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가장 믿음직한 안내자가 되어줄 철학책
가톨릭의대 생명대학원 화제의 강의 〈죽음 이해〉
최대환 신부가 들려주는 특별한 교양과 지혜
철학과 예술에서 구원의 길을 찾는 인문학자, 최대환 신부의 신간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가 출간되었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이자 교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10년 동안 가톨릭방송 라디오를 진행하며 교양과 품격을 전해온 저자가 ‘철학자’로서 완성한 이 책은 고대부터 근대까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서양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저자 특유의 편안한 어조로 엮었다. 전작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을 통해 소설가 김훈으로부터 “인간의 ‘탄생성’이라는 세 글자를 가장 기쁘고 또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는 극찬을 받은 저자는 이번 신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과 끝을 가진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가톨릭의대 생명대학원에서 수많은 의료인과 종교인의 극찬을 받은 명강의 〈죽음 이해〉의 주요 내용을 담았으며, 평생 기억해야 할 고전의 문장들을 저자가 직접 원전을 번역하여 인용하였다. 익숙한 어휘로 친절하게 번역된 문장들은 마치 지금 내 삶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은 생생함을 준다. 삶과 죽음을 고민한 철학을 집대성하고, 《파이돈》, 《명상록》, 《신곡》, 《팡세》 등 인류의 정신을 형성한 고전의 역사적 배경을 친절히 설명하는 이 책은 남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특별한 교양과 지혜를 선물할 것이다.
“좋은 삶을 원한다면 죽음에 대해 물어야 한다”
가톨릭 사제가 평생의 화두로 삼은 메멘토 모리의 철학
저자 최대환 신부는 뮌헨 예수회 철학대학에서 철학을 연구하던 젊은 시절, ‘지금 죽어도 허무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존재를 관통했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한다. 이 질문은 저자를 완전히 사로잡았고, 철학을 평생의 동반자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삶은 시간 속에 있으며 시작과 끝을 지니기에, 삶의 의미는 죽음의 문제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라는 말로 책을 시작한 저자는 ‘죽음을 기억하라’, 즉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잘 알려진 경구가 실은 죽음의 공포에 압도되는 감정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사유와 관조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죽음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는 태도는 철학사에서 죽음의 기예(Ars Moriendi), 죽음의 명상(meditatio mortis)과 같은 말로 표현되어 왔고, 많은 철학자들이 이러한 철학을 직접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죽음의 철학’을 시작한 플라톤부터 근대의 길목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파고든 파스칼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좋은 삶’을 찾는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우리에게 죽음을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인류사의 위대한 지성들은 죽음을 넘어 지속되는 의미를 고민하기도 하고, 육체를 떠난 영혼의 여정을 탐구하기도 했으며, 죽음으로 완성될 삶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견해는 각기 달랐지만 그들은 모두 주어진 시간의 끝을 마주해야 온전한 나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까?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에게 배우는 의연함
플라톤의 《파이돈》은 철학이 죽음을 다루는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고전이다. 이 작품의 힘은 무엇보다 플라톤이 묘사한 자신의 스승,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에게서 나온다. 소크라테스는 ‘캐묻지 않는 삶’, 즉 자신의 영혼을 성찰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죽은 삶이라는 쓴 소리를 서슴지 않고, 사형선고를 받은 지금이 바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은 때라고 말하며 제자들과 마지막 토론을 시작한다. 그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잘못된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여기는 사람들이 죽어보지도 못하면서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말한다. 그는 죽은 후의 운명은 인간의 지식을 넘어서는 것이지만, 훌륭한 삶을 굳건히 살아온 이라면 희망을 가질 이유가 있음을 논증하며 최후를 맞이한다.
에피쿠로스주의의 기원이 된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소크라테스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이 죽음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에 따르면 철학은 잘못된 감정에 대한 치료제 역할을 해야 하며, 사람들이 평정심(아타락시아, ataraxia) 속에서 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는 인간의 쾌락과 고통은 모두 감각에 귀속된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때문에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모든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감각 안에 있고, 죽음은 감각의 중지일 뿐이기에 우리는 죽음을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철학을 통해 제거해야 하는 잘못된 감정인 것이다.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현자는 죽음을 잘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비록 소크라테스와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지만, 그 역시 죽음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역설하며 ‘좋은 삶’을 강조한 것이다.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죽은 삶이다
《신곡》《유토피아》《명상록》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고전을 만나기
저자는 고전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역사적 고전에서 배울 수 있는 삶과 죽음에 관한 교훈을 들려준다. 또한 고전의 저자들이 어떻게 작품에 담긴 철학을 자신의 삶에서 실천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신곡》의 저자 단테 알리기에리는 뛰어난 작품들을 통해 이탈리아 서정시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전란과 숙청이 반복되던 피렌체에서 정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정의에 대한 남다른 갈망을 가졌던 단테는 정치 투쟁의 중심 인물이 되지만 결국 추방당하는 비운을 맞는다. 돌아오면 화형에 처한다는 경고와 함께 사랑하는 조국 피렌체를 떠난 그는 유배의 세월 속에서 불후의 걸작 《신곡》을 완성한다. 이 작품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시각은 단테가 얼마나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신곡》은 개인의 고유함은 죽음 후에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더 확고하게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지옥의 악인들 역시 그 개성과 고유한 운명을 잃지 않는다. 지옥, 연옥, 천국을 가로지르는 서사는 인간의 자유 의지가 만든 결과를 생생하게 담는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추방의 길을 걸었던 단테는 삶이 끝난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 존엄한 삶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인문주의자 토마스 모어 역시 권력에 저항하여 양심을 지키다 박해를 당했고, 결국 정치범으로 처형되는 운명을 맞이한다. 그는 스토아철학이 지향한 덕의 함양, 그리고 에피쿠로스가 가르치는 인생의 향유를 소중하게 여긴 인문주의자였다. 또한 양심과 교회에 충실하면서 가족의 안전과 본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당당히 법과 논리로 맞섰다. 이처럼 삶을 사랑한 토마스 모어이지만 양심을 지키는 것과 죽음을 피하는 것이 양립하기 어려워졌을 때,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기꺼이 처형을 받아들인다. 이는 그가 삶을 가벼이 여긴 결과가 아니라, 삶을 가치 있게 살고자 한 헌신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토마스 모어의 대표작 《유토피아》에는 유토피아의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유토피아의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한편으로는 인생을 마치는 것이 모든 고통에서의 해방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인생이 선물하는 행복을 사랑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도 지나친 두려움을 갖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는 삶에 대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의연함을 동시에 보여준 토마스 모어의 삶이 압축되어 있다.
죽음과 상실을 회피하는 시대,
삶의 모든 빛과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법
현대인의 삶과 문명은 점점 죽음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연의 섭리인 노화를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 저속노화를 추구하고, 일상에서 최대한 죽음의 흔적을 지워버리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저자 최대환 신부는 죽음에 대한 사유가 불안에서 출발할 수는 있어도, 그것은 결국 인생과 존재를 긍정하는 길을 열어준다고 강조한다. 죽음에 대해 물어야 인생의 전모에 다가갈 수 있고, 인간의 필멸성을 마주해야 인생의 온전함과 충만함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순간의 과제만을 쫓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남아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과 함께 삶과 죽음을 읽는 철학 수업을 시작해보자. 일상을 ‘매일의 죽음’으로 생각하는 건 허무주의나 비관주의가 아니라 수많은 철학자들이 보여준 것처럼 ‘삶에 대한 강력한 긍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