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하루하루 같은 일상의 연속처럼 여겨지지만, 때로 예기치 못한 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저자의 삶 역시 그랬다. 50대 중반, 뇌경색이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공연기획과 무대의상의 한 길만 달려온 저자. 그 열정의 세월이 너무도 길고 깊어 영원히 그렇게 살 줄 알았던 저자에게 돌연히 뇌경색이 찾아온 것이다.
이는 저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쓰러지 않았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낯선 얼굴들 낯선 일들과 마주한다. 이 이야기는 하루 죽을 줄 모르고 열흘 살 줄만 알았던 저자의 고백록이자 생의 찬가다. 모두 5부로 구성했다.
1부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전후의 일, 결혼, 어린 시절 등을 추억하는 에세이들이다. 모든 일이 터닝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것, 어릴 때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저절로 느끼게 한다.
2부는 조각보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부분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입던 옷으로 작품을 만들어 그분을 기억하는 애틋한 글들이 중심이다. 저자의 세 자녀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저자를 기억하려 준비하고 있는 사연도 감동적이다.
3부는 가족 외에 지금의 저자를 있게 한 사회의 고마운 분들, 그 공간을 소환한 에세이들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흐뭇한 사연들이 가득하다. 공연기획자, 무대의상디자이너, 전통조각보작가 등으로 열정적으로 활약하는 저자를 키워내기 위해 도왔던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진하게 전해 온다.
4부는 가정주부로서의 성공적인 자녀교육 노하우를 공개한 글들이다. 입학 전의 한글교육을 하지 않는 점, 공부하라는 잔소리 없는 점, 칭찬하기 등 세 자녀를 기를 때의 육아 철학이 그것이다. 이렇게 길러 막내가 서강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어 지금 모교인 고려대로 스카웃되었으니, 귀담아 들을 만한 육아비결이 아닐 수 없다.
5부는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인 웰리빙, 웰다잉에 대한 저자의 체험적인 발언을 담고 있다. 다년간 이를 주제로 한 강의를 한 경험의 결과물이므로, 모두 공감가는 이야기다. 어떻게 살고 죽어야 행복한 삶이고 마무리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특히 예기치 않은 질병이나 가족과의 불화 등으로 아파하는 분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가 만나는 고통은 때로 새로운 시작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어떤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빛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문 밖에는 파란 하늘과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초록이 있다. 그리고 나와 닮은 얼굴이 들어 있는 거울 같은 세상이 있다. 내가 웃으면 같이 웃고 내가 울면 따라 우는. 내가 우니 세상은 먹구름이었고 내가 웃으니 세상이 같이 웃었다. 이 에세이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빛나기를 소망한다.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손잡아 나누고, 웃고, 울고 싶다. 내가 살아 있어 오늘 하루가 더 빛난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