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네 소원은 뭐야? 우리가 이뤄 줄게!”
천년 전 도깨비들이 장난기를 뒤흔들면
소금 맷돌, 화수분 상자, 깜짝 피리, 도깨비감투, 금토끼가
쏟아진다!
어둠 속에 잠긴 마을이 있다. 작은 언덕들과 시내, 잘 닦인 흙길과 사과만 한 초가집들이 흐릿한 윤곽으로만 보인다. 거기서 홀로 움직이던 작은 도깨비가 확성기에 대고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온 마을이 깨어나 작업을 시작한다. 하루 종일 천을 자르고 다듬고 바느질해 도깨비감투를 만든다. 누군가 그 소리를 듣고 도깨비들을 찾아내려 할 때, 그게 어른이라면 도깨비들은 감쪽같이 없는 척한다. 어른이 아니라면? 아직 세상을 향한 기대와 꿈을 가진 자라면? 기다렸다는 듯 그를 향해 외치는 것이다. “어서 와, 이건 삶을 지루하게 여기는 사람만 찾을 수 있는 장난기야!”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전하던 시절, 도깨비는 착한 사람들에게 금과 쌀을 나누어주었고 그러면 대부분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살았다. 현대 청소년들이 도깨비를 만난다면 과연 무얼 바랄까? 장난기는 바로 21세기 청소년들을 찾아온 도깨비방망이다. 예로부터 도깨비에게 얻은 물건은, 선하게 쓰면 좋은 선물이 되지만 악용하는 자에게는 벌이 되었다. 그렇다면 소금 맷돌, 화수분 상자, 깜짝 피리, 도깨비감투, 금토끼와 같이 오래전 이야기 속에 나오던 이상한 물건들은 과연 현대 청소년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야기 속 청소년들은 어떤 소원이든 말할 수 있고, 도깨비가 준 물건을 마음대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한 뼘 자라나서 도깨비의 선물을 추억하고 다른 누군가는 또다시 장난기를 찾아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가? 이제 책장을 열어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세계로 떠나보자.
도깨비는 원래 SF캐릭터!
근면 성실한 작은 도깨비들의 일터, 신비한 이야기 공장 장난기
오래전 카프카 등 독일 작가들의 《환상동화》가, 이제 《장난기》가 있다!
2022년 〈루나〉로 제5회 한국과학소설상 중단편 부분 대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서윤빈 작가는 그동안 자신만의 세계를 공고히 다져왔다. 기발한 상상은 문장이라는 재료를 통해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빚어졌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구축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한국적인 소재 즉, 쓰는 순간 타인에게 보이지 않게 되는 도깨비감투나 꺼내도 꺼내도 새로운 물건이 솟아 나는 화수분, 마술적 힘을 가진 맷돌, 상상을 초월하는 소리를 내는 피리, 귀한 자손의 상징인 두꺼비 등을 차용하여 익숙하면서도 가장 낯선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러고는 ‘도깨비야말로 원래 SF의 간판 캐릭터가 아닌가, 게다가 우리의 가장 익숙한 이야기 친구고!’라고 외치는 듯 근사한 작품으로 완성했다. 삶이 지루한 사람만 찾을 수 있는 ‘장난기’의 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탄생한 것이다. 오래전,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발터 벤야민 등 독일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쓴 《환상동화 모음집》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는 서윤빈의 《장난기》가 있다. 그의 조밀하며 담백한 문체와 아름다운 세계가 담긴 이상한 이야기, 그러나 어렵거나 지루하지는 않아서 재미가 필요할 때 읽기 좋은 SF , 서윤빈 작가의 첫 번째 틴에이지 소설이 청소년 독자들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