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턱을 넘으면 어느새 장마가 다가온다.
기상청의 예보보다 빠르거나 늦게, 혹은 슬며시 스며들 듯 시작되는 장마.
비가 오는 날의 시작은 늘 조용하다.
하늘은 축 처지고, 공기는 무겁고, 창밖은 흐리기만 하다.
그 흐림은 점점 깊어져, 이내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로 바뀐다.
장마철의 비는 좀 다르다.
소나기처럼 갑자기 퍼붓지도 않고, 봄비처럼 가볍게 내리지도 않는다.
잔잔하면서도 끈질기게, 조용하면서도 고집스럽게 하루를 적신다.
이틀, 사흘, 일주일. 시간이 지날수록 옷장 속 옷들도 눅눅해지고,
몸도 마음도 축축해지는 기분이 든다.
학교든, 회사든, 어딜 가든 축축 처진 어깨를 흔히 볼 수 있다.
비는 모든 이의 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바지를 적시고, 신발 속으로 스며들고, 때론 우산 사이로 들어와 어깨를 타고 흐른다.
그러면서도 장마는 묘한 정서를 안긴다.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 덮이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또렷이 들여다보게 된다.
창밖을 오래 바라보게 되는 날들.
텀블러에 따뜻한 차를 담아놓고, 비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세차게 쏟아지는 날이면 빗소리에 마음의 먼지도 함께 씻겨 나가는 기분이다.
차분히 내리는 날엔 그 조용함이 마음의 균형을 다시 잡아준다.
장마는 사람을 느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 느림 속에서 오래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게 한다.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장마는 나에게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준다.
촉촉한 공기, 잔잔한 빗소리, 차분한 하늘 아래서
나는 조금 더 나를 들여다보고,
조금 더 부드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장마가 끝나면, 찬란한 햇살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이 눅눅한 계절도 그냥 흘려보내진 않으려 한다.
비 내리는 날의 고요함과 깊이를,
그 속에서 피어난 나의 감정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조현민 - 장마 -
오월에 오롯이
당신의 향을 쫓아
음미하던 바람결에 입 맞추니
아득해지는 기분이
달아오른 온도감이
이제는 봄이 끝났음을 알렸네
어지러웠던 꽃 놀음 그치고
붉혀진 뺨은 그을린 척하며
남몰래 드리운 흑심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에 들킬까
조마조마 익어만 가는
이 여름, 달뜨는 마음
이새은 - 여름 -
너는 반짝이는 윤슬 아래의
밝고도 어두운 너울이야
너는 천해처럼, 심해처럼
겉으로는 밝고, 속으로는 어두워
겉으로는 잘 지내고, 속으로는 힘들어하고
겉으로는 행복하고, 속으로는 희망을 잃고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우는 너.
____아(야).
굳이 밝게만 살지 않아도 돼
아플 때 울고 화내도
너의 윤슬은 여전히 너의 곁에 있어
빛은 언젠가는 비출 거니까
너를 숨기지 마
힘들 땐, 아플 땐 울고
행복이 찾아올 때 웃어 보여 줘
고생 많았어 ___아(야).
루시아(혜린) - ___에게. (‘___’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