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작가는 세상에 부려진 선입견에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의 선입견을 부숴야 제대로 된 소설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를 깨는 첫 번째 도전을 통해 만들어진 책이 『기억을 새겨 드립니다』 이다.
민정과 영화를 절친으로 만들어 준 것은 커터칼이었다. 살기 위해 자해를 시작한 민정은 울분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건지, 왜 화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감정들을 자해로 분출했다. 민정과 영화는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흉터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진로를 위해 각자 학업에 열중하며 서로의 안부와 흉터를 잊고 지내던 때에 영화는 화구통을 남기고 죽었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 상처가 되었다가 흉터로 새겨지는 기억, 공포, 트라우마들을 가지고 살아가야 했다. 멈추지 않는 삶을 살아가던 민정은 타투를 알게되고 타투를 통해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게된다.
“민정아. 울어. 아프면 울어도 된대.
우린 울면 지는 건 줄 알았잖아. 울어야 살아. 민정아.”
타투를 통해 들여다보지 못하던 상처를 마주하고 아픈 상처를 좋은 기억으로 덮으며 위로를 얻는다. 잔잔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이 보이지만 살기 위해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민정. 그리고 자신이 위로받았듯 다른 이들에게도 위로를 주고 싶은 민정은 소중한 기억을 입히는 타투이스트, 타투이스트 모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