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국적이나 언어를 불문하고 감정을 움직이는 콘텐츠를 우수한 콘텐츠로 간주한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있을지라도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라면 더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이지만 전체적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콘텐츠가 아닌, 각국의 로컬 스토리를 발굴해 전 세계에 알리는 전략으로 성공하고 있다. K-콘텐츠는 넷플릭스가 각국 현지 창작자와 협력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의 성공을 보여준다. 또한 글로벌 OTT의 성장 속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이 바로 K-콘텐츠다.(44쪽)
〈승리호〉는 단순한 SF 서사가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개인적 한을 극복하고 연대와 공동체적 가치로 희망을 찾아가는 한국적 한의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은 이루지 못한 꿈이며,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열망이며, 화해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승리호〉의 선원들과 꽃님의 한은 파괴적인 적개심 대신 개인과 공동체의 극복 의지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승화로 나타난다.(91쪽)
〈오징어 게임〉은 현실의 처참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신명의 에너지를 통해 재미와 유희의 상황으로 전환시킨다. ‘달고나 뽑기’에서 기훈은 게임의 규칙을 모른 채 우산 모양을 선택한 후 “×됐네”라며 절망한다. 그러나 우연히 떨어진 땀방울에 설탕이 녹는 것을 보고 혀로 핥아서 모양을 분리할 수 있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주변 참가자들도 기훈의 방법을 따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한 협력을 하게 된다. 특히 일남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따라 하면서 라운드를 통과하는 모습에서 집단적 신명의 정서가 나타난다. 신명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달고나를 신바람 나게 녹여 분리에 성공하는 모습은 집단적인 동력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140쪽)
K-예능의 시대를 연 〈피지컬:100〉의 중요성과 의미는 매우 크다. 〈피지컬:100〉은 언어와 정서적 장벽으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졌던 한국의 예능 장르가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현실판 오징어 게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넷플릭스 최고의 히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가져오면서도 정통 서바이얼 리얼리티쇼의 현실감과 실질적 경쟁 상황을 구현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과 유사하면서도 최고의 근육 즉 피지컬을 가진 참가자를 뽑는다는 면에서 ‘ 근(筋)징어 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외국인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의 피지컬과 게임 방식에 열광했고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토론과 평가가 이루어졌다. 이런 현상은 K-예능이 기존의 한계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과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