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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코끼리


  • ISBN-13
    979-11-308-2239-6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4-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동숙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소설 #소설: 일반 및 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10 mm, 216 Page

책소개

세상의 고요를 진동시키는 역동적인 이야기들

 

김동숙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고요의 코끼리』가 푸른사상 소설선 69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치밀한 문장으로 환대와 적의, 상실감, 고독 등 현대인의 삶의 한 국면에서 마주하는 감정들을 예리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세상의 고요를 진동시키는 역동적인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깊게 울린다.

목차

■ 작가의 말

 

가장 최근에 만난 사람

고요의 코끼리

노란색 삼선 슬리퍼

짠바람이 불고 있다

불편한 쪽으로 앉으세요

눈부처

낙원 다푸르로 가는 밤

 

■ 작품 해설 : 정동의 관계론 혹은 감응의 사회학 _ 임정연

 

본문인용

누군가 창문을 두들겼다. 고개를 들자 그제야 경적 소리가 멈췄다. 정장 위에 패딩을 입은 남자가 다마스 안을 살피더니 다시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보호자에게 유희 씨가 사라졌다고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고양이는 다시 길거리로 돌아간 걸까. 유희 씨는 어딘가에 또 다른 코끼리를 그리러 간 걸까. 내리는 눈 사이로 하늘을 나는 연에 눈을 떼지 못하던 고양이와 유희 씨가 떠올랐다. 고양이도 유희 씨도 없는 다마스 안의 한기가 뼛속을 파고들었다. 자신이 얼마나 외로웠는지, 고양이와 유희 씨가 짧은 시간이나마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몸을 떨었다.  (「고요의 코끼리」, 57~58쪽)

 

그날 이후 여자의 기억력은 어떤 부분에서는 아스라이 흐릿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또렷했다. 분홍색 방울에 씨처럼 박힌 하얀 점들, 똑같은 방울을 다시 사주려고 시내에 나가다가 만났던 한동네 사람들, 엄마가 자신의 머리를 때려서 머리방울이 부서졌다고 떠벌리던 소라의 작은 입, 그 입을 막았던 여자의 부끄러운 손바닥. 하나를 자책하고 나면 더 이상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여자를 끝까지 벌하려는 것인지 마주치는 사람과 사물과 장소는 소라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소한 말과 행동까지 떠오르게 했다. 소라를 다시 만난다면,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용서를 구할 수조차 없었다. 차라리 치매라도 걸렸으면 좋겠다고, 남편에게 베어지고 갈라진 속마음을 털어놓고는 했다. 

(「노란색 삼선 슬리퍼」, 77쪽)

 

한때 인터넷에 늪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사를 작성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도덕성에 심각한 결함이 밝혀져 기사까지 가짜 취급을 받았다. 그중 몇몇은 죽음으로 결백을 호소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결국 인터넷에서 늪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기사까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무연고자들이 생체 실험을 위해 늪으로 실려 간다는 소이 노숙자들 사이에서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소문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노숙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뜬소문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였다. 간혹 어떤 이들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러나 아까시나무 숲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비명횡사를 면치 못한다는 금기가 알음알음 전해져 근접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낙원 다푸르로 가는 밤」, 161쪽)

서평

김동숙의 소설은 존재의 모서리와 가장자리에 웅크린 마음들을 주목한다. 모호하고 수상한, 그래서 자칫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받기 쉬운 감정의 옹이들을 찾아내 그 응달진 세계를 자신의 문학 공간으로 점유한다. 그렇게 김동숙의 이야기들은 일렁이다 흘러가고, 스며들어 물들이는 마음의 행로를 따라 고요하게 만개한다.

두 번째 소설집 『고요의 코끼리』에 실린 일곱 개의 이야기에도 환대, 적의, 모욕, 수치심, 슬픔, 상실감, 불안, 공포, 고독과 같은 친숙한 감정들이 관계의 변화와 이행을 따라 매 순간 낯선 표정을 지으며 위태롭게 출렁거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삶의 매 국면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예리하고 심원하게 묘파해내는 김동숙의 단단함과 정갈함은 여전하다.

김동숙 소설의 변칙적이고 다면적인 감정 작용을 ‘정동(Affect)’의 관점에서 포착해보고 싶어진 것은 순전히 이런 이유에서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감정이 단일하고 통합된 정서를 일컫는 반면, 감정의 역동성, 수행성, 관계성에 정초한 스피노자-들뢰즈적 개념으로서의 정동은 하나의 감정 안에 존재하는 상이한 정서들의 집합이자 외부의 자극을 감지해 촉발되는 정서적 반응 상태를 의미한다. 나아가 이것은 한 개체의 심리적 범주를 넘어 주체와 대상 혹은 이를 둘러싼 모든 요소들, 즉 이질적인 것과의 마주침에 호응해 변화되는 ‘감응’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숙은 존재의 마주침이 야기하는 감정 작용과 이들의 불협화음을 정동의 형식으로 조직해내는 데 능숙하다. 작가의 이런 특기가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는 『고요의 코끼리』에서 감정은 하나의 실체로 고정된 명사로 수렴되지 않는다. 감정은 생성·변형·유동하는 동사로, 타자와 관계 맺게 하고 다른 차원의 사유로 옮겨가게 하는 정동적 전회를 통해 역동적이고도 실제적인 힘으로 수행된다.    ― 임정연(문학평론가, 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김동숙
201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매미 울음소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집발간지원에 선정되어 소설집 『짙은 회색의 새 이름을 천천히』를 펴냈다. 2020년 영축문학상을 수상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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