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본〉의 내용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NSA)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스카이프와 아웃룩 서비스 접근권을 허용받았다는 의혹이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이 자국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적으로 도청, 감청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NSA는 비밀 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으로부터 사용자의 이메일, 사진, 영상, 음성대화, 인터넷 정보 검색 기록, 검색 엔진 질문 기록, 클라우드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했다. 물론 미국 정부에서는 이 혐의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미국 같은 강대국은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시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국가가 시민을 감시하지 않도록 하려면 시민들이 국가를 감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는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통제하려고 할 것이다. 한때 자유로운 세상으로 여겨지던 온라인 세상이 디지털 권위주의의 온상으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노력은 자유롭게 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일 것이다. (50~51쪽)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r)의 아비투스(Habitus)라는 개념을 알면 사회계층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각 사회적 계층의 사람들은 자라오면서 계층에 맞게 어떠한 성향을 습득한다. 그 성향이란, 집에서 쓰는 용어가 될 수도 있고, 교양 수준이 될 수도 있고, 음식 선호가 될 수 있고, 취미의 차이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박 사장의 가족은 영어를 많이 섞어 쓰는 데 반해 기택네 가족은 비속어를 많이 섞어 쓴다. 이러한 언어 습관이 두 가족의 아비투스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언어 행태가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체화된 차이를 보여준다. (96~97쪽)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한 칸 한 칸 옮겨 가는 데 많은 고생을 한다. 그리고 희생도 컸다. 처음에 같이 항쟁을 시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주인공과 소수만 살아서 궁극의 지도자인 윌포드를 만난다. 이 모든 일 가운데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윌포드를 제거하였고 기차는 멈추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는 것은 두렵다. 영화를 보면 기차를 멈추고 눈밭으로 나가더라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윌포드가 후계자 자리를 커티스에 넘기면 문제가 해결될지 안 될지도 확신할 수 없다. 커티스도 권력의 맛을 보고 또 다른 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것처럼 말이다. 이럴 바에는 아예 기차를 멈추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152~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