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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보틀드

플라스틱 생수는 어떻게 우리의 건강과 생명, 인권과 미래를 빼앗는가


  • ISBN-13
    979-11-93955-16-1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아를 / 아를
  • 정가
    30,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2-1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대니얼 재피
  • 번역
    김승진
  • 메인주제어
    사회, 문화: 일반
  • 추가주제어
    사회학 및 인류학 , 사회학 , 사회연구 및 통계 , 사회이론 , 인류학 , 사회, 문화인류학 , 정부, 중앙정부, 연합정부의 정책 , 국제기구 , 압력단체, 항의운동 및 비폭력 행동 , 민간단체, NGO , 정치경제학 , 환경경제학 , 보건경제학 , 후생경제학 , 제조산업 , 물산업 , 환경운동가, 단체 , 환경정책 및 협약 , 오수관리 , 가뭄 및 상수도 , 식량안전보장 및 공급 , 환경관리 , 자연재해 , 환경문제의 사회적 영향 , 환경지속
  • 키워드
    #사회과학 #물 #수돗물 #생수 #플라스틱생수 #환경 #경제 #지구 #인권 #불평등 #물위기 #물정의 #정의 #물파산 #사회, 문화: 일반 #사회학 및 인류학 #사회학 #사회연구 및 통계 #사회이론 #인류학 #사회, 문화인류학 #정부, 중앙정부, 연합정부의 정책 #국제기구 #압력단체, 항의운동 및 비폭력 행동 #민간단체, NGO #정치경제학 #환경경제학 #보건경제학 #후생경제학 #제조산업 #물산업 #환경운동가, 단체 #환경정책 및 협약 #오수관리 #가뭄 및 상수도 #식량안전보장 및 공급 #환경관리 #자연재해 #환경문제의 사회적 영향 #환경지속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0 mm, 556 Page

책소개

이 책은 불과 40년 사이에 소규모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치재에서 3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소비재가 된 ‘병입생수’ 상품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갉아먹고, 인권과 미래를 빼앗는지 추적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대니얼 재피는 10여 년에 걸친 인류학적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병입생수가 환경오염, 생태위기, 기후위기뿐 아니라 불평등, 공공성, 자본주의, 공중보건 등 여러 문제가 교차하는 지점에 ‘논쟁적으로’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제목 ‘언보틀드(Unbottled)’는 ‘병입생수를 해체하다’라는 의미로, ‘상품화되어 플라스틱병 속에 갇힌 물을 해체(/해방)’시켜 모두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시한다.

 

우리는 어쩌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마시게 되었을까? 미래에 우리가 마실 물은 어디에서 나와야 하는가? 수도꼭지인가, 플라스틱병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병입생수 업체들이 펼친 기회주의적 마케팅과 그것이 공공 수도 시스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지역의 한정된 물(지하수, 샘물)을 마음대로 추출해가려는 글로벌 기업에 맞서 승리를 쟁취해낸 풀뿌리 물 정의 운동의 성과와 의의를 담아냈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감당 가능한 가격으로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기본적인 인권이자 사회계약의 핵심이며, 정의는 플라스틱병에 담긴 채로는 절대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언보틀드》는 “공유재를 공공의 영역으로 되찾아오고,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일구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안전한 물에 모두가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연구와 저술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으며 2024년 미국사회학회 선정 환경사회학 우수도서상을 수상했다.

목차

서문

 

서론
1장  더 완벽한 상품
2장  병입생수는 어떻게 수돗물을 불신하게 만들었나
3장  플린트: 부식된 파이프, 부식된 신뢰
4장  수돗물을 되찾으려는 노력
5장  캐스케이드락스: 10년의 투쟁
6장  프와 엘로라: 물을 감시하기, 운동을 확장하기
7장  빈 병: 물 정의와 물 인권
맺는 글

 

감사의 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인용

내가 초등학생이던 40년 전에는, 언젠가는 상당한 인구가 수돗물을 멀리하게 되리라거나 가정마다 물을 먹기 위해 1년에 수백 달러, 심지어는 수천 달러까지 쓰면서 무거운 플라스틱 생수 멀티팩을 구매해 가게에서 집으로, 다시 부엌으로 낑낑대며 옮길 거라고 하면, 모르긴 해도 모두가 터무니없는 소리나 디스토피아 판타지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상을 보자. 1980년만 해도 미국의 연간 병입생수 소비량은 1인당 7.5리터가 될까 말까 했고 대체로 무거운 유리병에 든 수입산 페리에였다. 하지만 2016년에는 병입생수가 청량음료 판매량을 뛰어넘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가 되었다. 2021년 말이면 미국인은 연평균 1인당 178리터의 병입생수를 소비하고 있었고 미국 인구 전체는 약 590억 리터를 소비하고 있었다. 이 중 70%가 일회용 플라스틱병에 든 물이었다. (...) 병입생수는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포장음료다. 25-26쪽

 

사람들은 정책 변화나 구조적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개인화된 상품 버블’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수돗물 공급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적, 집합적 행동으로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는 (...)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종류의 물을 개인적으로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 사람들 사이에 이렇게 소비 기반의 전략이 확산되는 것은 사회적 문제에 집합적인 접근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시장적인 접근을 적용하려 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 사람들이 병입생수를 마시기로 하면 정부가 공공 수도 인프라를 잘 유지하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압력이 줄게 된다. 그러면 수돗물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다시 이는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더 약화시켜 병입생수를 통한 개인적인 해법으로의 이동을 한층 더 가속할 수 있다. 107쪽

 

여전히 거의 모두가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고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곳에서 수돗물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높임으로써, 그리고 정부가 수도 인프라에 재투자하도록 압박하는 사회적 압력을 낮춤으로써, 생수업계는 그들의 시장을 창출했다.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수돗물을 절대 안 마셔야겠다고 설득되어 식수용으로서의 수돗물을 완전히 거부하면, 점점 더 많은 수돗물이 정말로 마시기에 덜 안전하고 덜 믿을 만해지게 될지 모른다. 이 과정은 ‘강탈에 의한 축적’의 본질이다. 이것은 영리한 마케팅의 성공적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민주주의에 우려스러운 함의를 갖는다. 196쪽

 

이곳 사람들은 식수가 공공 수도로 제공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 당국이 운영하는 수돗물의 존재가 여기에서는 당연합니다. 이곳에서는 도시 당국이 공급하는 수돗물이 이슈가 됐던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수돗물을 좋아합니다. (...) 병입생수는 수돗물이 없을 때에만 편리한 상품일 뿐이에요. (...) 기본 설정은 늘 수돗물이었습니다. 여기서는 플린트에서와 같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디트로이트에 사는 미국인이라면 당국이 수돗물을 어떻게 공급할지 걱정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공급할 수 있을지 여부 자체를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수돗물 공급이 가능합니다. 제 생각에, 이곳엔 디트로이트에서와 같은 태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정부가 수돗물을 공급하리라 기대하고 정부가 하는 일에 만족합니다. (...) 우리는 우리의 시민에게 식수용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부가 그렇게 하기를 기대합니다. 정부의 의무로서요. 383쪽

 

물 희소성은 자연적, 물리적인 사실이기만 한 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자원 부족과 생태계 파괴가 주로 강력한 이해관계 집단이 그들의 경제적, 정치적 이득을 위해 ‘희소성을 만들어내는 불평등한 사회적 조치’를 전 세계적으로 실행했기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사회운동이 강조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차이가 있는 두 나라와 지역의 두 가지 사례는 중요한 유사점도 보여준다. 한 가지 유사점은 글로벌 음료업체의 물 추출 계획이 인종, 민족, 계급을 가로질러 지역민을 연대하게 했고 농촌과 도시 주민을 연결시켰으며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던 정치적 분열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이야기 모두, 지리학자 졸탄 그로스만의 표현을 빌리면, 선주민과 비선주민 활동가 사이에 생겨난 ‘뜻밖의 연대’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연대는 물 보호 운동이 빼앗긴 땅을 회복하고 조약상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과 연결되었을 때 발휘될 수 있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물은 어떤 것과도 다르다. 모두가 물에 연결되어 있다. 물에 대한 위협은 사람들을 여러 분절선을 초월해 연대하게 하는 특별한 힘을 지닌 것 같다. 444쪽

 

대부분의 부유한 나라에서 투자 축소가 계속될 경우에 발생할 위험은, 언젠가 공공 수돗물이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수돗물이 안전한 식수로 믿을 만하지 못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토니 클라크는 천연자원보호위원회가 병입생수에 대해 작성한 1999년의 선구적인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그 함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회에서 식수의 주 원천이 병입생수로 옮겨가고 그에 따라 공공 시스템이 낙후되게 두면 사람들은 수돗물을 샤워, 목욕, 설거지, 조리에 쓸 때도 오염 물질에 노출된다. 즉 수돗물은 결코 음용수 수질 기준 이하로 떨어지도록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허용되면 대중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451쪽

 

현실을 인식하는 것과 그 현실을 정당화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포장생수 의존성의 광범위한 확산은 글로벌 물 부정의의 징후다. 이는 국가와 국제기구가 공공에 의해 관리되는 깨끗한 식수 접근권을 모두에게 보장하는 데 실패했다는 강력한 고발이다. (...)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가 ‘상품’이 되면 그것에 대한 접근성이 지불 능력에 달려 있게 되며, 이는 수천만, 수억 명의 사람이 접근성을 잃도록 내몰리게 된다는 의미다. 모두에게 물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의무이고 포장생수를 글로벌 목표 달성 수단에 포함하는 것은 정부가 그 의무를 방기하라고 허락하는 것과 다름없다. 479쪽

 

모든 사람이 감당 가능한 가격으로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기본적인 인권이자 사회계약의 핵심에 속한다는 데 동의하는가, 아닌가? 우리의 답이 ‘동의한다’라면, 식수에 접할 수 있는 권리는 결코 시장에서 실현될 수 없을 것이고 플라스틱병에 담긴 채로는 더더욱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485쪽

서평

“물은 어떤 것과도 다르다
모두가 물에 연결되어 있다”

 

★미국사회학회 선정 환경사회학 우수도서★

 

생수산업이 벌인 물 강탈 사업부터 모두의 물을 되찾기 위한 저항까지
경제·사회·환경 문제를 가로지르는 10여 년간의 인류학적 현장 연구로
환경사회학의 이정표가 된 책!

 

“공유재를 공공의 영역으로 되찾아오고,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일구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_《더 네이션The Nation》

 

‘물 파산’의 시대, 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자본주의, 환경오염, 기후위기, 불평등 문제뿐 아니라
인간다운 삶, 정의로운 사회와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2026년이 시작되자마자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는 〈세계 ‘물 파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유엔은 ‘물 스트레스’, ‘물 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물 파산(water bankruptcy)’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3이 물 불안정 또는 심각한 물 불안정 국가에 살고 있으며, 40억 명이 연중 최소 한 달 이상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영향도 크다. 연간 가뭄 피해 규모는 3070억 달러에 달하며 물 부족 위기는 이제 단순히 수문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안보·정치경제 문제로 규정된다. 보고서는 이로 인한 피해의 대부분이 소농, 원주민, 저소득층, 여성과 청년에게 집중된다고도 지적했다.
‘물 파산’ 시대에 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자본주의와 불평등 문제뿐 아니라 인간다운 삶, 정의로운 사회와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 파산 선고가 내려지기 몇십 년 전이었다면, 공공 수자원 인프라 개선 또는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의 충분한 확보 방안을 찾는 것으로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물’이 물 파산 위기의 심각성을 가리며 공공의 영역에 있어야 할 물을 끊임없이 사적 영역으로 끌어가고 있다. 그 ‘다른 형태의 물’이란 다름 아닌 ‘병입생수’다.

 

우리가 마실 물은 어디에서 나와야 하는가

 

미국의 사회학자 대니얼 재피(포틀랜드 주립대학교 교수)는 이 책 《언보틀드》에서 불과 40년 사이에 소규모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치재에서 3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소비재가 된 ‘병입생수’ 상품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갉아먹고, 인권과 미래를 빼앗아가는지 추적한다.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집필된 이 책은 병입생수가 환경오염(플라스틱 쓰레기), 생태위기(지역 담수 고갈), 기후위기(잦은 가뭄)뿐 아니라 불평등(저개발 국가, 저소득층의 식수 부족), 공공성 위기(자금 부족과 낙후된 수도 인프라), 자본주의(민영화, 상품화, 강탈에 의한 축적), 공중보건(수돗물보다 22배 많은 미세 플라스틱) 등 여러 문제가 교차하는 지점에 ‘논쟁적으로’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언보틀드(Unbottled)’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상품화되어 플라스틱병 속에 갇힌 물을 해체(/해방)’시켜 모두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실천 방안도 충실하게 담았다.
우리는 어쩌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마시게 되었나? ‘상품이 된 물’은 어떻게 수돗물을 두려워하게 만들었나(그리고 어떻게 공공 수도 시스템을 약화시켰나)? 병입생수 기업은 어떻게 지역의 담수를 강탈해가며,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병입생수는 물 접근성 위기의 해법인가,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인가? 미래에 우리가 마실 물은 어디에서 나와야 하는가? 수도꼭지인가, 플라스틱병인가?
대니얼 재피는 이러한 복잡한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에서 물 위기가 발생한 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류학적 현장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병입생수라는 글로벌 상품의 출현과 확산 과정을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이 문제적 상품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른바 ‘빅4’라 불리는 음료기업(네슬레, 코카콜라, 펩시, 다논)이 전 세계적으로 병입생수 사업을 급격하게 확장하면서 펼친 기만적 마케팅과 그것이 공공 수도 운영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지역의 한정된 물(지하수, 샘물)을 각종 로비와 마케팅을 통해 헐값에 추출해가려는 글로벌 기업에 맞서 승리를 쟁취해낸 풀뿌리 물 정의 운동의 성과와 의의도 담았다. 특히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지역 주민과 병입생수 회사 측 관계자, 물 연구자, 수도 당국 및 주정부 공무원, 지역의 선출직 공직자 등과의 심도 깊은 인터뷰는 병입생수 문제를 훨씬 더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게 한다.

 

병입생수 산업이 일으킨 ‘수돗물에 대한 전쟁’

 

이 책은 가장 먼저, 지난 40년 사이에 물이라는 공공재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하에서 거대한 민영화의 파도에 휩쓸린 과정을 상세히 다루며, ‘물 상품화’라는 더 폭넓은 개념을 불러들인다(1장). 1990년대 후반부터 투자 대비 낮은 수익이나 민영화에 대한 저항운동 같은 안팎의 이유로 재공영화되기도 한 ‘물 민영화’ 사례와 달리 병입생수로 대표되는 ‘물 상품화’ 과정은 거침이 없었다. 저자는 (1) 병입생수 산업이 기회주의적이고 기만적인 마케팅을 통해 대중에게 수돗물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심고, (2)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공공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 압력을 낮추고, (3) 자금 부족으로 충분히 개선되지 못한 수도 공급망이 깨끗한 물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고, (4) 이는 다시 수돗물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강화시키면서 병입생수 구매로 돌아서게 만드는, 절망적인 악순환의 과정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2장). 즉 병입생수는 ‘모두에게 안전한 식수를 공적으로 제공한다’는 비전을 위협하며, 이는 수도 민영화가 제기했던 위협보다도 크다. 
이어서 저자는 2014년 ‘납 수돗물 사태’로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미시간주 플린트로 가서 재난의 전모를 추적하는 한편, 낡아가는 수도 인프라, 재정 긴축이 초래한 위험, 인종적·계급적 불평등이 강하게 결부된 환경 부정의, 물 부족으로 인해 심각하게 침해당한 지역 주민의 물 인권, 그 과정에서 계속 이익을 낸 생수업체의 행각을 살펴본다(3장). 이는 재난 상황에서 병입생수의 역할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병입생수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전한 물을 공급할 대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돈과 권력을 향해 흐르는 물길을 되돌리다

 

《언보틀드》는 병입생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역·국가·글로벌 단위의 맹렬하고 끈질긴 투쟁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이는 병입생수와 관련된 많은 연구, 취재, 보도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져온 주제였다. 하지만 물 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맹렬하고 끈질긴 투쟁들은 “병입생수라는 상품이 인권과 사회정의에 대한, 그리고 누가 자연을 소유하며 공공 영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훨씬 더 폭넓은 투쟁과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준다.”(23쪽)
이 폭넓은 투쟁과 관련하여, 저자는 병입생수 상품 사슬의 양쪽 끝단에서 벌어지는 운동에 초점을 맞춘다. 운동의 한쪽은 소비단으로, 수돗물 및 수도 공급 인프라의 가치와 질을 옹호하면서, 거의 모두가 약간의 비용만으로 안전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병입생수가 대체 왜 필요한지 묻는다. 소비단에서 이루어지는 병입생수 반대 운동은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전 지구적 저항운동(기후정의 운동)과도 연결되며, 공공기관이나 대학 내에서 병입생수를 법으로 금지시키는 결정을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공공 수도 시스템을 지키고 재활성화하려는 싸움이다(4장). 
다른 한쪽은 추출단으로, 병입생수 업체가 지역 주민과 지역정부 및 수도 당국 모두를 분열시키면서 샘물이나 지하수를 추출해 가져가는 것에 분노한 이들의 투쟁이다. 투쟁의 주체인 지역 주민과 활동가들은 지하수 고갈이나 오염, 지역 어획 자원에 미치는 피해, 물을 실어 나르는 트럭의 통행량 증가, 병입업체가 지불하는 미미한 물 사용료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조직화되었다. 지역 고유의 생태계와 자원을 훼손하면서 물을 더 추출하려 하거나 병입 공장을 세우려는 네슬레워터스의 계획이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의 연대로 철회 또는 무산된 이야기에서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5장, 6장). 이러한 과정은 사회적 권력 관계에 의해 중층적으로 결정되는 ‘물 희소성’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충분한 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때는 ‘무엇을 위해, 또 누구를 위해 충분한 물인가’와 ‘누가 그 물에 접근할 수 있는가’라는 딸림 질문을 반드시 함께 물어야 한다.”(373쪽) 물은 돈과 권력을 향해 위로도 흐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저자는 병입생수를 둘러싼 운동의 사례들을 토대로 ‘물 정의’와 ‘물 인권’을 되찾기 위한 몇 가지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7장, 맺는 글). 이미 지구에는 연간 5000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병이 버려지고 있으며, 병입생수 판매 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다. 저자는 공공 영역에서의 금지를 넘어 민간 시설에서의 금지로 과감히 한발 더 나아가야 하며, 동시에 누구나 무료로 식수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시 및 건축 계획에 공공 음수대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병입생수 기업에 빈 병 수거부터 재활용 부담까지 지게 하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 등, 지역정부 단위에서, 국가 단위에서 적극 참조하고 시도할 만한 방안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정의는 플라스틱병에 담겨 오지 않는다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잉거 안데르센은 2025년 세계환경의날 기념식이 열린 제주에서 “한국은 아주 많은 예산을 투자해 수도꼭지를 틀기만 해도 깨끗한 물이 나오는 환경을 가졌는데 왜 플라스틱 생수를 구매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4년 국내에서 병입생수 시판이 시작된 지 30년이 넘은 지금, 이 책은 깨끗한 물이 나오는 집으로 플라스틱 생수를 마트에서 매달 사다 나르는,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이 과연 정말로 평범하고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자문해보게 한다. 이뿐 아니라, 물을 틀자마자 갈색으로 변하는 정수 필터의 기능을 보여주면서 은연중에 수돗물에 대한 두려움을 퍼뜨리고 있는 물 관련 상품 광고들에 대해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극심한 가뭄으로 수돗물 공급이 제한 또는 중단되고 주민들이 생수 몇 병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사실 이런 모습은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목격한 것(대표적으로 2025년의 강릉 가뭄)이며,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장면마다 병입생수가 물 공급의 대체재로서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가. 그리고 언제까지 등장해야 하는가. 
저자는 “플라스틱 생수에 의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었다면” 비상 시에 사용할 대용량 물탱크나 물 보급용 물류 및 장비가 “진즉에 잘 갖추어져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앙정부의 재난 대응 계획에 안전한 대용량 물 공급 방안이 포함되었다면, 재난 상황에서 일회용 병입생수는 “맨 처음에 쓰는 수단이 아니라 맨 마지막에 쓰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478쪽)
“물은 어떤 것과도 다르다. 모두가 물에 연결되어 있다.”(444쪽) 그렇기에 플라스틱병에 담겨 있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다. 《언보틀드》는 플라스틱병에서 자본주의, 상품화와 사유화, 공공 인프라, 플라스틱 쓰레기, 신자유주의, 대중문화, 사회운동의 연대와 투쟁, 지역 공동체, 인종적·계급적·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인권과 정의와 생명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접하고 다룰 수 있으며 해결해나가야 할 거의 모든 문제가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커다란 질문을 던지면서 끝맺는다. “모든 사람이 감당 가능한 가격으로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기본적인 인권이자 사회계약의 핵심에 속한다는 데 동의하는가, 아닌가? 우리의 답이 ‘동의한다’라면, 식수에 접할 수 있는 권리는 결코 시장에서 실현될 수 없을 것이고 플라스틱병에 담긴 채로는 더더욱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485쪽) 

저자소개

저자 : 대니얼 재피
대니얼 재피 (Daniel Jaffee)
미국의 사회학자,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사회학 교수. 환경사회학, 공정무역, 물 정의 운동을 연구한다. 멕시코 커피 농가와 원주민 공동체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공정무역 시장과 시스템, 그것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책 《커피의 정치학(Brewing Justice: Fair Trade Coffee, Sustainability, and Survival)》으로 2008년에 C. 라이트 밀스 도서상을 수상했다. 2010년부터 10년여에 걸쳐 물 민영화 및 상품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역 공동체와 글로벌 생수기업 간의 갈등, 플라스틱 병입생수의 사회적·환경적·경제적 영향과 수돗물의 위기, ‘수돗물 되찾기’와 ‘물 인권’ 확립을 위한 전 세계적 물 정의 운동에 초점을 두고 인류학적 현장 연구와 광범위한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23년에 《언보틀드(Unbottled: The Fight Against Plastic Water and for Water Justice)》를 출간했다. 이 책은 “공유재를 공공의 영역으로 되찾아오고,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일구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24년 미국사회학회 선정 환경사회학 우수도서상을 수상했다.
번역 : 김승진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격차》, 《질서 없음》, 《사고는 없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권력과 진보》, 《커리어 그리고 가정》, 《20 VS 80의 사회》, 《친절한 파시즘》, 《불복종에 관하여》,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등이 있다.

출판사소개

아를(ARLES)은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남프랑스의 도시입니다. 아를 출판사의 책은 사유하는 일상의 기쁨,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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