국에도 서머힐 자유 사상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들이 있다. 20세기 교육사에서 중요한 흐름이었던 Rudolf Steiner의 발도르프 교육, John Dewey의 경험주의 교육철학, 그리고 니일의 자유교육은 오늘날 세계 민주교육 현장 속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한국 대안교육 현장 역시 그 흐름 속에 있다. 나 역시 대안학교 교사로 살아가기로 마음먹던 시절, 서머힐과 니일의 책을 아주 열심히 읽었다. 니일에게 영향을 준 Homer Lane의 이야기도 찾아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과 교사의 역할에 대해 오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니일은 말했다.
“문제아동은 없다. 다만 문제 부모와 문제 교사가 있을 뿐이다.”
“어린이를 학교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학교를 맞춰야 한다.”
76p. ‘올버니프리스쿨Albany Free School - 민주교육의 지속가능성을 묻다(미국)’ 중에서
서머힐의 교육철학에 영향을 받아 1969년에 메리 루가 설립한 올버니 프리스쿨은 뉴욕의 한 작은 가정집에서 시작됐다. 작은 학교는 기존의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었다. 창립자 메리 루 Mary Leue는 아들이 겪었던 학교의 좌절을 목격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시험, 성적, 정해진 교과가 없는 작은 학교는 당시에는 파격이었고, 아이들에게 ‘배움의 힘’을 돌려줬다. 이는 당시 미국 대안 교육 운동의 상징이 됐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올버니 프리스쿨은 또 한 번의 파격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 백인 학생들로 구성되었던 학교는 최근 몇 년간(2022년~현재까지) ‘허드슨/캣스킬 주택 연합(HCHC)’과의 협력을 통해 학생 구성이 지역 저소득 흑인 및 라틴계 가정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는 학교가 지역사회 현실과 밀착하는 계기가 됐지만, 이 과정에서 재정적 어려움과 다수의 백인 가정들이 떠나며 학생 수 감소라는 새로운 위기를 불러왔다. 현재 올버니 프리스쿨은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 있다.
155p. ‘키노쿠니Kinokuni Children’s Village와 TDU - 숲과 프로젝트가 교과서가 되는 학교(일본)’ 중에서
키노쿠니학교의 교육철학은 세 가지 원칙으로 설명된다.
첫째는 자기결정의 원칙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선택한다.”
둘째는 개성존중의 원칙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 다양하게 학습한다.”
셋째는 체험학습의 원칙이다.
“행함으로써 배운다.”
이 원칙은 교실 벽에 붙어있는 구호가 아니라 학교 전체의 문화로 살아 있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학교가 시간이 지나도 철학을 잃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혁신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유교육이 단순한 방임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 교사들은 오랫동안 토론하고 교육 내용을 새롭게 갱신하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130여 명의 전교생이 참여한 전체 회의였다. 종소리가 울리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시간을 맞추어 모였다. 회의는 놀라울 만큼 평화롭고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했고,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교사들은 회의를 통제하지 않았다. 필요할 때 조용히 방향만 잡아줄 뿐이었다.
192p. ‘슈마허컬리지Schumacher College -작은 것이 아름답다, 학교와 지역을 연결하다(영국)’ 중에서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건물이 주는 포근함이 먼저 다가왔다. 큰 거실은 마치 공동체 가정집 같았다. 화려함도 거대함도 없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품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학교 설립자 가운데 한 사람인 통합과학자 스테판 박사와 마주 앉아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과학자 James Lovelock과 함께 ‘가이아 이론’을 연구해온 학자였다.
스테판 박사는 슈마허컬리지의 정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류 대학들이 지구를 파괴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생태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그의 말 속에는 오늘날 대학 교육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담겨 있었다. 더 많은 성장, 더 빠른 생산, 더 강한 경쟁을 가르치는 교육은 결국 생태위기의 공범이 되었다는 것이다.
슈마허컬리지는 그 반대 방향을 향한다. 이곳에서는 자연과 인간, 영성과 노동, 감성과 지성을 분리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함께 요리하고, 농사를 짓고, 청소를 하며 살아간다. 배움은 강의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몸과 관계와 공동체 전체가 교육의 장이 된다.
237p. ‘맑은샘학교 - 자연 속에서 일놀이와 글쓰기로 삶을 가꾸다(한국)’ 중에서
맑은샘학교 는 2005년 시작된 물이랑작은학교를 바탕으로 2007년 다시 문을 열었다. 이오덕 교육사상과 생태주의를 바탕으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배우고 자라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왔다. 학교의 첫 번째 철학은 분명하다.
“어린이가 제 삶의 주인이다.”
이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맑은샘학교 아이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가는 힘을 배우며 살아간다. 먹고, 입고, 자고,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을 익히고, 자연과 사람 속에서 몸으로 배운다.
스무 해 가까운 시간을 맑은샘 아이들과 함께 살아오며 나는 학교가 단순히 공부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는 걸 날마다 배워왔다. 학교는 삶의 공간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자라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