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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말라 죽다


  • ISBN-13
    979-11-308-2349-2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2-1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허영옥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시집 #시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205 mm, 140 Page

책소개

고독과 위험에 대응하는 속 깊은 윤리적 이해

 

허영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장마에 말라 죽다』가 푸른사상 시선 222로 출간되었다. 웅크려 있던 시적 자아는 합리적인 성찰을 통해 외부성의 문제에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자신과 타자 사이의 이해와 통합된 조화를 통해 부모와 이웃과 인류의 세계를 노래한다.

 

목차

제1부 내가 없는 하루

거미줄 / 보이지 않는 날개가 아프다 / 내가 없는 하루 / 감정 노동 / 유토피아 / 새가 사는 법 / 장마에 말라 죽다 / 누가 달을 베어 갔을까? 1 / 빗방울 랩소디 / 그냥 1 / 하루 / 소금 바람 / 가을이 까칠하고 쓸쓸한 이유 / 우분투 / 그냥 2

 

제2부 가을꽃 놀이

제일 아까운 것 / 겨울 수국 / 상중(喪中) / 기도 / 시집가던 날 / 울컥하는 양지 / 가을꽃 놀이 / 고요 앞에서 / 달팽이 / 빨간 초보 운전 / 엄마 손 1 / 엄마 손 2 / 내 봄 / 소 / 모두 네 탓이라고 한다

 

제3부 꽃무늬 달팽이

배가 고프다 / 좋은 시가 무섭다 / 날짜 지난 신문을 읽는 아침 / 농사 / 딱지 ― 긴 하루 / 앞발 / 거미 집 / 누가 달을 베어 갔을까? / 정낭걸 / 독(毒) 짓는 마음 / 말 못 할 사연 / 나를 보는 시간 / 장마 / 꽃무늬 달팽이 / 보일러를 켰다

 

제4부 말똥말똥한 질문

AI / 137일 / 2024년 12월 3일 새벽, 얼룩 / 전쟁100 / 어쩔티비 / 등신불 / 50년 전 그대에게 ― 전태일 / 태극기 부대와 엄마 부대 / 흔적 / 그날이 오면 / 진실은 늘 위기 / 늙은 미래 / 여름 끝에서 / 말똥말똥한 질문 / 바람의 전쟁

 

▪ 작품 해설 : 고독 속의 한 줄기 빛, 우애의 공동체로 확장 _ 권영옥

본문인용

장마에 말라 죽다

 

자꾸 깜빡이는 정신 

백열등처럼 불안한 빛 흘리며 

하루를 견딘다

 

장마 예보에 

다육 화분 몇 개만 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에 맡겼다

 

보이는 화분에만 

말을 걸고 손길 주며

안에 있는 다육 화분엔 

물 줄 생각조차 잊었다

 

장마 지난 뒤

내가 건너뛴 눈길에 

안에서 마른장마 겪은

화분 몇 비우며

 

내 익숙함의 무심함에

또 누군가를 말라가게 하지 않았나 

 

덜컥, 두려움이 덮친다

 

 

모두 네 탓이라고 한다

 

해마다 올해는 유난히 덥고

유난히 장마가 길고

유난히 가을과 봄이 짧고

유난히 춥거나, 춥지 않다고

여러 이유를 붙이며

언론은 호들갑을 떨 것이다

 

봄을 맞는 꽃놀이

단풍을 즐기던 가을

꽃놀이와 단풍놀이의 여유와 감성은

텔레비전 앞에서나 어루만지며

 

날마다 최고를 갱신하는

저 유난한 것들이  

인간의 욕심이 만든 것이란 걸 알면서

아무도 편리함을 내려놓지 않으려

모두 네 탓이라고 한다

 

자연을 대신하는 편리함을 씹으며

나는 오늘도 전자레인지 속에서

공장에서 뽑아낸 계절을 데운다

 

 

137일

 

한여름을 시원하게 

한겨울을 따뜻하게 보낸 결과

 

137일

올해 북극곰이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한 날이라네요

 

얼음 위에 누워 있어야 할 북극곰은 지친 모습으로

차와 굴뚝이 물 위에 비치는 마른 풀밭에서

이리저리 인간들의 행동을 살피며

사람이 던져주는 큰 물고기를 받아먹고 있네요

 

이글루가 사라진 북극은

머지않아

집집마다 집채만 한 곰들이

개처럼 집을 지키겠네요

 

그렇게 서서히 

길들어가는 곰의 멸종을

우린 지켜보고 있네요

서평

작품 세계

 

유한성의 지배를 받는 인간은 어떤 한 시기에 이르러 특별한 감정을 경험할 때가 있다. 이러한 감정을 우리는 ‘고독’이라고 하고, 또는 ‘자기로의 복귀’라고도 한다. 고독이란 한 인간을 갇히게 하는 어둠이고, 외부와 차단된 채 자신을 익명성 속에 웅크리게 하는 감정이다. 왜 고독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일어날까? 인간의 감정에는 인격성과 비인격성이 혼재해 있다. 그 때문에 자아는 죽음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외롭고 쓸쓸하게 한다. 레비나스에 의하면 고독은 물질에 대한 걱정이 홀로서기 자체에서 생기고, 또한 이 걱정은 인간으로서 속 깊은 불행에 대응하고자 하는 진지한 시도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개인의 물질적 욕망 때문에 걱정이 일어나고, 그걸 알면서도 인간은 존재의 짐을 스스로 벗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고독 속에 오래 갇혀 있다 보면 빛이 필요하다. 그래서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고독 속에서 홀로서기는 성찰이고 빛이다. 탈고독화로 자신을 정립한 인간은 사회성을 가진 자유인으로 살아간다.

허영옥 시인 역시 2017년에 첫 시집 『그늘의 일침』 이후 자아가 세계 속에서 철저하게 고립된 채 고독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합리적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구체적인 외부성의 문제에 접근하게 된다. 시인에게서 구체적인 외부성이란 부모와의 소통의 관계나 존재의 본질을 자신의 바깥에서 찾아나가는 자아의 외적인 모습을 의미한다. 여기에 관한 시편들이 『장마에 말라 죽다』이다. 

(중략)

시인의 시편에는 일상의 쓸쓸한 내면을 넘어서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 고향 이웃이나 인류에 대한 속 깊은 윤리적 이해가 들어 있다. 이는 현실을 살아가는 시인의 마음이 헐거워지면 꾸준히 성찰하고, 그러면서 엄격함을 유지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인의 시가 지니고 있는 쓸쓸함과 긴장감이 주는 미 또한 전쟁 같은 인류의 거대한 주제에서 오는 게 아니다. 자신과 타자들의 고단한 일상에서 오는 고독과 당위적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용해되며 이루어내는 통합된 조화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무미건조한 일상과 그것을 넘어서는 세계로의 확장, 대극점이 공존하는 세계가 허영옥 시의 주조를 이루고 있다. 

― 권영옥(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허영옥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2003년 『경남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늘의 일침』이 있으며, 제10회 경남작가상을 수상했다. 한국작가회의, 경남작가회의, 객토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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