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심리적으로 완전한 침몰 상태가 되는 걸 막아주는 게 여행이지 않나 싶었어. 남들은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떠난다지만 나는 나라는 인간자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좋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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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충분히 한산하고 빈 벤치도 넘치도록 많은데. 이를테면 저 분수 너머, 낙엽이 충분히 쌓여 푹신하고 넓은 곳에서 쉬어도 될텐데. 굳이 딱딱한 보도블록이 깔린 내 쪽에 와 눕는다는 게 참, 사람 마음을 흔들더라고. 너도 혼자서는 자기 싫은 모양이구나, 그래. 나도 등받이에 모로 기대어 눈을 감았어. 이따금 눈을 떠도 여전히 녀석은 곁을 떠나지 않고, 그럼 안심하고 다시 졸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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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모습을 보며 왁자하게 웃고, 사진을 보며 감탄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마다 새로운 풍경 조각을 눈에 담으며 행복해하고.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깨달았어. 결국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건 찰나라는 걸. 몇 시간 뒷면 나는 다시 트빌리시로 돌아가 있을 테고, 며칠이 지나면 조지아를 떠날 테고, 몇 주 뒤에는 다시 고정된 일상 속으로 돌아가 있을 테니까. 그러니 목 막히는 건빵 속 별사탕이나 다름없는 이런 순간을 굳이 마다하지는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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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내가 그냥 훌쩍, 마음 내키는 대로 떠난다고 생각하지. 현실에 찌들어 사는 자기들보다 내가 훨씬 낭만적이라면서.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야. 다들 내가 얼마나 고민하고, 일이 뜻대로 안 풀릴까 걱정하는지 모를 테니까. 그렇기에 여태껏 내가 떠난 여행은 자유로운 청춘의 한 조각이라기보다는 새 판로를 뚫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지닌 샐러리맨의 고행길에 더 가까웠어. 실패가 두려우니 일정을 철저하게 준비해. 문제가 생길 경우까지 고려해 대체 계획을 짜. 여행은 숨 쉴틈 없이, 쫓기듯 하지. 그러니 느긋함이 있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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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부터 너무 기가 막힌 날이었어. 꿈결처럼 말간, 베이킹 파우더를 양껏 넣어 부풀린 것만 같은 뭉게구름이 하늘을 반쯤 차지한 채였지. 그 아래로는 므트크바리 강변의 절벽이 펼쳐졌고, 그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나무들. 담쟁이로 뒤덮인 아치 장식의 발코니. 엄마손에 붙들려 아이스크림을 먹는 꼬맹이까지.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그 광경 한가운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절벽에 위태롭게 붙어 지어진 정교회 성당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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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나라의 수많은 지역과 삶의 모습과 아이러니 중 극히 일부만 경험했을 뿐이야. 그렇더라도 조금은 소리 높여 말해보고 싶었어. 조지아가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그렇기에 감히 주제넘음 표현이지만 어쩌면나와, 우리와 닮아있다는 걸. 그러니 이 나라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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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끝내 조지아를 좋아하게 됐어. 아니, 사랑한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왜? 어두운 부분이 존재할지언정 밝은 부분이 늘 그 속에 파묻히는 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줬거든. 만약 내가 일견 완벽한 나라, 발전하고 번화하며 흥청거리기만 하는 국가에 갔더라면 과연 이렇게 됐을까? 조지아는 그런 면에서 특별했어. 꼭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준 거나 다름 없으니까. 오히려 그 선명한 단점들 덕분에 내가 이 나라에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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