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1평의 공간, 택시 안에서 목격한 우리 사회의 민낯
'택시 운전사'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택시 운전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중에는 승차거부, 난폭운전, 꿉꿉한 냄새, 정치 이야기 등의 불필요한 대화와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이러한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직업으로 택시 운전사를 선택하고 택시 업계에 몸담으며 그는 택시 운전사들이 오해와 편견 속에서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나이 육십을 앞두고 택시 운전대를 다시 잡았다. 이십 대, 첫 번째 택시 기사 생활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3개월 만에 그만두었고, 사십 대 중반 4년간의 귀농 생활을 정리하고 이주한 제주에서의 기사 생활은 섬에서 '육지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직업이었다. 다시 돌아온 서울,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하루 열두 시간, 한 평 남짓 택시 운전석에서 길 위의 손님을 찾아다니는 운수(運數) 노동자가 되었다.
읽고 쓰고 노동하는 삶을 꿈꾸던 저자는 사회적 정년인 60세를 앞두고 택시를 운전하며 인생의 목표를 이루어나가고 있다. 『거꾸로 가는 택시』는 노년에도 일하는 삶을 꿈꾸는 평범한 택시 운전사의 삶을 통해 노동하는 삶의 가치를 전한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목격한 세상을 그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써 내려간 글은 택시 기사이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길빵'에서 '콜빵'으로, 택시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1부 「나이 60을 앞두고 운전대를 다시 잡다」에는 택시 업계의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 사납금제, 운전자 폭행, 시대의 흐름에 따른 택시 손님의 유형 변화 등 그저 타고 내리기만 했던 택시 안에 일어나는, 뉴스에서만 볼 수 있었던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가 담겼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은행 업무, 배달음식 주문, 공연 티켓 예매 등이 모두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가능해졌다. 택시 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막차 시간이 되어가는 버스터미널이나 유흥가 거리에 줄을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전화로 콜택시를 부르던 풍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호출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시대가 되었다. 길에서 택시를 잡아 탑승한 손님이 목적지를 기사에게 직접 말하는 모습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고, 택시 안에는 미리 입력한 목적지를 향해 운전하는 기사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만 바라보는 손님 사이의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저자는 뉴스에서만 듣던 택시 운전자 폭행을 직접 당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야간 운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업무와 생계에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목적지에 내리며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는 손님에게서 위로를 받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택시에서 손님을 맞기로 한다.
동료와의 소통 없이 혼자서 근무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택시 운전. 저자는 그 외로운 시간을 버티면서도 수천, 수만 명의 손님을 목적지에 내려주며 이 직업의 뿌듯함을 느낀다. 그렇게 그는 오늘도 다시 한번 택시 운전대를 잡는다.
택시 뒷자리에 오른 손님이 남긴 말
2부 「택시 운전석에서 목격한 세상」에서는 택시에 탑승하는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직업군을 가진 승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목격한 우리 사회의 면면들을 택시 운전사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택시의 뒷자리에 앉은 손님들은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강남의 고급 요릿집 앞에서 태운 품위 있는 노부인이 가족들과 대화하며 입에서 저속한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다. 팔을 문신으로 덮은 손님이 택시에 오르며 “기사님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는 문신한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 벗겨진다. 겉으로 보고 예측한 말이나 행동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손님들의 모습은 우리가 가진 관념이 잘못된 편견임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암병동에서 손님을 태우고 내려주면서 서울로 집중된 의료 인프라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2024년 12월 3일 밤 빈차등을 끈 택시를 운전해 도착한 국회의사당에서 계엄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며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