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쪽 : 옛날 옛적에 마고는 세상을 창조했으나 사람들은 마고의 흔적을 지웠다. 지워진 마고를 소환한 은수, 정민, 윤채는 마고의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한다. 또, 지리산 자락 많은 분이 마고와 함께 산다. 이런 움직임이 자연을 숭배하고 존중하며 살아왔던 인간의 본성을 깨우고, 자연을 착취 대상으로 생각하는 물질문명에 균열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35쪽 : ‘이제 우리는 그 모든 상흔을 딛고 생명평화와 공생공락의 가치로 거듭나야 한다.’ 말 없는 지리산이 수천, 수백 년에 걸쳐 (남명 선생의 감탄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으며” 묵묵히 우리에게 건네는 말은 바로 이게 아닐까?
46쪽 : 숲은 제가 누군지 알게 해 줘요. 그곳에서 전 부자가 돼요. 우린 지구에 한 푼도 쥐고 오지 않았지만, 모두가 부자로 태어났음을 느껴요. 이 풍요로운 지구의 일원으로요. 마당에 모은 제 똥이 흙이 되고, 그 흙에서 자란 토마토를 먹고, 토마토가 다시 제가 되고 나면 제가 무슨 일을 하러 지구에 왔는지 배우게 돼요.
75쪽 : 판타지 서점에서 타로 상담을 하고 있는데, 저는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수집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타로 외에도 휴먼디자인, 유전자키에도 관심을 가지고 천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91쪽 : 책방이 없는 지역도 있는데 그런 곳은 왠지 모르게 삭막해 보이고 차가워 보여요. 그런 의미에서 오후공책은 함양의 온도를 2도 정도는 올려 주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117쪽 : 두려운 일이지만, 추웠다 더웠다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 잦은 기후변화 시대에 이런 재난은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상적 재난에 적응하는 길은 무엇일까. 안전을 위해 더 많이 축적하고 소유해야 할까? 언제 사라져도 별로 아쉽지 않도록 가볍고 간소하게 살아야 할까?
138쪽 :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서로를 돕는 일’밖에 없는 게 아닐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서로를 돕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궁금했어요. ‘동력은 뭘까?’하고요.
151쪽 : 그래서 재난 이후에 커뮤니티 안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서로를 연결하는 것, 그게 재난 대응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하십시오. 뭐든지 하시고, 언제든지 만나시고, 그러면서 서로를 연결하는 것, 그게 재난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한 힘입니다.
162쪽 : 인간들이 더 좋은 사진을 찍겠다고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그를 날게 만든다면,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계속 그를 날게 한다면 과연 뿔호반새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따오기도 마찬가지다. 지리산을 찾은 이 귀한 손님이 여기에서 살아 보려고 왔다가 이곳 인심을 보고 여기는 안전하지 않다며 떠나 버린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까?
171쪽 : 멧돼지가 사라진 숲을 생각해 보세요. 해로운 짐승(유해조수)이라 없어진다면 마냥 좋기만 할 것 같나요? 자동차에서 볼트 하나 빠졌다고 크게 표가 나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나중엔 차가 설 수도 있다는 것까지 내다보며 볼트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집니다.
201쪽 : 지리산은 그냥 있어 주는 게 아니었어요.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그냥 계속 아름답게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언제든 지리산을 돈벌이 수단으로 쓰려는 세력은 또 나타날 수 있어요. 그러니 싸움이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야죠.
223쪽 : 지리산 OOO에 들어갈 땡땡땡이 ‘난개발’이 아니게 되려면, 우리가 채워야 할 땡땡땡은 더 뭉치고, 더 목소리를 내고, 더 자주 만날 ‘사람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지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바로 지리산의 사람들입니다. 지리산의 편에 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