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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씨의 평미레


  • ISBN-13
    979-11-308-2321-8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9-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주희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시집 #시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205 mm, 152 Page

책소개

착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이 모여 복작복작 정겨운 시집

 

이주희 시인의 시집 『고 씨의 평미레』이 푸른사상 시선 211로 출간되었다. 자신이 일구어내는 언어의 뜰 안에 사랑하는 존재들을 소환한 시인은 그 모두가 평화와 안식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한 편 한 편의 시에 담아냈다.

목차

제1부 따봉! 엄마표 아무라이스

말복 아침 / 복만두 / 아무라이스 / 콩나물밥 / 수박 / 소문난 호두과자 / 나의 알천 돈암동 / 냉장고 / 신창동 연가 / 호계동 914번지 / 반구대 곳간 / 수마노탑(水瑪瑙塔) / 민들레 꽃씨 입산기 / 바람꽃

 

제2부 궂은 날 물러가고 웃날 들라고 

그래야지라 / 여말이요 여말이요 하며 / 청주 한 씨 약전 / 명집(明集) / 시계꽃 / 마당 깊은 꽃집 안주인 / 산호 반지 / 화살기도 / 하얀 목련 / 보살할미 / 엄정용 씨 / 엄정용 씨의 호기심 / 마(馬) 노인 강을 건너다 / 할미새한테서 전화가 왔다 / 섣달 그믐날 / 단풍놀이

 

제3부 거룻배처럼 요동치면서도 꿋꿋했다

미나리꽝 / 매미의 절차탁마 / 작다리 목도장 / 조막손이 제비꽃 / 흔들의자 / 동상이몽 / 가시칠엽수의 겨우살이 / 까투리 찾기 / 고 씨의 평미레 / 채송화 / 피사리 / 팽목(彭木) / 최현배 / 8호실의 항거

 

제4부 개나리꽃 위에서 춤추는 노랑나비

시꽃  / 적(籍) / 주희(周熙) / 경선(暻瑄) / 강현(綱炫) / 삼신할멈바위 앞에서 / 개나리미장원 원장 / 쑥순이전 / 상강 이후 / 칡꽃 잔칫날 / 11월 15일 / 효부 / 담판한(擔板漢) / 조전손전

 

▪ 작품 해설 : 노동의 언어를 통한, 공동체를 위한 돌봄의 시학 _ 김윤정

본문인용

나의 알천 돈암동 

 

 

성당집 할머니는 일요일마다 식구들과 설빔 차림으로 나서며 

천당도 함께 가자고 이웃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같은 반 친구 동춘이네는 차관집이었다

일하는 할머니가 가끔 귀뚜라밋국을 끓인다며 난처해하는 

그 애 엄마를 겸손하고 착하다며 모두 칭찬했다 

소꿉장난할 땐 은행집에서 집집이 선물한 

코끼리 저금통에 동전밥을 먹이며 놀았다 

인심의 화수분인 텔레비전집은 교수집이었는데

이은관이 배뱅이굿을 하는 날에는 밤늦도록 대문을 열어놓았다

 

주인이 기억나지 않는 두 집은 내겐 권 대감집과 이 대감집이었다

고욤이 잔뜩 매달린 나뭇가지가 아랫집으로 넘어왔는데

오성이 권율 장군의 사위가 된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였다 

고무줄놀이를 하던 정옥이네는 민영환의 친척집이라 했다

적산가옥이라는 이층집은 멋진 정원에 담쟁이덩굴로 덮인 집채 

열어놓은 창문에서 뻐꾸기시계가 울어 동화 속 마법의 성이었다

맨 아래 병원집이 있었는데

한밤중에도 왕진을 오는 의사의 웃음은 약사여래를 닮았다

 

북한산 줄기를 이고 있는 동굴집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했다 

눈비에도 끄떡없고 그네도 매여 있어 나는 무시로 드나들었다

순옥이 동생이 내가 타는 그네에 부딪혀 넘어졌을 때

그 엄마는 되레 자기 아들을 나무랐다

 

곗돈을 타먹은 계원이 도망가자 

계주였던 세탁소집 아줌마가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악다구니 대신 

마을 어른들은 남은 식구의 반찬을 만들어 나르고 

아이들은 그 집 꼬마와 놀아주었다

 

나의 알천 돈암동 417번지

오르막 삼거리 가장 꼭대기 우리 집은 

둥구나무 아래 평상처럼 늘 복작복작했다

 

 

 

고 씨의 평미레  

 

 

실개천이 끝나는 곳의 쌀집 주인은 

고무줄 자[尺]라는 소문이 자자했어요

 

평미레를 끝까지 미는 말질에

어쩜 쌀 한 톨까지 깎아버리냐 항변하면

추수 마친 논바닥처럼 밀 뿐이라 대꾸했지요

 

그래도 손주를 데리고 사는 옴팡집 할머니나 

거스러미 같은 아들과 사는 강진댁이 

되쌀을 사러 오면

머슴밥처럼 담았고요

 

도래솔에서 소탱소탱 소쩍새 울던 날

흥부 자식처럼 누더기 차림인 

산마루 기찻집 오누이에겐 

따끈한 밥을 내주고 너끈하게 덤까지 주었지요

 

하루는 말쌀을 사러 온 

파란 철대문집 아주머니가

다른 이들에겐 후하면서 

내게만 야박하냐고 따졌다지요

 

고 씨의 대답

요즘 세상에 아이들이 

배고픈 설움은 없어야 하잖아요

서평

이주희 시인은 광부가 광산에서 금을 캐내듯이 언어를 발굴해 그것에 그의 소망을 함축시키고는 마치 의식을 거행하듯 그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소환한다. 시인은 그가 만드는 언어의 뜰 안에서 그가 품는 모든 존재들이 평화와 안식을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시인의 열망은 현실적이고 실제적이다. 나아가 구복적(求福的)이기도 하다. 이는 시인의 시 세계가 물질적인 동시에 정신적임을, 그의 존재를 향한 사랑이 매우 근원적임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그의 시적 실천이 지니는 강도를 가늠케 하는 동시에 그의 시에 대한 독법을 언어를 매개로 한 시인의 노동의 성과에 주목하게 한다.

― 김윤정(문학평론가·강릉원주대 교수) 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이주희
서울에서 태어나 2007년 『시평』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마당 깊은 꽃집』이 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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