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책 소개
팟캐스트 진행, 각종 인권 행사 사회자, 언제나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 하는, 웃기고 다니는, 웃겨지고 웃겨주기를 인생 최대 목표로 삼는 창작자/활동가 금개가 본격적으로 적정 코미디 기술을 안내한다. 가르치는 자리에서 ‘웃기다’, 웃겨야 할 자리에서 ‘가르치려 든다’는 피드백을 듣는 전직 교사로서 급기야 자기계발서를 표방한 에세이를 통해 교훈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이야기들에 헛웃음이 터지다보면 어느새 우리 안의 광대 욕망을 발견하게 되는 무서운 책이다. 게다가 자신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코미디언과 창작자들을 만나 인터뷰까지 하는 바람에 책이 더욱 풍성해져버렸다. 엄격한 기독교 가정의 퀴어로 자란 저자에게 현실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장난을 친다. 함께 웃는 순간만큼은 새로운 시공간이 열리기에, 그 마법 같은 순간을 더 자주 만들기 위해 그의 삶은 점점 더 코미디에 대한 애정과 궁리로 채워졌다. 그 마법 같은 순간에 당신을 초대한다.
■ 긴 책 소개
우리는 한 번쯤 광대를 꿈꿔야 한다!
고난 속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워보자
★코미디 실전 연습문제 수록★
어려서부터 각종 시트콤과 미디어 속 웃기는 사람들을 보며 애정하고 동경하다 기어이 그들처럼 웃기는 창작자가 돼버린 금개. ‘여자 사랑’을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생방송 여자가 좋다〉는 4년째, 각종 퀴어 인권 행사 진행은 어느덧 8년째, 그 외에도 인권과 코미디가 함께하길 기대받는 온갖 자리에 매우 자주, 금개가 있다. 늘상 마이크 앞에서 ‘입담’으로 사람들을(특히 여자들을) 웃기고 싶어 하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사람, 그런 금개가 적정 코미디 기술을 안내하는 책으로 처음 독자들을 만난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를 표방한다. 가르치는 자리에서 ‘웃기다’, 웃겨야 할 자리에서는 ‘가르치려 든다’는 피드백을 듣는 전직 교사 금개가 급기야 에세이를 통해 교훈을 주겠다고 나섰다. 자기계발서의 비장함과 단호함을 빌려와 말하면서도 사실 웃기는 법은 가르쳐줄 수 없기에 ‘코미디 자기계발서’는 어차피 실패할 시도라고 고백하지만, 이래라저래라 하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우리 안에 간직해온 광대적 욕망을 발견하게 하는 무서운 책이다.
적정 코미디 기술을 안내하려다보니 금개가 매혹된 콘텐츠나 다른 창작자들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의 유머와 훌륭함을 함께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부차적 목표. 스탠드업 코미디언, 연극인, 유튜버 등의 인터뷰이들과 뒤얽히는 대화는 저자만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실질적으로 코미디언들의 기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연대와 우정, 사랑 등 삶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한 가지 재밌는 구성은 책 곳곳에 마련된 실전 워크북이다. 코미디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각종 연습문제를 마련한 총 9개의 ‘익힘책’ 코너는 웃기고 싶다는 욕망을 간직해온, 또는 새롭게 발견한 당신에게 곧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농담을 다시 써보는 연습, 상대를 재치 있게 놀리는 로스팅 연습, 시트콤을 구상해보는 연습, 스탠드업 코미디의 기본 구성인 셋업-펀치라인의 다양한 예시와 연습문제까지 코미디언으로서의 자기계발을 위한 워크북 또한 풍성하게 마련되었다.
“나에게 코미디는 예술 장르라기보다는
인생의 태도이다.”
저자에게 코미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웃김’에 있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의도성이다. “어쩌다가 웃겨버린 게 아니라 웃기려는 작정을 하고 웃기는 것이 코미디라면”(11쪽) 코미디언의 주관성이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어떤 훈련을 거쳐 어떻게 발현되는지,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났고, 만약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대처했는지까지에 관심이 있다.
이 주관성과 의도성 때문에 코미디는 실패하는 경우 철저히 비극이 된다. “슬픔이나 절망에 가까운 감정”(12쪽)을 맞닥뜨리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코미디의 특징, 즉 명확한 의도와 주관을 가지고 누군가를 웃기려 해도 그 결과는 웃는/웃지 않는 상대에게 온전히 달려 있으며 열에 아홉은 실패할지 모르는데도 계속해서 ‘굳이’ 시도하는 행위에 애정과 열정을 품는다.
그러니 저자에게 코미디란 “예술 장르라기보다는 인생의 태도”(12쪽)다. ‘정상’과 ‘규범’에서 거리가 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아무리 암담하더라도 꿋꿋이 희극적으로 바라보길 멈추지 않는 것, 속으로 삭히며 참지 않고 밖으로 내뱉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 그런 자신을 세상이 우스운 광대처럼 취급하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마음을 단련하는 것, 나와 같은 누군가를 웃기는 순수한 기쁨을 위해 자신의 애정을 항상 남겨두는 것.
금개는 우리가 “유머러스한 사람보다는 코미디언이 되었으면”(13쪽) 하고 바란다. 누군가를 비웃으며 낄낄대는 웃음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고 솔직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우자고 말한다.
우리만의 농담을 발명하자
차별과 억압을 견디고 사회와 불화하는 퀴어에게 ‘지금, 여기,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은 익숙하다. 엄격한 기독교 가정의 퀴어로 자란 금개에게 현실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다른 사람과 함께 웃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트콤과 책으로 만난 인물에게, SNS와 광장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장난을 쳤다. 함께 웃는 동안만큼은 새로운 시공간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더 자주 만들기 위해 그는 코미디에 대한 애정과 궁리로 자신의 삶을 채웠다.
그러다 기어이 이래라저래라 하며 코미디 기술을 안내하겠다고 책 한 권을 써내기에 이른 저자는 “모든 이분법적인 경계를 흩뜨리며 웃음 뒤에 있는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것이 좋은 코미디가 하는 일”(319쪽)이라고 말한다. “남자와 여자, 잘함과 못함, 좋음과 나쁨과 같은 기존의 테두리를 알면서도,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이걸 쥐고 다른 어떤 가능성을 창조해보는 것.”(319쪽) 이는 다시 말하자면 소수자/약자들이 마주하는 온갖 부조리를 웃음으로 꿰뚫는 또 다른 방식의 투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코미디는 “관계 맺기에 관한 장르”(319쪽)다. 웃어줄 사람이 없다면 애초에 성립 불가능하다. 소수자의 삶에 찾아드는 고난 속에서도 ‘우리’로서 웃는 어떤 기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기,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우리’가 되어 웃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우리만의 농담을 발명하자고, 이 책은 손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