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 시인은 혀(tongue)를 중심 제재로 삼고 혀가 만드는 말의 의미를 탐구한다. 혀는 음식을 씹는 기능을 돕거나 맛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입안에서 소리와 말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시인은 한국 시문학사에서 보지 못한 이러한 면을 집중적으로 노래해 현대시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시인의 혀에 대한 인식은 유사성을 토대로 선택 관계를 형성한다. 가령 시인의 작품들에서 혀는 운명의 밧줄이 되고, 갈등의 씨앗이 된다. 홀로 남은 신발이 되고, 자신부터 베는 칼날이 되고, 방울뱀의 꼬리가 된다. 초식성의 말이 되고, 몸 밖으로 뛰쳐나가는 줄기가 되고, 팽팽한 오기의 힘줄이 된다. (중략)
시인의 혀에 대한 인식은 인접성을 토대로 결합 관계도 형성한다. 가령 혀와 근육, 혀와 뼈, 혀와 척추, 혀와 살덩이, 혀와 뿌리, 혀와 입안, 혀와 목청, 혀와 혓바닥 등으로 혀의 정체성을 보다 확립한다.
시인이 혀의 선택 관계로 은유를 형성하고, 결합 관계로 환유를 형성하는 것은 그의 욕망을 부단하게 추구하는 모습이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욕망을 통해 자아를 확립하고 세계인식을 심화하는 것이다. 시인은 혀가 만들어내는 말로 사회적인 존재성을 확립한다. 따라서 시인의 혀에 대한 인식론은 시어를 토대로 한 시론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 추구하는 사랑론이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