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평면표지(2D 앞표지)
입체표지(3D 표지)
2D 뒤표지

오래된 아침


  • ISBN-13
    979-11-308-2371-3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3,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4-1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안준철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시집 #시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205 mm, 128 Page

책소개

연둣빛으로 반짝이는 생의 실록

 

안준철 시인의 시집 『오래된 아침』이 푸른사상 시선 224로 출간되었다. 시인의 오랜 사유와 언어의 결정체인 작품들은 연둣빛 실록이다. 관조와 성찰의 시간 속에 미래의 죽음까지 넘어서는 삶의 가치를 담고 있다. 깊은 시간성을 통과 중인 시인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영혼의 발자취는 정갈하고 아름답다. 

목차

제1부  

눈꽃 / 오래된 아침 / 꽃보다 폐허 / 연두 / 등짝 / 나의 애마 첼로를 타고 / 두 여자 / 할머니의 돌 / 어떤 작명 / 오후 / 첫, 분홍 / 산길 쓰는 남자 / 여름숲에서 / 역전시장 정류장에서 / 명태대가리전 / 공지

 

제2부  

의자 / 저녁이 한 일 / 강아지풀을 위하여 / 서리꽃 / 매화나무 근황 / 당번 꽃 / 간절함이란 / 봄을 훔치다 / 나는 꽃이다 / 정체성에 대하여 / 행복 / 살붙이 같다는 말 / 비와 거미줄 / 손님 / 발바닥 꽃 

 

제3부  

다시, 여수 동백 / 맨발의 사랑 / 꿀차 / 정자나무집과 가을과 하루살이 / 이중주 / 저녁이라는 장르 / 잠이 눈처럼 와주기를 / 사랑이의 가을 / 강천사 가는 길 / 나뭇잎 얼굴 / 죽은 물고기를 위한 노래 / 다음에 궁남지에 올 때는 / 착시 / 황홀의 시 / 내 안의 하양

 

제4부  

첫차 / 징검다리 / 가슴으로 한 말 / 무용(無用)에 대하여 / 쇠의 침묵 / 쌀죽 / 비를 혼자 놀게 두고 / 잠자리와 고요에 대하여 / 노란 킥보드의 노숙 / 꽃을 보고 온 날 / 관람료 / 흔한 가을 / 그루터기 그림자 / 공백기 / 이른 봄 / 꽃들의 영정사진

 

▪ 작품 해설 : 이 깊은 시간성의 언어 _ 오민석

 

본문인용

오래된 아침

 

아침 일곱 시 반

밤새 내 투정을 받아주느라 흐트러진

이부자리 가지런히 해놓고

아침에 눈 뜨기가 무섭게

읽어댄 책도 제자리에 얌전히 두고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이렇게 내 발로 걸어 나와

아침을 맞으러 갈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한 달 두 달은 아니겠고

일 년 이 년도 아니겠고

그 이상은 모르겠고

 

십 년인들 이십 년인들

살아온 날을 생각하면

눈 깜짝할 새겠지만

딴은, 이월에서 삼월이 얼마나 멀더냐

헐벗은 가지에서 새 움이 돋고

매화에서 살구꽃까지가 얼마나 멀더냐

 

어젯밤 운동장을 돌다가 말고

맨발로 서서 본 별빛은

멀고도 먼, 아슬하고도 아슬한

과거의 과거의 과거가 보내온 윙크인 것을

저 우주 끝에서 막 당도한

이 오래된 아침이라니!

 

 

연두

 

이런 생각을 왜 처음 해보는 것인지

 

사흘 전, 귀 빠진 날이었다 

오랜만에 동네 뒷산에 올랐다가

어머니 생각이 난 것인데

연두 때문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머니도 날 낳으시고

며칠 뒤라도 몸이 우선해져서는

마당에 나오셨다가

연두를 보셨겠구나

 

나도 어머니에겐 연두였겠지만

아니, 내가 더 연두였겠지만

먼 산의 연두보다도

더 연두였겠지만

 

아, 당신 품 안의 연두와

봄 산 먼발치의 연두를

번갈아 바라보셨겠구나

 

갓 오십에 꽃잎 떨구신 어머니는 

살아보지 못한 나이 칠십이 되어서야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

 

아른아른한 봄날

그립습니다, 어머니!

 

 

무용(無用)에 대하여

 

정년 퇴임 후 십 년이 지났다 

 

휴일도 아닌 평일에 점심 먹고 집을 나와 

시내버스 타고 전주한옥마을에 와서 

오후 내내 꽃소식이 당도했는지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어슬렁거리는 동안 

나를 찾는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 

 

이 한산함이라니! 

 

 

꽃들의 영정사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도 못 되고

만 사흘을 피다가 갔구나 

어제 찍은 사진은 영정사진이었네

 

꽃 진 자리에 잠자리가 앉아 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잠자리가 찾아올 것이다 

 

내게 잠자리를 보내신 이가 

너는 세상에서 무엇을 하다가 왔느뇨

물으시면 할 말이 하나 더 생겼다

 

전에는 이렇게 대답을 할 참이었다 

자전거를 타다가 왔습지요, 라거나 

또 몇 가지가 있었다 

 

꽃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다가 왔노라고 

이제는 말하고 싶어졌다

서평

작품 세계

 

시인에게 시간성에 대한 의식을 불러일으킨 모티프는 “연두”이다. 시인에게 연두는 어린 생명과 희망과 봄을 가리키는 시간의 지표이다. 시인은 이미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어머니에게 연두는 먼 과거이며 유년의 시인이고, 노년의 시인에게 연두는 현재이며 시인의 “첫 손주 유담이”(「시인의 말」)이다. 그렇지만 연두는 과거-현재-미래의 선형linear적 시간에서 벗어난 시간이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비선형적으로 오가며 모든 시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것은 반복되며 부활하는 시간이며 모든 시간에 힘을 불어넣는 에너지이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시간이라기보다 차라리 사건이며 시인을 본래적 삶으로 끊임없이 회귀시키는 힘이다. (중략)

이 시집이 보여주는 안준철 시인의 삶의 모습은 대체로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정제되어 있다. 그는 삶의 작은 파도들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관조와 성찰의 깊은 시간성 속에 자신을 담가 놓는다. 그는 수시로 죽음의 미래를 환기하며, 죽음의 필연성 앞에서도 진정으로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궁구한다. 죽음의 시간성에 대한 그의 사유는 존재의 본래성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고, 그런 과정에서 그는 마침내 죽음마저도 ― 소멸이 아닌 ― 새로운 가능성의 시간으로 읽어낸다. 이 시집은 마치 수도사처럼 이렇게 깊은 시간성을 통과 중인 한 영혼의 아름다운 발자취이다. 

― 오민석(문학평론가 · 단국대 명예교수) 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안준철
1954년 전주 출생으로 전남 순천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했다. 1992년 제자들에게 써준 생일시를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 『생리대 사회학』 『나무에 기대다』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산문집으로 『아들과 함께하는 인생』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등이 있다. 교육문예창작회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전주에서 산책가로 살고 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
  • (54866)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중동로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