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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언어의 불꽃으로 시대를 밝히다


  • ISBN-13
    979-11-94100-11-9 (03850)
  • 출판사 / 임프린트
    여유당출판사 / 여유당출판사
  • 정가
    3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1-23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하시모토 다카시
  • 번역
    육아리
  • 메인주제어
    인물: 역사인물, 정치인, 군인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인물: 역사인물, 정치인, 군인 #인물평전 #민담 #전설 #신화 #독일어사전 #언어학 #민속학 #정체성 #이야기 #언어 #19세기유럽 #자유 #평화 #정의 #탐구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20 mm, 428 Page

책소개

“그림 형제는 결코 ‘동화 작가’가 아니다.”

「백설 공주」 뒤에 가려진 그림 형제의 진짜 모습을 만나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번역되고 가장 많이 읽힌다는 『그림 민담집』. 시대와 세대를 넘어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들이 사랑하는 이야기 「백설 공주」 「헨젤과 그레텔」 「라푼젤」 「브레멘 음악대」…. 그러나 우리는 정작 그 이야기를 모으고 편찬한 야코프와 빌헬름 그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여유당 인물산책 시리즈 셋째 권 『그림 형제-언어의 불꽃으로 시대를 밝히다』는 그림 형제를 단순한 ‘그림 동화’ 작가라는 프레임에서 해방시켜, 형제가 이룩한 거대한 업적과 그들의 열정과 신념, 좌절과 성취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국내 최초 본격 평전이다. 

 

격동하는 19세기, 독일이 수많은 공국으로 나뉘어 있고 프랑스의 지배를 받기도 하는 혼란 속에서 그림 형제는 ‘언어’야말로 민족의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며 전승문학은 가장 순수한 형태로 그 뿌리와 맞닿아 있다고 믿었다. 이 책은 민담·민요·전설을 수집 편찬한 ‘민속학자’이자 독어독문학을 창시한 ‘언어학자’로, 언어학·민속학·법학·역사 등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독일의 정체성 확립과 통일, 나아가 인간의 참모습을 찾고자 끊임없이 탐구한 여정은 물론, 진실과 정의 편에 선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뒤 가난과 차별을 견디며 꿋꿋이 한길을 걸어간 ‘보통 사람’으로서 형제의 온 생애를 충실히 복원했다. 책, 편지, 강연, 일기 등에서 인용한 수많은 기록은 형제의 육성을 직접 듣는 듯해, 19세기 유럽 사회를 배경으로 한 감동의 휴먼 드라마를 보는 듯 가슴이 아리기도 벅차오르기도 한다. 

 

독일 정부가 공인한 세계적 석학 하시모토 다카시 교수의 역작, 

한국 독자를 위해 수정·보완하여 재탄생시킨 국내 최초 그림 형제 평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초판 1, 2권 서문 완역, 수록

 

글을 쓴 하시모토 다카시 교수는 평생을 그림 형제 연구에 헌신해 온 세계적 석학이다. 현재 일본의 우쓰노미야 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일본 그림형제협회 회장이고 독일 그림형제협회 명예회원으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언어와 이야기를 탐구한 그림 형제처럼 저자 또한 법학 전공 후 독문학으로 전환하여 그림 형제를 연구했다. 독일 통일 시기에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루트비히 데네케와 하인츠 뢸레케 교수 등 그림 연구의 대가들과 교류하고, ‘그림 민담 20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분과장을 맡는 등 오랜 세월 일·독 양국을 오가며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에는 독일 정부로부터 1급 연방공로십자장을 받았다. 그러므로 독일 현지에서 자료를 모으고 연구한 결과물인 이 책은 저자의 평생 연구를 담은 역작이다. 국내에 그림 형제 이름을 걸고 출간된 책이 600종 넘는 데 반해 형제에 관한 정통 평전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니 몹시 귀하고 반가울 수밖에 없는 책이다.

 

저자는 인류의 보물이라 일컬어지는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그림 민담집)을 포함한 민담·민요·전설 수집 편찬부터 국왕의 헌법 폐기에 맞선 항거(괴팅겐 7교수 사건)로 인한 교수직 해임과 추방, 1846년 첫 독어독문학회와 1848년 3월 혁명으로 개최된 첫 국민의회에서의 역할, 그리고 그림 형제 사후로 이어져 123년 만엔 완성된 세계 최대의 『독일어 사전』 기획 편찬에 이르기까지, 형제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400쪽 넘는 방대한 분량에 촘촘히 되살렸다. 특히 (일본에서 절판된 책을) 저자와 직접 계약하고 소통하여 한국 독자를 위해 수정 보완한 원고로 새롭게 완성한 한국 독점판이라는 점도 이 책의 가치를 높여 준다. 

목차

추천 글

들어가는 글

 

1장 그림 형제의 어린 시절

야코프와 빌헬름, 비슷한 듯 달랐던 형제/그림 형제가 태어난 도시, 하나우/프랑스 혁명의 파고/행복했던 슈타이나우 시절/병마와 전쟁, 그리고 연이은 이별/카셀에서 온 도움의 손길

 

2장 학생 시절, 연구의 길을 찾다

리체움 프리데리치아눔 입학/학업에 두각을 나타내다/마르부르크의 첫 하숙집/형제를 사로잡은 자비니 교수/낭만주의 작가들과의 만남/야코프, 자비니 교수와 파리로 떠나다

 

3장 흔들리는 독일

어머니와의 재회와 이별/프랑스 국왕 치하에서/빌헬름, 할레에서 요양하다/민족주의 속에서 피어난 전승문학/괴테와의 만남/그림 형제의 영원한 태양, 괴테와의 인연

 

4장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소용돌이/첫 책을 출간하다/새로운 연구의 결실/메르헨이란 무엇인가/이야기 수집의 길/『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편집 방침/『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세상의 빛을 보다/헤센 선제후의 귀환

 

5장 빈 회의와 독일의 길

야코프의 외교관 생활/빈 회의, 허울뿐인 잔치/야코프, 퇴직을 꿈꾸다/『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2권의 이야기꾼들

 

6장 본격적인 연구의 길

빈 회의 이후/자유와 통일을 향한 열망/『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주석판과『독일 전설』/언어학의 거인이 된 야코프,『독일어 문법』을 쓰다/야코프와 빌헬름의 동생들/소용돌이치는 이념 대립의 시대/빌헬름의 결혼, 아이들의 탄생과 죽음/빌헬름의『독일 영웅 전설』과 야코프의『독일 법리 고사지』 

 

7장 괴팅겐 7교수 사건

선제후의 냉대/괴팅겐으로 떠나다/들불처럼 번지는 시민운동/병마와 싸우는 빌헬름, 그리고 로테의 죽음/대학교수가 된 그림 형제/기술 발전과 좁아지는 세계/우화와 신화, 전설을 연구하다/괴팅겐 7교수 사건/괴팅겐을 뒤로하고/『독일어 사전』편찬을 시작하다 

 

8장 베를린으로

프로이센에서 온 초청/근대화의 물결이 퍼지다/여행, 쉼과 충전의 시간/처음 열린 독어독문학회/3월 혁명과 독일 민주주의의 도래/독일 최초의 국민의회/세기의 기획, 『독일어 사전』출간/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빌헬름의 죽음/야코프의 명강의 ‘노년에 대하여’ /마지막 힘을 다하여 /그림 형제가 남긴 유산 

 

나가는 글

그림 형제 가계도/그림 형제 연보

부록『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초판 서문

옮긴이 글

주요 참고 문헌/찾아보기(인명·지명·서지)

본문인용

괴테의 삶을 책으로 읽는다면 너무나 유족한 그의 가문과 뛰어난 천재적 면모에 주눅 들기 십상이고,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삶을 읽어도 매우 괴팍하거나 굉장히 비극적인 특이한 인간상을 만나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림 형제는 다르다. ‘보통 사람’임에도 고통과 영광으로 점철된 그들의 꾸준한 삶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p. 7)

 

‘그림 형제’라고 하면 대부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그러니까 이른바 ‘그림 동화’만 떠올리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 형제가 남긴 다른 업적은 상대적으로 잊혀 형제의 방대한 연구 성과를 접하기가 어려웠다. 그림 형제는 결코 ‘동화 작가’가 아니다. 형제는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즉 민담을 수집해 책으로 펴냈고, 그 과정에서 정리한 편집 지침은 훗날 민속학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림 형제가 왜 민담을 수집했는지, 왜 민담에서 그치지 않고 민요나 전설, 신화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는지, 이런 점을 명확히 알아야 형제의 참모습을 알 수 있다. (p 13). 

 

이렇게 다른 점이 많았지만 야코프와 빌헬름은 평생 삶을 함께하며 부족한 곳을 채워 주고 서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동반자였다. (p. 21)

 

야코프는 마치 탐험가처럼 오랫동안 묻혀 있던 과거의 유산들을 발굴해 갔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지친 마음이 순식간에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p. 64)

 

전 세계가 여러모로 혼란스러웠지만, 우리는 평화롭게 학문에만 매진하고 싶다는 소망을 원동력 삼아 오랫동안 잊힌 문학을 발굴했다. 단순히 과거에서 위안을 찾으려 한 게 아니라 연구를 통해 예전과는 다른 시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p.96)

 

그림 형제 또한 셸링을 필두로 하는 낭만파와 자연주의 철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래서 민중 속에서 저절로 태어나 자라나는 전승문학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 형제가 책의 제목을 ‘독일’ 메르헨이나 ‘그림’ 메르헨이 아니라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이라고 지은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진짜 전승문학이란 무엇인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p.121)

 

민담을 읽다 보면 그 속에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실 한 가닥을 잡고 이야기를 따라 더듬더듬 나아가다 보면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메르헨, 곧 민담의 진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p.106)

 

빗방울과 이슬은 이 땅 위의 모든 것에 축복처럼 내려오지만, 자기가 키우는 식물은 너무 민감해 다칠 것 같다며 밖에 내놓지 않고 방 안에서만 물을 주려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비와 이슬을 전부 없애 버려야 한다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연에 있는 것이라면 모두 나름의 결실을 맺기 마련이며, 우리도 그런 점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p.159)

 

그림 형제는 이야기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 원형을 당대 사람들의 시각에 맞게 다듬었다. 한순간의 인기를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교훈적인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하는 일도 없었다. 만약 이야기의 본질까지 수정했다면 그림 형제 민담집은 오늘날처럼 국경과 시대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은 계속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p176)

 

야코프에게 언어 법칙을 발견하는 것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으며 범행의 실마리를 찾는 것과 같았다. 문법은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야코프는 달랐다. 그는 언어에 내재된 법칙이야말로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요소라 생각했다. (p.180-181)

 

『독일어 문법』은 예전에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역작이었다. 야코프는 단순히 독일어의 역사만 연구한 게 아니라 게르만어 전체를 포괄하는 문법 규칙을 찾아 규명하려 했다. 고트어, 영어, 스칸디나비아어군 등 여러 언어를 살펴보며 현재 모습을 갖추기까지 언어가 변화하는 과정을 역사적 맥락에서 논하는 등 언어학적으로도 한 획을 그었다.(p186)

 

야코프는 상아탑에서 홀로 연구만 하는 학자가 아니라, 현실의 움직임을 포착해 자신이 옛 자료에서 찾은 내용을 적용하고 싶어 하는 활동가였다. 『독일 법리 고사지』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실제로 필요한 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비춰 보는 거울 같은 책이었다. (p.210)

 

문학은 인간이 고고한 감정과 인식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도 훌륭한 방법이며, 어떤 민족이 거둔 정신적 수확물을 간직하는 보물 창고와 같다. 문학은 오직 하나의 단순한 수단만을 사용한다. 바로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이다. (p238) -빌헬름 그림, 괴팅겐 대학교 취임 기념 강의 ‘역사와 문학의 관련성에 대하여’ 중

 

창작물의 완전함으로 따지자면 야코프 그림의 독일어 문법서는 그때까지 감히 상상할 수도, 시도할 수도 없었던 책이다. 그 안에는 독일인의 ‘말의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야코프 그림만큼 언어를 본질까지 꿰뚫어 본 사람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깊이 언어의 비밀에 귀를 기울인 사람도 없었다. (p. 246)

 

학문은 진실을 가르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진실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p252)-야코프)

 

내가 이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이 행동이 내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이 글이 다음 세대에 전해져, 후손들이 읽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그러나 나는 살아 있는 한 스스로의 행동을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263)-야코프

 

전승문학은 학문이라고 부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학문 중의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승문학은 찬란한 태양 빛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거침없이 달리는 철도 대신 부드러운 물결에 실려 여러 나라를 천천히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노래가 되어 너른 초원과 계곡을 찰랑찰랑 흐르는 작은 시냇물처럼 울려 퍼지곤 합니다.(315) -야코프, ‘인문학의 가치에 대하여’ 중에서

 

“최근 3세기 동안 쓰인 언어를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만 담으려 합니다. 이 작업에는 각 단어의 역사도 포함할 예정입니다.”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형제가 단순히 단어와 표현을 모은 책이 아니라 언어의 변화 과정까지 포함해 살아 숨 쉬며 변해 온 독일어를 담은 사전을 만들려 했음을 알 수 있다. (p. 316)

 

이미 제안된 제1조를 제2조로 바꾸고 그 대신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1조로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모든 독일인은 자유로우며 독일 땅에 노예는 필요하지 않다. 외국에서 자유민이 아닌 사람도 이 땅에 머무르는 한, 이 땅에서 자유롭다.’라는 내용입니다. 자유가 더 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입니다. (p. 329)-야코프, 1848년 첫 국민의회에서의 발언

 

70세가 가까워지자 야코프는 더 이상 사전을 자기 손으로 완성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빨리 완성하기 위해 더 서두르거나 작업 방침을 바꾸지도 않았다. 오히려 “집필 방침을 제대로 확립해 다음 세대에 유품으로 남길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단지 사라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림 형제는 사전을 만들며 독일의 갈라진 운명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언어와 역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힘을 굳건히 간직해 주기를 바랐다. (p. 342)

 

작가 토마스 만은 그림 형제의 『독일어 사전』을 두고 “숭고한 기획이자 어문학의 기념비”라고 언급하며, “이 사전은 단순히 찾아보기 위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몇 시간이라도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p. 342)

 

젊을 때는 산책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 후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오직 얻는 것뿐이지요. 걷는 동안에도 스스로 얻은 깨달음은 없어지거나 망가지지 않고 계속 남기 때문입니다. 외진 곳에 있는 작은 길을 지나 들판과 밭으로 나가면 걸음을 조금만 빨리 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나는 이런 것을 직접 경험해 보았습니다. 집에 있을 때 뭔가 고민되는 게 있다면 마치 소요학파처럼 걸으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고민이 해결되지요. (p. 363) 야코프, ‘노년에 대하여’ 중

 

야코프는 판례야말로 예로부터 법이 간직한 본래 모습이라는 점을 밝히고 싶었다. 언어와 문학에 이어 법제사라는 영역에서 새로운 연구의 금광을 찾은 것이다. 이 법제사 연구는 1863년 야코프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후속 연구자들에 의해 같은 방식으로 계속 진행되었고, 야코프가 집필한 『옛 판례집』 4권에 이어 1866년부터 1878년 사이에 총 7권짜리 책이 되었다. (p. 371)

 

가족들이 슬픔을 누르며 집으로 돌아와 야코프의 옷을 정리하다 보니, 주머니 속에 낡은 쪽지가 한 장 들어 있었다. 펼쳐 보니 먼 옛날, 야코프가 파리에서 카셀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잠시 외출하면서 남긴 쪽지였다. 평생 그 쪽지를 몸에서 떼어 놓지 않고 간직했던 것이다. (p. 376)

 

 

『독일어 사전』 편찬 작업은 그 이후에도 그림 형제의 정리법을 충실히 따르며 계속 이어졌다. 각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언어학자가 작업을 이어받았다. 프로이센 국왕이 빌헬름 1세로 바뀌었을 때도, 그 이후 이어진 빌헬름 2세 정권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도, 바이마르 공화국이 세워지고 나치 독일이 제3제국을 선포했을 때도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졌을 때도 작업은 중단되지 않았다.(377-8)

 

그림 형제의 이름은 민담의 세계에서도 불멸의 영역에 올랐다. 『독일 전설』과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마치 그 나라의 이야기처럼 아이들에게 친숙해졌다.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어 아무리 읽어도 계속해서 새로운 주제가 끝없이 등장한다.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자체가 마르지 않는 샘이 된 셈이다. (p. 379)

 

전설과 민담, 신화와 동물 우화 등 그림 형제가 남긴 전승문학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다. 『독일 법리 고사지』와 『옛 판례집』은 법제사 분야 연구에 크게 공헌했고, 『독일 신화학』은 이후 민속학 연구의 지침이 되었다. (p.379)

 

오늘날 그림 형제는 여러 오독과 곡해로 인해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형제가 언제나 독일 통일을 바라며 민족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다는 점, 이들이 남긴 업적이 우리에게 끝없는 지적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실은 언제나 우리 발밑에 숨어 있다. 이것을 그대로 밟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파내어 드러낼 것인지는 각자 결정할 몫이다. 그림 형제는 우리에게 그런 점을 가르쳐 주고 있다. (p. 380)

 

전승문학이 이렇게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이유는 분명 그것이 생명의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형태에 매우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 없이 사는 민족은 없다. 서아프리카의 흑인들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고대 그리스의 스트라본 또한 그리스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명확히 기록한 바 있다. (p. 395)

 

 

 

서평

괴테의 삶을 책으로 읽는다면 너무나 유족한 그의 가문과 뛰어난 천재적 면모에 주눅 들기 십상이고,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삶을 읽어도 매우 괴팍하거나 굉장히 비극적인 특이한 인간상을 만나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림 형제는 다르다. ‘보통 사람’임에도 고통과 영광으로 점철된 그들의 꾸준한 삶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이 책이 묘파하고 있는 그림 형제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수시로 닥쳐오는 불행과 고난의 파고에 대처하는 그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 보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그것은 19세기 성실한 독일인의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을 이해하는 것이고, 19세기의 불행한 독일 역사 속에서 독일 시민들이 어떻게 ‘자유’와 ‘통일’을 갈망했고, 또 그러다가 마침내 어떤 좌절을 겪었는지를 ‘괴팅겐 7교수’ 일원이었던 그림 형제의 갈망과 좌절을 통해 추체험하는 것이다. 나아가 진보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성찰하면서 독일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독문학자로서 한국 의 교양인들에게 성심을 다하여 이 책을 추천한다.

-안삼환(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

저자소개

저자 : 하시모토 다카시
하시모토 다카시(橋本 孝, Takashi Hashimoto)
1934년 오카야마현 니미시 출생. 일본 주오대학(中央大學) 법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독일문학 박사과정을 거쳐 독일학술교류회(DAAD) 장학생으로 마르부르크 대학교,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뮌스터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일본 우쓰노미야 대학 교양학부 조교수를 거쳐 국제학부 교수,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와 에를랑겐 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독일을 방문해, 베텔에 체류하며 문헌 자료 수집과 조사에 전념했고, 그림 형제가 살던 시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하고 강의하며 일본과 독일의 교류에 이바지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일독과학문화상(JaDe), 2021년 독일연방공화국 연방공로 십자장 등을 받았다. 현재 도치기현 일독협회 회장 및 일본 일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일본 그림협회 회장과 독일 그림형제협회 명예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복지 도시 베텔: 히틀러로부터 장애인을 지켜낸 목사 부자의 이야기』 『기적의 의료􀤤복지의 마을 베텔: 마음의 풍요로움을 찾아서』가 있고, 옮긴 책으로 『그림 민담집』 등이 있다.
번역 : 육아리
육아리
책이 많은 집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다른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빠져 지냈으며 영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배웠다. 재미있게 읽은 책, 좋아하는 책을 함께 나누며 영어와 일본어 번역가로 일한다. 옮긴 책으로는 『구리구리-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개구리』 『사월의 정원』『기적을 선물한 우리 개 모슬리』 『행복을 부르는 고양이』 등이 있다.

출판사소개

‘여유당’은 강촌에 살던 옛 선비의 서재입니다. 다산에서 긴 유배를 마치고 돌아와 애끓는 모색의 시간을 시대정신 위에 아로새긴 인문학의 보고이지요. 여유당출판사는 여유당에 깃든 정신을 새기고, 2005년 ‘아! 그렇구나 우리 역사’ 시리즈로 시작하여 글·그림이 아름다운 국내외 그림책, 어린이·청소년 문학작품, 삶에 등불이 되어 줄 인물 이야기와 역사‧인문서를 펴내고 있습니다. 책이 즐거움을 주는 놀이가 되길 소망하며 한 권 한 권 정성을 다해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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