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작가 이덕화의 감성 드로잉 에세이
《웅크리는 것들은 다 귀여워》
도시 속에서 살다가 작은 텃밭 하나를 얻게 된
작가 이덕화의 웅크림과 발산의 기록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웅크려. 웅크리는 채로 끝나 버리지 않아.
웅크리는 것들은 에너지를 응축해 다음을 살아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이덕화 작가는 ‘웅크리는 시간을 건너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웅크리는 시간이란 무엇일까? 살다 보면 혹독한 추위가 갑작스레 닥쳐오는 날들이 있다. 죽을 만큼 매서운 추위 앞에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몸을 웅크리곤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달갑지 않은 시린 겨울을 맞닥뜨린 사람들을 위해 시작된 책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또 그림책 작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프리랜서 작가의 숙명인 불규칙한 수입과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고 그로 인해 어느 날 과감한 주식 투자를 감행한다. 그때는 몰랐다. 그 선택이 그녀에게 웅크림의 시간을 가져다줄 것이란 사실을.
차가운 계절을 맞은 그녀는 잔뜩 웅크렸지만, 절대 좌절하지 않았다. “잘하려고 하지 말자, 못하지만 말자.” 그녀는 그 말을 주문처럼 외웠고, 웅크림의 일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우연히 텃밭 하나를 얻게 되며 웅크림의 일상을 따뜻한 위로로 채워 나간다.
이 책 《웅크리는 것들은 다 귀여워》는 이렇듯 우리와 너무도 비슷한 작가의 웅크린 일상의 기록이다. 독자들은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일상을 초밀착 해서 보여 주는 작가의 솔직함에 우선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꾸밈없이 투명한 글과 서정적인 일러스트를 통해 지금 한껏 웅크리고 있는 독자들을 향해 위로의 메시지를 던진다.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웅크린다고. 웅크린 것들은 웅크리는 채로 끝나 버리지 않고, 에너지를 응축해 다음을 살아 낼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고.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늘 한결같은 당신의 오늘은 무척 소중한 거라고 말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웅크림의 시간을 갖는다
웅크리는 것들은 어째서 귀여운 걸까?
이 책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웅크림과 발산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은 것이 특징이다. 텃밭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변화들이나, 일상 속 작은 습관의 변화들, 찰나의 깨달음이나, 불쑥 솟는 용기와 체념 같은 것들이 계절의 흐름과 함께 책 안에 담담히 녹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변화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전이되어 치유의 에너지로 쌓여 간다. 이덕화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답게 그 모든 자연의 에너지를 글로, 또는 세련된 이미지로 자유롭게 독자에게 말 그대로 쏟아부어 준다.
거대한 꿈은 위대해 보이지만 실은 우리가 길을 잃게 만들고 헤매게 한다. 누군가는 거대한 꿈을 좇지 않는 삶이 패기 없다거나, 우울하다거나, 수동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이 책에서 거대한 꿈보다 더 큰 가능성은 계속된 일상의 힘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작은 행복과 작은 고민이 공존하는 오늘 하루를 지켜 내고, 오롯이 살아 낼 수 있는 삶에 대한 충실함이 얼마나 소중한 힘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밭에서 커 가는 식물들처럼 지금은 잔뜩 웅크린 씨앗이지만 언젠가 빛나는 열매를 맺을 당신의 ‘상당히 귀여운 일상’을 향해 조용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부디 현재 어둡고 찬 계절을 보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