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이는 늘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주위를 둘러보는 호기심 덩어리예요. 덜렁이 친구를 살뜰히 챙겨 주고 속까지 헤아려 주는 눈치 빠른 아이랍니다. 때로 누군가 자신의 매력 포인트인 폭 팬 볼우물을 알아봐 주길 기대하며 혼자 미소 짓기도 하지요. 그런 서연이에게 고민이 있으니, 바로 반 친구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죠.
서연이는 얼마나 존재감이 없는지 반 친구들은 물론 담임 선생님조차 서연이의 이름을 헷갈립니다. ‘서연이’한테 자꾸 ‘서현이’라 부르는 것이지요. 아무리 비슷한 이름이라지만 서연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3학년이 된 첫날, 서연이는 새 환경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불안했어요. 그나마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채훈이가 같은 반이 되어서 안심이 되었지요. 그럼에도 크게 한 번, 아니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한 뒤에야 머뭇머뭇 새 교실로 들어서는 서연이, 낯선 공간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선 서연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동화책 『내가 먼저 말 걸기』에는 서연이의 마음속 이야기가 솔직하게 쓰여 있어요. 새 학기 첫날 다른 친구들은 금세 친해져 함께 노는데, 왜 자신에게 놀자고 하는 사람이 없는지 불안해하지요. 서연이는 낯선 친구에게 인사하는 것도,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도 어색하고 부끄럽기만 했어요. 늘 다른 친구가 먼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전학생이 옵니다. 전학생의 이름은 바로 ‘반서현!’. 사람들이 서연이 이름과 헷갈려 하던 ‘서현’이라는 이름! 그 이름의 주인공이 실제로 나타난 거예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전학 온 반서현은 공부도 잘 하는 데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금세 반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지요.
그날부터 교실 안에서는 반서현의 이름이 자주 불립니다. ‘야, 반서현. 운동장 나가서 놀자!’, ‘서현아, 우리 보드게임 할래?’ 서연이는 마치 자신을 부르는 듯 아이들이 반서현을 부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어요. 교실 안을 자신의 존재로 꽉 채우는 반서현에 비해 자신은 존재감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자 무척 슬프고 화가 나기까지 했지요.
“왜 나는 존재감이 없을까?”
서연이는 채훈이, 반서현과의 좌충우돌 사건을 통해, ‘내가 먼저 말 걸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됩니다. 활발한 반서현마저도 사람들에게 먼저 웃고 손 내밀기 위해 엄청 용기를 낸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남에게 먼저 말 걸기 위해서는 타고난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용기 내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서연이가 깨달은 게 또 하나 있어요. ‘나한테 가장 존재감이 큰 친구는 누구일까?’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거예요. 누구나 적어도 한 명에게는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 소중한 존재라는 말이지요. 그것만 잊지 않고 늘 자기 자신에게 웃으며 인사해 준다면, 다른 친구들에게 먼저 미소와 인사를 보내며 친해지는 일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요.
드디어 서연이는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마주하고, 상처받을까 봐 꽁꽁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가슴을 쭉 폅니다. 마음속에서는 누구보다 큰 소리로 외쳤던 서연이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작은 소리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먼저 웃어 줍니다. 먼저 인사합니다. 먼저 말을 걸고, 미주알고주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