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김 박사는 관제실의 푸른 모니터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몰래 반출한 그 칩을 황 박사는 도대체 어디에 숨겼을까? 또, 박사의 애인 김나연은 과연 누가 죽였을까? 설마 그 살인자가 재준의 칩까지 이미 가져간 걸까?’
평행 세계의 여러 목표물의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던 김 박사가 그중 어떤 인면충의 파란색 자폭 버튼을 고심 끝에 눌렀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쯧쯧쯧. 아이고 저 박사 양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저렇게 경찰 눈 피해서 오래 도망 다니기 쉽지 않을 텐데... 똑똑한 사람이 저렇게 돈만 밝히면 제명도 못 누리고 하루아침에 어디 노상에서 변사체로 발견될 수도 있다니까. 에이, 저렇게 죄짓고 마음 졸이며 계속 도망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오늘은 그냥 시원한 맥주나 한 잔 하면서 답답한 마음 달래 보자고. 혼자서 끙끙 앓는다고 없던 일자리가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 p29 -
나는 손에 핸드폰을 쥔 채 놀라서 금붕어처럼 입만 벌리고 있는 이성식을 향해 906호 객실 바닥에 놓인 것과 같은 302호 은색 소화기를 다시 높이 쳐들었다.
핏줄이 서린 눈동자에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놀란 이성식도 생각보다 빠른 동작으로 객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룸서비스 나이프를 얼른 집어 들었다...?
- p236 -
“그런데 형. 원래는 이 인간이 죽는 거잖아. 우리가 지금 시각에 거슬러 와서 이 벌레 같은 인간을 살려내면 박사는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행 세계로 분산될 텐데? 그러면 앞으로 우리가 헷갈리지 않게 뭐라고 부르지?”
영수가 손가락으로 턱을 긁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발로 여전히 의식 없는 배신자 황재준의 몸을 톡톡 건드리며 영수가 주먹을 쥐었다. 무슨 일인지 갑자기 전봇대 불빛까지 더 훤하게 밝아졌다.
“영호야, 우리는 어딜 가든 항상 함께 가는 거다. 알겠지? 이제 암흑세계 탈출 프로젝트, 시작하자!”
뒤이어, 소주병 봉지를 든 어떤 남자가 가로등 주변으로 걸어갔다.
- p4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