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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간호사

약자의 편에서 새 세상을 꿈꾸며 걸어온 조옥화의 삶


  • ISBN-13
    979-11-6861-598-4 (03330)
  • 출판사 / 임프린트
    산지니 / 산지니
  • 정가
    20,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2-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안미선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 문화: 일반
  • 추가주제어
    간호사회학 , 에세이, 문학에세이 , 의학: 일반
  • 키워드
    #사회, 문화: 일반 #간호사회학 #에세이, 문학에세이 #사회운동 #간호사 #의학: 일반 #조옥화 #보건의료 #전기 #건강권 #여성서사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10 mm, 304 Page

책소개

“소외되고 약한 편에 서 있을 때가 난 편해요.

나는 뭐든지 다 그래요.”

 

 

▶ 약자와 함께하며 배운 의료, 길에서 완성된 삶

 인천 지역의 간호사 조옥화의 걸음을 기록하다

1970년대 산업화와 유신체제를 지나 민주화의 격랑 속을 건너온 한 간호사가 있다. 병원의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않고 거리와 골목, 공장과 주민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 『길 위의 간호사』는 약자의 편에서 새 세상을 꿈꾸며 살아온 간호사 조옥화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1954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조옥화는 인천간호전문학교에 입학하며 간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의 간호는 병원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신체제 아래 흔들리던 1970년대, 야학 교사로 활동하며 가난한 청소년을 만났고, 학생운동의 열기 속에서 사회의 모순을 체감했다. 그는 간호사이면서 동시에 시대를 살아낸 한 시민이었다.

이 책은 한 여성 간호사의 궤적을 통해 한국 사회 산업화와 민주화의 이면을 비춘다. 저자 안미선은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조옥화의 삶을 촘촘히 복원했다. 청년 시절 병원에서 실습하며 미래를 고민하던 순간부터 보건의료인으로서 노동자와 여성을 만난 순간, 방문 간호 가방을 들고 골목을 누빈 시간들이 책 속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 병원을 나선 간호사, 약자의 편에 서다

인천간호전문학교 시절, 조옥화는 미국인 선교사 매리언 킹즐리 학감에게서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간호’를 배웠다. 환자의 몸뿐 아니라 마음과 처지를 함께 살피는 전인적 간호의 태도는 그의 평생 간호 철학을 형성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조산사로 일하며 또 다른 생의 현장을 마주했다. 분만실은 생과 죽음, 기쁨과 불안이 동시에 교차하는 자리였다. 의료 환경이 좋지 않았던 시절, 그는 산모의 손을 붙잡고 숨을 맞추며 아이의 탄생을 함께 견뎠다.

그러나 조옥화가 병원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의 이상과는 달랐다. 의료 현실은 위계적이었고, 환자는 쉽게 대상화되었다. 그는 점차 의료인의 권위와 환자의 취약성 사이의 간극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소위 말하면 약자 편에 있는 게 편하다”는 그의 고백은 이후 삶의 방향을 설정했다. 돌봄이 병원 담장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은 점점 분명해졌다. 환자를 치료하며 그는 현실의 불평등에 눈을 떴고, 진짜 간호는 병실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는 하얀 가운을 벗고, 약자들 곁의 자리로 걸어 나가기를 결심한다.

 

▶ 노동자와 여성, 주민의 현장으로 향하다

조옥화의 삶은 간호사라는 직업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서 활동하며 주민과 노동자들을 만났다. 산업화의 그늘 아래에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삶은 그에게 또 다른 배움의 현장이었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건강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노동 현장의 현실을 몸으로 익혔다.

이후 인천의원 상담실에서 일하며 그는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가까이에서 지원했다. 산재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듣고, 노동자들이 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그의 일상이었다. 이 경험은 이후 산업사회보건연구회 활동으로 이어져, 사회적인 여론을 만들고 산재의 문제의식을 확장하며 조직적으로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활동을 추진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시절, 무료 진료 사업을 맡아 의료실무자로 일하던 조옥화는 민들레의료협동조합을 세워 주민과 함께 만드는 의료를 실천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이 의료 소비자가 아니라 조합원으로서 병원의 주인이 되는 구조, 예방과 상담을 중시하는 일상적 의료,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이 그곳에 있었다. 그는 의료가 경쟁과 수익이 아니라 협동과 참여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주민의 곁에서 함께하는 그의 활동은 여성 관련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일하는 여성의 나눔의 집에서는 생계와 돌봄을 동시에 감당하며 살아가는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시흥여성인력개발센터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곳에서 그는 경력 단절 여성과 구직 여성들을 상담하고 교육을 지원하며 그들의 새출발을 도왔다. 간호사로 시작한 그의 길은 그렇게 노동과 여성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 한 사람의 걸음이 남긴 유산

『길 위의 간호사』는 단순한 개인의 생애사가 아니다. 산업화와 민주화, 노동과 여성, 의료와 공동체를 가로지르는 한국 현대사의 또 다른 기록이다. 동시에 간호사라는 직업을 넘어 민주주의자, 보건의료인, 사회운동가로 살아온 한 여성의 역사이기도 하다. 조옥화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일흔이 넘은 그는 오늘도 평범한 방문 간호사로 일하며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화려한 직함도, 앞장선 자리도 없지만, 필요할 때 약자의 곁에 서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조옥화가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온 윤동주 시인의 「서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자 했던 한 시인의 고백처럼, 조옥화 또한 늘 스스로의 역할을 자문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었다. 『길 위의 간호사』는 한 사람이 그렇게 묻고, 살아온 시간을 보여준다.

목차

들어가는 말: 우리에게 온 인사 

 

1부 바람에 스치는 별

학창시절, 이루고 싶었던 꿈 

인천간호전문학교의 수석 입학생 

윤동주의 별이 빛나는 밤 

간호사, 병원에서 나오다 

 

2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기를

남양만의 보육 교사 

조산사의 나날들 

보건소에서 일어난 일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만나다 

 

3부 별을 노래하는 마음

민들레의료협동조합의 노래 

주민의 힘으로 꽃핀 자리 

골목에서 들은 한마디 

새 세상을 꿈꾸는 친구들

 

4부 잎새에 이는 괴로움

문 앞에 놓인 신발들 

신천연합의원의 이름 없는 간호사 

경찰서에 연행되다 

인천의원의 상담실 

 

5부 밤을 가로지른 걸음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 

하얀 그림자를 벗어나 

산업사회보건연구회 사무국장의 일 

공원에서 울려 퍼진 노동자 노래 

 

6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일하는 여성들의 새출발 

주민이 만드는 병원 

어머니와의 작별 

방문 간호사의 인사

 

나가는 말: 오늘도 길을 걷는다 

추천사

본문인용

p34 “이제 소외되고 약한 편에 서 있을 때가 난 편해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거든요. 의료인 중에서도 그렇고. 어쨌든 뭔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쪽에 있는 게, 그러니까 예를 들어 서로 막 충돌할 때 힘이 더 있는 쪽에 있는 게 편안할 수가 있잖아요. 심리적으로도 어쨌든 그렇지. 난 소위 말하면 약자 편, 약자 편에 있는 게 편하다고요. 나는 뭐든지 다 그래요.”

 

p102 그는 세상이 변하는 데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건 약한 사람들의 편에 서겠다고 마음과 한 약속이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겼다. 더 약자의 자리로. 더 힘든 자리로. 그곳에 가서 조금 더 힘을 채울 수 있겠다고 여겨지는 자리로. 조금이라도 더 힘센 곳, 영향력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세상에서 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방향을 바꿔 더 약한 곳, 힘이 없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p133-134 고통에 찬 이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올 때는 이따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 최소한의 치과 진료로 이를 뽑아주는 것, 그보다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그보다 더 확실하게 아픈 이들을 아프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일을 하면서 힘든 것은 피로보다 때때로 엄습하는 그런 무력감이었다.

 

p189 노동자들은 변해갔다. 아프다고 얘기하면 불이익이 오니까 무작정 참던 노동자들이었다. 일하다 다친 걸로 인정받지 못하고 공상 처리만 받아도 잘 모르는 채로 고맙게 여기던 이들이었다. 그들이 노동자인 내가 아프다고, 사업주인 당신이 틀렸다고, 우리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그게 당연한 게 아니라 싸워야 할 문제라는 목소리가 이제야 만들어지고 있었다.

 

p242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여성들을 보며 새로운 활력을 느끼기도 했다. 자신도 여성이라는 정체성 속에 살아왔으니 구체적인 삶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제도권으로 편입이 되면서 안정감 같은 것을 조금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운동단체에서 일하면서 늘 근심이었던 상근자들의 활동비 마련이며, 운영비에 대한 책임자로서의 심적 부담도 좀 덜어졌다. 여성의 노동문제는 지역사회에서 늘 중요한 문제였고, 한편 노동자의 일과 건강, 직업과 생활의 문제라는 큰 범위에서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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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안미선
오랫동안 사람들의 일과 삶을 기록해왔다. 한 사람의 걸음에 함께하는 걸음이 이어지는 데 기록이 힘이 있다고 믿는다. 저서로 『다정한 연결』,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 『그때 치마가 빛났다』, 『집이 거울이 될 때』, 『똑똑똑, 아기와 엄마는 잘 있나요?』, 『내 날개옷은 어디 갔지?』, 『언니, 같이 가자!』, 『여성, 목소리들』, 『모퉁이 책 읽기』, 공저로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등이 있다.
'산지니'는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우리나라의 전통 매입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출판 환경과 지역출판의 여건 속에서 오래 버티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이 함께 이루어질수 있어야 합니다. 산지니의 책들이 나와 공동체의 소외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사회의 여러 중독에서 해방되어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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