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 ‘프롤로그’ 중에서
“공부해라.” 그 한마디는 사랑에서 시작되는 것이 분명하다.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염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나 아이의 표정은 굳어버리고, 대화는 끊긴다. 부모는 속으로 후회하게 된다. ‘아, 또 말했구나…’ 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의 프레임이다. 같은 사랑의 표현이라도 어떤 말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마음은 열리기도, 닫히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리프레임(ReFrame) 즉, 사고의 전환 관점의 전환이다.
p43.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 중에서
닫힌 질문은 부모가 대화를 주도하려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숙제 다 했니?”, “시험 준비는 끝났어?” 같은 질문은 ‘예, 아니오’로 답할 수밖에 없고, 대화는 단조롭게 된다. 아이는 점검을 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반면 열린 질문은 아이를 자기의 세계로 초대한다. “오늘은 어떤 생각을 많이 했니?”, “무엇이 가장 즐거웠니?” 같은 질문은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하루를 정리하게 만들고, 부모에게는 아이의 내면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대화가 길어지고, 관계는 따뜻해진다.
열린 질문은 단순히 아이가 말을 많이 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그 속에는 아이를 존중하는 시선이 담겨 있는 것이다. 부모가 일방적인 대화의 주도권을 내려놓을 때, 아이는 자기의 이야기를 비로소 시작한다.
p71. ‘갈등을 줄이는 부모의 개입’ 중에서
부모가 아이의 숙제에 개입할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는 ‘명령형 언어’의 사용이다. “빨리 좀 해라.”, “이제 숙제 해야지.”와 같은 말은 순간적으로 아이의 행동을 끌어낼 수는 있지만, 오래 지속되도록 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아이에게는 부모의 말이 통제와 압박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부모와 아이의 갈등을 줄이려면, 통제 대신 협의가 필요하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공부할 시간을 정해주는 대신,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공부할 시간을 정하면 아이는 주도권을 느끼게 된다. “저녁 먹고 30분 쉬고 8시부터 시작하는 건 어때?” 이렇게 부모가 제안하고 아이의 의견을 묻는 순간, 아이의 행동은 ‘명령에 따른 수행’이 아니라 ‘자기와의 약속’이 된다. 혹시 공부를 시작하는 시간이 계획보다 늦어지더라도 아이가 시작한 행동 자체는 칭찬해야 한다. “벌써 책상 앞에 앉았구나. 공부를 시작하려는 게 대단하다.” 이 말은 아이에게 “부모가 내 노력을 지켜본다.”라는 신호를 준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부모에게 인정받을 때, 루틴은 억지가 아닌 자기 주도성을 발휘하는 시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p124.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말’ 중에서
질문보다 먼저 필요한 건 공감이다.
“속상했겠다.”
“매우 아쉬웠겠네.”
이 한마디가 아이의 방어기제를 풀어주게 된다.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질 때, 아이는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공감은 생각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다. 공감 ➡질문 ➡행동의 흐름이 쌓이면 아이는 점점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감정을 이해받은 경험은 아이의 내면에 “나는 지금 안전하다.”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그 믿음이 곧 학습의 동력이 된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무엇이 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배움이 숨겨져 있다. 부모의 말이 그 배움을 발견하게도 하고, 가리기도 한다. “너 왜 그랬어?”라는 질문은 과거에 머무는 말이다. “다시 한다면?”이라는 질문은 미래를 여는 말이다. 언어의 방향이 곧 아이의 성장 방향인 것이다.
오늘 밤, 아이가 실수 이야기를 꺼낸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괜찮아. 이번 경험이 너를 더 성장시킬 거야.”
이 말이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p177. ‘대화가 멈춘 식탁, 질문이 다시 불을 밝힌다’ 중에서
하루의 끝,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있지만 대화는 없다. 아이의 눈은 스마트폰 화면에 머물고, 부모는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오늘 공부는 잘됐어?” 짧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냥요.” 그 한마디로 대화는 닫히고, 식탁엔 침묵만 흐른다.
그러나 이 침묵을 깨는 힘은 거창한 설득이나 긴 강의가 아니다. 단 한 문장, 질문이다. “오늘은 뭐가 제일 즐거웠니?” 이 짧은 물음에 아이는 고개를 들고 잠시 생각한다. “체육 시간에 야구했을 때요.” 그 순간, 대화의 문이 열리고 마음의 온도가 달라진다. 질문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을 여는 열쇠이자,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이다. 부모의 질문 하나가 아이의 자존감과 사고력, 그리고 가정의 공기를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