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6. ‘프롤로그’ 중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국가와 사회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AI는 인간의 단순 지식과 반복적인 노동은 물론 고도의 지성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전문 영역까지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능 혁명’은 우리 사회의 구조와 삶의 방식, 경제 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될 변화는 20세기 말의 디지털 대전환은 물론, 18세기 산업혁명까지 뛰어넘는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변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의 그 어떤 혁신도 이처럼 인간의 ‘지성’ 자체를 직접적으로 확장하거나 대체하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p19. ‘프롤로그’ 중에서
이제는 20세기 문제풀이식 입시 교육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됩니다. 수박 겉핥기식 체험 교육이나 무기력한 행복교육에 머무를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인류사적 전환의 파도를 넘을 새로운 나침반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배움(스스로 질문하는 힘)’, ‘성장(불편함을 통과하는 힘)’, 그리고 ‘이야기(AI가 대체 못할 고유한 서사)’입니다.
p41. ‘1부 1장. AI 시대의 한국 교육, 그리고 경남교육’ 중에서
지난 10여 년간 경남에서 강조된 행복교육은 학교를 도전의 불편함과 성장을 위한 긴장이 사라진 ‘불편함의 제거 시스템’으로 변질시켰습니다. 그 결과 성적과 역량은 떨어지고 아이들은 행복하지도 않은,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학생들은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배움은 성장의 여정이 아니라 순간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교육상품의 소비 체험’으로 전락했습니다.
p68. ‘1부 1장. AI 시대의 한국 교육, 그리고 경남교육’ 중에서
기업과 산업 현장에서 ‘가짜 노동(pseudo-work)’이라는 개념이 화두가 되고 있듯이, 교육 현장에 만연한 ‘가짜 교육(pseudo-education)’의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AI가 지식 암기, 정보 검색, 심지어 문제 풀이까지 인간을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가짜 교육은 이제 그 의미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AI가 순식간에 해내는 일을 잘하기 위해 학생들이 10년 넘게 피땀 흘리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 낭비이자 지적(知的) 학대에 가깝습니다.
p135. ‘2부 1장. 배움: 스스로 질문하는 힘’ 중에서
학교의 존재 이유는 ‘배움’에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진정한 배움은 ‘문해력(文解力)’이라는 기초 체력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저는 경남교육의 학력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처방이 바로 이 문해력 향상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만약 우리가 학생들의 문해력만이라도 제대로 향상시킬 수 있다면, 경남 전체 학생들의 평균 등급을 1~2등급 이상 끌어올리는 것도 결코 과장된 목표가 아닐 것입니다.
p157. ‘2부 2장. 성장: 불편함을 이겨내는 힘’ 중에서
배움과 성장은 원래 불편한 것입니다. 새로운 개념을 이해할 때의 혼란, 실패를 경험할 때의 좌절,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불쾌감—이 모든 감정은 배움의 근육을 키우는 자극입니다. 교육의 역할은 위험을 무조건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마주하는 위험(불편함)을 성장의 의미로 바꾸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합니다. 진짜 배움은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서만 가능하며, 이때의 위험은 해로움이 아니라 성장을 자극하는 보약입니다.
p160. ‘2부 2장. 성장: 불편함을 이겨내는 힘’ 중에서
경남교육이 추구해야 할 진짜 배움의 기쁨은 그런 얕은 보상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공부나 일 그 자체에 완전히 빠져드는 ‘몰입(flow)’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게임의 즉각적인 쾌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고 지속적인 희열입니다. 이 깊은 기쁨을 알게 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이 희열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학생은 외적 보상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고, 평생 학습을 지속할 내면의 힘을 얻게 됩니다.
p171. ‘2부 2장. 성장: 불편함을 이겨내는 힘’ 중에서
스탠퍼드 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 캐럴 드웩 교수는 이 절망의 언어를 희망의 언어로 바꾸는 단 하나의 표현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Not Yet — 아직은 아니다”입니다. 이 한마디는 경남형 성장 교육의 핵심 철학이 되어야 합니다. “너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않았을 뿐이야. 하지만 반드시 갈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직’의 가능성을 믿을 때 진정한 성장이 시작됩니다.
p179. ‘2부 3장. 이야기: AI가 대체 못할 고유한 서사’ 중에서
이야기는 단순히 주고받는 말이나 사건의 기록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시간이 사람 안에 스며드는 과정이며 교육이 개인과 공동체의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을 사람에게 겹겹이 쌓아가는 예술과 같습니다. 지나간 수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몸에 ‘감각’으로, 교사의 기억 속에 ‘통찰’로 남아 층층이 쌓여갑니다.
p215. ‘에필로그’ 중에서
제가 맨 처음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을 꿈꾸며 교육이라는 사다리를 오르던 그 간절함으로, 이제는 우리 경남의 모든 아이에게 튼튼한 ‘교육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사다리 아저씨’가 되겠습니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이 이야기꽃으로 피어나는 경남교육을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쏟겠습니다. 경남의 모든 교실에 희망의 씨앗이 움트고, 모든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활짝 피워내는 위대한 여정에 기꺼이 저의 남은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