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평면표지(2D 앞표지)
입체표지(3D 표지)
2D 뒤표지

연하리를 닮다


  • ISBN-13
    979-11-308-2304-1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7-28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정유경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시집 #시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205 mm, 136 Page

책소개

강원도 연하리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시집

 

정유경 시인의 시집 『연하리를 닮다』가 푸른사상 시선 209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강원도 산골마을 연하리에서 살아가는 동안 아이들은 물론 이웃 및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아픔과 기쁨을 노래한다. 감각적인 지각을 넘어서는 밝은 시력으로 그들을 품은 시인의 얼굴은 어느덧 연하리를 닮았다.  

목차

제1부 자라고 자라나고

눈물 흘리는 날이 잦아졌다 / 봄 1 / 봄 2 / 반짝이는 순간 / 덩굴손 아이 / 하이톤 올리브영 / 말 던지기 / 아빠가 고파요 / 하늘집 / 바람의 아이 / 그때까지 / 주민설명회 / 상처의 자기증식 / 토요일 / 난 아니야 / 입춘 / 슬픔이 길을 가르쳐주기도 하던데요 ― 명절 차례 / 이별 후 / 끌어안다 / 20년, 보통 가족 

 

제2부 연하리

풀은 키를 절제한다 / 클로버의 식민 전략 / 연하리를 닮다 / 휘파람새 / 소리 / 봄 3 / 쑥버무리 / 낙화 / 집중호우 / 여름 풍경 / 환삼덩굴 / 이름 냄새 / 옥동천(玉洞川) / 물봉선 피는 아침 / 수녀님의 농사 / 가을 풍경 / 눈부시다 / 만항재

 

제3부 빛이 지나가다

균형 / 빛이 지나가다 / 하느님의 숨바꼭질 / 엄마 손 / 거리 시화전 / 그녀를 만나다 / 도로와 길 / 고백성사 / 괜찮아 / 피카소 피카소 피카소 ─ 피카소의 〈모자 쓴 여인의 두상〉을 모사하면서 / 새끼손가락

 

제4부 목마르다

끝 / 성탄절 / 플라스틱 꿈 / 감포 방생(放生) / 정담(情談) / 얘들아, 용서하지 마라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부쳐 / 하루에 한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다고 / 치매 병동 / 푸른 거울 / 봄 4 / 목마른 동강 축제 / 자본보안법 

 

▪ 작품 해설 : 인생 최고의 선물은 무엇인가 ― 우리는 ‘다른 인생’과 연결되기 위해 읽고 쓴다 _ 이문재

본문인용

끌어안다

 

 

물방울은 자꾸 서로 끌어안는다

보이지 않는 구석 

더러워진 몸으로 

움직이지 못해도

물방울은 어느새 물방울을 찾아내 

끌어안는다 

 

끌어안아서 물이 되고

끌어안아서 냇물이 되고

끌어안아서 강물이 되고

끌어안아서 바다가 된다

 

바다는 물방울끼리 한사코 끌어안아서 생긴 것이다

 

아이는 자꾸 나를 끌어안는다

행복할 때도

불안할 때도

두려울 때도

자랑하고 싶을 때도

아침에 눈을 뜰 때도

저녁에 잠을 잘 때도

 

끌어안아서 따뜻해지고

끌어안아서 용감해지고 

끌어안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끌어안아서 더불어 삶이 된다는 것 

아이는 그냥 

안다

 

 

연하리를 닮다 

 

 

자연을 꿈꾸는 머리와

편리함을 사랑하는 몸을 가진 나를

연하리는 늘 낯설어했다

향기로운 산나물을 식탁 가득 풍성하게 내어주면서

네 몸은 어디 있니, 물었다

몸을 데리고 오렴

내 땅을 네 두 발로 느끼고

내 품에서 네 손으로 먹거리를 가꾸면

내 푸른 피가 도는 소리 네 귀에 들릴 거야

내 향내 네 마음에 이르고

비로소 내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몸은 고속버스로 쉽게 데려와지지 않았다

완강히 버티는 몸을 달래 

한 발 한 발 걸어오는 날들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웠다

금단증세야

편리함에 오염된 금단증세

시간이 필요해

자주, 떠나온 서울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짓는 내게

연하리는 안쓰러운 듯 말을 걸어왔다

머리만으로는 안 될까

몸이 뿌리인걸 

그 뿌리 안에 우리가 만나는 길이 있어

 

몸이 오고 있는지도 잊어갈 즈음

동네 아저씨 지나가다 물끄러미 내 얼굴을 보더니

“거참, 이상하네. 얼굴이 바뀌었어요”

“어떻게요?”

“연하리를 닮아가요”

 

서평

정유경의 시를 시이게 하는 ‘다른 인생’은 무엇인가. 그리고 다른 인생으로 이루어진 시는 독자에게 어떻게 ‘선물’이 될 수 있는가. 우리의 존재와 삶이 그렇듯이 시가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지 않는다면 좋은 시라고 말할 수 없다(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지 않는다면 그 삶은 실패한 삶이라고 말한 이는 이반 일리치다). 

정유경의 이번 시집은 네 개의 ‘다른 인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하리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른바 ‘문제아들’, 그리고 연하리의 또 다른 어엿한 주민인 뭇 생명이 그 둘이고 나머지 둘은 심도 깊은 자기 성찰과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다. (중략)

좋은 시를 판별하는 여러 기준 가운데 하나가 ‘감각 지각’이다. 독자의 감성을 자극해 독자로 하여금 세계감(世界感)을 깨닫도록 하는 시가 좋은 시다. 위 시에서 살펴보았듯이 정유경의 시는 감응을 통한 인식 지평의 확장, 즉 아이스테시스의 모범을 보여준다. 랑시에르의 관점을 빌리자면, 아이스테시스는 곧 정치(민주주의)와 직결된다. (중략)

정유경의 사회적 상상력은 “천 개의 가시가 되어/어른들의 가슴을 찔러다오”라고 역설하며 세월호 참사를 안타까워하고(「얘들아 용서하지 마라」),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영아의 앞날을 예감하거나(「하루에 한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다고」),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응원하고(「푸른 거울」), 급기야 모든 상품을 “섹시”하게 포장하는 것도 모자라 “지구”를 “섹시하게 디자인”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한다(「자본보안법」). 이처럼 정유경의 시는 감각적 지각에서 이성적 인식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자칫 주제 의식이 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시인의 폭넓은 시야가 내게는 남다른 미덕으로 보인다. 그의 시는 시야만 넓은 게 아니고 시력 또한 밝기 때문이다. 외부 사물에 초점을 정확히 맞춘다고 해서 시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내면을 응시하는 능력, 즉 자기를 성찰하는 힘도 시력에 포함된다.  

 ― 이문재(시인·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정유경
1957년 경북 영천에서 나고 강원도 영월 연하리에서 살고 있다. 아동그룹홈에서 40년째 아이들과 함께 산다. 연하리의 바람을 10년간 찍어서 사진전 <바람, 존재의 노래>(서울 인사동 Gallery now, 2018)를 열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
  • (54866)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중동로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