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추사와 완당,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아호만큼이나 다양한 활동으로 19세기 조선의 학술과 문화예술을 이끌어간 추사 김정희. 신웅순 교수(중부대학교 명예교수)의 『추사 김정희 서화(書畫)에 빠지다』는 시인이자 평론가이며 서예가이기도 한 저자가 의외로 뒤늦게 가지게 된 추사에 대한 관심을 풀어낸 책이다. 저자가 “추사 김정희(의) 서화에 빠지”게 된 감상의 기록이면서, 그를 통해 “추사 김정희(가) 서화에 빠지”게 된 연유까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정석적인 서법에 비하면 기괴하게까지 보이는 독특한 추사체와 문인화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 〈세한도〉로 불멸의 예술가가 되었고, 진흥왕순수비 연구로 금석학에서도 큰 획을 그은 거인 김정희. 그가 남긴 글씨와 그림들에 담긴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교류와 사유, 그들이 살아간 시대와 정신을 저자는 알기 쉽게 이야기하듯 풀어냈다.
추사가 사사한 청나라의 학자 완원과 옹방강, 차를 매개로 우정을 나눈 초의선사, 나이나 당파를 초월하여 교류했던 권돈인과 김유근과 윤정현, 역관인 이상적이나 화가 허련에서부터 왕족 이하응(훗날의 흥선대원군)에 이르기까지 신분을 떠나 추사를 존경하는 마음에서는 다를 게 없었던 제자들, 가족과 하인에 이르기까지, 추사와 인연을 맺은 인물들의 면면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5부로 나누어 추사의 예술세계를 탐구했다. 1부에서는 〈계산무진〉 〈불광〉 〈옥산서원〉 〈명선〉 등 파격적인 글자의 배치와 강렬한 획이 특징적인 추사의 글씨로 새긴 편액들을 소개했다. 2부에서는 대련을 소개했다. 대련이란 문이나 기둥에 써 붙이는 대구로 된 글씨를 말한다. 〈대팽고회〉 〈직성수구〉 등의 명문을 감상할 수 있다. 3부는 서화로서 불후의 명작인 〈세한도〉와 흑백사진으로만 전해지는 〈모질도〉 등 조선 후기 문인화의 절정을 이루는 추사의 그림과 〈반포유고습유서〉 〈부인예안이씨애서문〉 등의 서예 작품을 소개했다. 4부에서는 유명한 〈불이선란〉과 아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그린 〈시우란〉 등 묵란도를 감상한다. 5부에서는 추사가 금석학자로서도 명성을 떨친 계기가 된 북한산진흥왕순수비 연구 과정을 비롯하여 추사가 남긴 비문과 석각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