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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 ISBN-13
    979-11-308-2350-8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2-2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허문화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시집 #시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205 mm, 136 Page

책소개

달항아리처럼 둥글게 세상을 감싸는 모성의 가족애

 

허문화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눈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가 푸른사상 시선 223로 출간되었다. 시인의 가족애는 전통적인 가족주의와 달리 사회적이고 다층적이다. 여성으로 갖는 운명 인식을 극복하고 사회적 존재자로서 견지한 정체성으로 사회의 구성원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한다.

목차

제1부 노을 지는 소리 붉다

노을을 듣다 / 춘분 예감 / 그녀의 강박 보고서 / 불면(不眠)이 불면 / 달항아리 / 능소화 유감 / 모서리가 아프다 / 꽃무릇 / 지심귀명례 / 가볍고 깊은 / 우물, 그 깊이에 관하여 / 접착과 집착 / 4월, 스캔들 / 드라이플라워

 

제2부 과속으로 달려오는 초록

6월, 양산장 / 자작극 / 도벽 / 백련암, 그곳에 가면 / 안부 / 하지 /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 / 잠 속의 잠 / 노안 / 메멘토 모리 / 상처의 맛 / 설거지를 하다가 / 그의 유일한 부동산

 

제3부 슬픈 항상성  

그녀, 미경 / 봄날, 지다 / 사춘기와 갱년기 / 덕분인지 때문인지, 울컥 / 중이염 / 봄날, 가족사진 / 가을, 가족사진 / 찌개를 다시 끓이며 / 음력 이월 / 목련을 보내다 / 슬픔은 자주 둥근 모습을 하고 찾아온다 / 혼자 먹는 밥 / 농부 작가, 그녀 / 탯줄 / 미스 캔들 / 엄마 꽃

 

제4부 꽃 아닌 꽃

평준화를 이루다 / 앵콜송 / 순장 / 산업단지 OUT / 양산늬우스 / 대한늬우스 2024 / 퇴근길 1 / 퇴근길 2 / 통계에 잡히다 / 잃다 / 밥과 법 / 저 강의 불임 / 가난한 여름날의 단상 / -2.95 / 낙타와 바늘구멍

 

▪ 작품 해설 : 모성의 가족애 _ 맹문재

 

본문인용

달항아리

 

손 없는 날은 

아무도 누구를 찾지 못하는 

몸풀기 좋은 날

 

만삭의 아낙은 말간 얼굴로

숯가마에 파고들었다

둥글게 부푼 배 위에 

뜨거운 만년설이 내렸다

 

기다림은 시간과의 사투 

때를 기다리는 것은 때가 되었다는 증거

 

사흘 낮과 밤

만월의 배를 안고

견뎌온 불의 시간은 하얗게 타들었다

 

입김을 품어 오랜 산고 끝에

이루어낸 둥근 통증

 

속을 단단하게 비워야 

비로소 완성되는

불의 사생아

 

차가운 산란이다

 

 

안부

 

눈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여름 장맛비에

늙은 산이 오래된 기억처럼 돌아앉았다

― 잘 지내시는지

표정보다 조금 더 어눌한 

빗소리로 답해주었다

며칠 남편과 냉전이었고

며칠 백일해로 쿨럭였고

며칠은 밀린 고지서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다고

먼 걸음 뒤에 만날 나중이 답하였다

 

눈으로 바라보는 여름의 끝

빗소리를 본다

 

 

사춘기와 갱년기 

 

내 속에서 빠져나온

열일곱 살 반항이

벽을 향해 주먹질하며

 

그냥 콱 뛰어내리겠다고 한다

-그래라 중간층쯤에서 후회할 거야

 

며칠 지나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겠다고 한다

-그래라 두상이 예뻐서 완전히 다 깎으면 잘 어울릴 거야

 

또 여러 날이 지나 외항선을 타고 바다로 갈 거라고 한다

-비려서 안 먹던 생선 열심히 사 먹으며 너를 그리워할 거야

 

너덜거리던 날들이 가고 이번에는 단식으로 버틴다

-식은 밥까지 다 먹어치워야지

 

설거지 말끔히 한 후 거울을 본다

깜빡 잊고 거울 앞에 걸어둔 

얼굴이 시간을 갈아입는다

 

내 속에서 유쾌한 여자가 빠져나간 듯

서평

작품 세계

 

허문화 시인의 시 세계를 이루는 토대이자 주제는 모성을 바탕으로 한 가족애이다. 여성은 임신, 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모성애를 경험하는데, 시인은 그것을 가족 사랑으로 확대하고 심화한다. 모성이 본성적이라면 가족애는 사회적이다. 따라서 모성의 가족애는 사랑의 본성이 환경 조건 속에서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중략)

허문화 시인의 가족애는 가문을 내세우는 전통적인 가족주의와 다를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임신이나 출산이나 육아와 관련된 범주를 넘는다. 개인적인 것은 물론 사회적인 것이어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또한 여성으로서 갖는 운명 인식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자로서 정체성과 주체성을 견지한 것이다. 따라서 시인의 가족애는 자본주의 체제에 함몰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기적 개인주의를 극단적으로 긍정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는 가치가 되는 것이다.

(중략)

가족애의 개념은 친족 관계에 있는 구성원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허문화 시인의 인식은 그 범주를 넘는다. 모성의 정서적 친밀감과 소속감으로 사회 구성원과 연대한다.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시인이 “알바천국에 알바만 있고 천국은 없다는 것을/취준생이 되면서 알게 된”(「통계에 잡히다」) 것이나, 직장을 잃자 “아내와 딸들의 얼굴이 명치끝 통증”(「잃다」)을 느끼는 것이 그 모습이다. 우리 사회의 취업 문제와 실직자의 아픔을 가족애로 알려주는 것이다.

시인은 “봄날 당근밭에서 아이들 등록금을 캐냈고/이모작 콩밭에서 두 아들 결혼자금을 타작했던/생산의 텃밭”(「산업단지 OUT」)이 산업단지의 회색 시멘트로 덮이자 주민들과 함께 맞선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살처분된 동물들을 안타까워하며 “다른 생을 위해 묻힌/익명의 숨탄것들”(「순장」)을 품는다. 콘크리트가 능멸하는 바람에 강물이 흐르지 못하는 상황을 “내 어머니의 자궁은/하루하루 타들어”(「저 강의 불임」) 간다며 환경 문제도 가족애로 제기한다.

― 맹문재(문학평론가 · 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허문화
경남 양산에서 태어났다. 동아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경북대학교 문학치료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양산문인협회에서 활동했고, 2025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초대 공동의장을 맡으며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현재는 독서와 문학치료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양산 상북면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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