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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


  • ISBN-13
    979-11-308-2339-3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8,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1-1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공미숙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소설 #소설: 일반 및 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10 mm, 200 Page

책소개

디스토피아적 현상을 통해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탐문하는 소설들

 

공미숙 작가의 첫 소설집 『파란 대문』이 푸른사상 소설선 73번으로 출간되었다. 폭력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인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가 내세운 소설의 인물들이 폭력을 감당하고 있는 모습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폭력을 확인시켜준다. 아울러 폭력에 무너지지 않는 인간 가치를 독자와 함께 모색한다. 

목차

■ 작가의 말

 

파란 대문

파장

초코파이와 카스타드

스토커

홀로 남겨진 시간

무풍 에어컨

 

■ 작품 해설 │ 폭력을 응시하는 서늘한 시선 _ 심영의 

본문인용

‘행복의 집’에 막 입소한 나는 이모보다 큰아빠인 원장을 졸졸 따라다녔다.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살며시 방을 빠져나와 원장실로 갔다. 책상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 큰아빠 품에 안겼다. 그는 가끔 내게 신문 기사 내용을 읽어줬다. 강도가 들어와 일가족을 죽였다. 집에 불이 나서 모두 죽었다. 추운 겨울 노숙자들이 갈 곳이 없어서 얼어 죽었다 같은 내용이었다. 

“수인아, 방금 기사를 읽은 것처럼 세상 밖은 정말 무서운 곳이야. 매일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집이 없어 길거리에서 잠을 자. 먹을 게 없어서 굶는 사람도 있단다. 네가 있는 이곳이 제일 안전해. 알겠어?”

나는 파란 대문 안에만 있으면 모든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파란 대문」, 28~29쪽)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지 2주가 넘었다. 병원 안은 고장 난 로봇들로 가득한 공장을 연상시켰다. 팔, 다리, 허리, 손에 붕대를 감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사가 풀린 로봇을 보는 것 같다. 움직일 때마다 붕대를 감아놓은 곳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엄마와 나는 움직일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는 점점 엄마의 고통에 무덤덤해졌다. 병실의 공기는 탁하면서도 무거웠다. 기저귀를 교체할 때마다 얼른 이 상황이 끝났으면 했다. 엄마가 화장실이라도 갈 수 있다면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오빠, 언니는 점점 통화 횟수가 줄었다. 메신저 가족 대화방에서만 엄마의 안부를 물었다. 내게는 단답형으로 고생한다는 말뿐이었다. (「파장」, 53~54쪽)

 

나는 시간이 겹치지 않게 그가 매일 들르는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바닐라라떼를 포기하고 똑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여직원 중에는 간식을 사 와서 그의 책상에 몰래 놔두고 간 사람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밖에서 커피를 사 와서 그에게 직접 건네기도 했다. 나는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바로 앞에 있지만, 그가 있는 곳은 나에게는 너무나 먼 거리였다. 

그의 행동을 눈으로만 쫓는 것에 나는 심한 갈증이 일었다. 어느 순간, 그의 손이 닿았던 곳을 만져보고 싶었다. 나는 대담해졌다. 그가 커피나 물을 마시고 버린 종이컵, 출입문 손잡이, 복합기, 에어컨 리모컨, 그가 쓰레기통에 버린 종이. 점점 그의 손이 닿았던 물건들을 몰래 만져보고 수집했다. 자리에 없을 땐 책상으로 가 컴퓨터 키보드를 손으로 슬며시 쓸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그가 남겨놓은 손 온도가 사라지고 없었다. (「스토커」, 107쪽)

 

 

순규가 대학원을 다니는 사이 은희는 임신했고, 아이를 낳았다. 은희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순규는 집안일은 은희에게 모두 맡긴 채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오로지 책만 봤다. 은희는 우는 아이를 등에 업고 남편이 공부하고 있는 어깨너머로 책을 보곤 했다. 다음 시간은 자신의 시간이라고. 언젠가는, 언젠가는 자신도 저 자리에 앉아 그녀가 좋아하는 숫자를 붙잡고 씨름할 날이 올 거라고. 그토록 원하던 시간 속에 머물 수 있을 거라고. 그 황홀한 시간이 주어질 거라고. 은희는 여름날 남편 등 뒤로 흐르는 땀방울마저도 부러웠다. 그러나 시간은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졌다. 순규가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하러 가는 시간에도 은희의 자리는 그대로였다. 순규에게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려 할 때마다 또다시 은희 앞에 다양한 형태의 단단한 벽이 가로막곤 했다. 한 번도 내뱉지 못한 말은 싹을 피우지 못했다. 그러나 아주 잊은 건 아니었다. (「무풍 에어컨」, 164쪽)

서평

작품 세계

 

소설집 『파란 대문』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이미저리는 폭력에 대한 깊은 사유라 할 수 있다. 폭력은 단지 한 개인의 신체와 영혼을 병들게 하는 데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맥락과 분리할 수 없는 징후다. 

본디 소설이 지향하는 것은 유토피아적 삶이지만 그것은 디스토피아적 현상을 통해 그 가능성을 탐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가 독자에게 주는 신뢰는,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폭력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깊이 있게 바라보는 깊은 눈에 있다. 공미숙 소설은, 소설의 인물이 감당하고 있는 삶의 세부를 담담하게 살피면서 그들에게 깊은 애정을 잃지 않고 있다. 이는 소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작가가 충분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심영의(소설가, 문학평론가, 전 전남대 교수) 

저자소개

저자 : 공미숙
광주에서 태어나 2020년 광주전남작가회의 기관지 『작가』 소설 부문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창작21』 소설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고, 2023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에 선정되었다. 2025년 광주문화재단 지역문화 예술육성 지원사업 기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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