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왜 계속될까요?
톨스토이는 대답합니다.
“전쟁은 아무도 묻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전쟁은 언제 시작될까요? 총성이 울릴 때? 탱크가 국경을 넘을 때? 전쟁은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 한마디 말과 한 줄 텍스트로 시작되는 지도 모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 불렀습니다. 이후 ‘전쟁’이라는 단어가 금지되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전쟁이 아닌 평화 작전이 벌어지는 중이라고 배웁니다.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이라크와 쿠르드, 미중 간 무역·군사 충돌 역시 정치 언어의 장막 속에서 우리 일상에 조용히 침투하고 있습니다. 사실보다 프레임이, 진실보다 감정이 앞서고 그 안에서 국민은 선택된 말만을 듣게 되지요. 톨스토이는 전쟁을 그런 식으로 은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쟁을 ‘전쟁’이라 일컬었고 인간의 탐욕과 권력욕, 고통과 책임을 문학으로 꿰뚫어 보았습니다. 오늘도 전쟁이 지나간 자리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집을 잃고 거리를 떠돌며 누군가의 결정을 대신 살아 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 “이 땅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습니다. 《작고 아름다운 톨스토이의 철학수업》은 바로 그 질문으로 되돌아가려는 작은 시도입니다. 전쟁을 막는 것은 거대한 무기가 아니라, 질문하고 말하고 함께 생각하는 힘이라는 믿음. 한 권의 책이야말로 그 힘을 가장 단단하게 전할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왜 지금, 톨스토이인가요?
지금의 아이들이 세상을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총과 탱크가 아닌, 질문으로 시작된 작고 단단한 평화의 학교.
그 첫 수업 종이, 지금 울리기 시작합니다.
전쟁이 끝난 자리는 폐허였습니다. 사람들은 말을 잃었고, 아이들은 웃지 않았습니다. 그런 세상
에서 톨스토이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주고,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좋은 이야기를 쓰고 또 썼습니다. 마침내, 땅에 풀이 자라나고 햇살이 따뜻해지자 어디선가 수업 종이 울렸습니다. 그러자 세상 곳곳에서 가방 가득 질문을 담은 아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전쟁이 지나간 들판 위에 세워진 작은 학교. 그곳에서 작고 아름다운 수업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언제나 정곡을 찌릅니다. 그 질문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한 사람, 톨스토이 할아버지를 소개합니다. 《작고 아름다운 톨스토이의 철학수업》은 19세기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의 사유를 바탕으로, 전쟁 이후의 황폐한 땅을 일구어 갈 어린이들에게 삶의 본질을 가르치는 작은 수업 이야기입니다. 톨스토이의 수업은 환상이나 마법으로 현실을 잊게 하는 판타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황폐한 땅에 희망을 다시 심고 무너진 세계를 다시 세우는, 삶에 꼭 필요한 현실의 이야기입니다. 언어는 진실을 밝히는 도구일 수도, 진실을 감추는 무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톨스토이는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서 ‘욕망’을, 《세 가지 물음》에서 ‘인생의 목적’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왜 우리는 서로 싸우나요?” “무엇이 진짜이고, 왜 믿어야 하죠?” “내가 묻는 이 질문이 누군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나요?” 계속되는 질문에 톨스토이는 시대를 초월한 답을 줍니다.
“가장 위대한 승리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며, 가장 위대한 선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란다.”
아이가 물었다.
“신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나요?”
톨스토이가 대답했다.
“신은 우리 안에 있단다.
사랑이 있는 그곳에. 왜냐하면 그가 곧 사랑이거든.”
에필로그_영혼의 성전에 핀 꽃
영혼의 성전에 핀 꽃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톨스토이와 함께 밖으로 나갔어. 꿀벌이 엉덩이를 흔들며 달콤한 음료를 탐하고, 갓 태어난 사슴의 등에서도 노란 민들레가 둥글게 공을 굴리는 봄이었지.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랑이 존재하는 그곳에는 성큼 걷는 시간도 조심스레 머물다 갔어. 시냇물은 졸졸 흐르며 목마른 들짐승의 목을 축였고, 강물에 발 담그고 연어 잡이에 몰두하던 곰들도 배불리 먹은 뒤에는 키 작은 짐승을 위해 물살 깊은 곳에 징검다리를 놓았어. 그뿐이 아니었어. 나뭇가지 위에서 조는 새들은 날지 않고도 나그네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고, 어제 심어 핀 꽃들은 누구에게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 톨스토이와 아이들은 선하고 선한 그 땅에서 등불 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사랑으로 충만한 단 하나의 길을 걸었어. 언제고 걸어도 좋을, 참으로 좋은 날들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