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p. ‘엘앤에프와 나’ 중에서
엘앤에프는 나에게 자식과도 같은 존재다. 대부분의 경영 결정은 내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졌지만 성공은 나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다. 함께 피땀 흘린 임직원들과 고객사, 협력사, 연구기관, 관련 대학, 지방
정부 등 많은 분들의 도움과 천운이 없었다면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어려움과 좌절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8p. ‘이 책의 구성’ 중에서
엘앤에프는 대구에서 LCD 부품인 백라이트유닛(BLU)을 생산하던 중소기업이었다. LCD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자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해 나갔다. 하지만 나는 BLU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BLU가 가장 잘 나가던 시기부터 새로운 미래 먹거리, 즉 신수종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주목한 것은 2차전지의 핵심재료인 양극재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계 회사 1개사만이 생산하고 있었다. 나는 2차전지 양극재 개발에 도전하여 천신만고 끝에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NCM양극재를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 ·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양극재를 세계 톱 전지회사에 공급하면서 글로벌 소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32p. ‘위기가 닥치면 이미 늦다’ 중에서
위기가 보이지 않을 때 위기를 미리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잘나갈 때 위기감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안락함을 좋아하고 불안함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마’라는 악마의 유혹에 빠져 안주하기 쉽다.
이처럼 위험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 순간조차 외면하고 못 본 척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데, 모든 게 좋은 시기에 스스로의 마음을 불안 속에 빠뜨리는 걸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우리 회사도 LCD 시장의 급성장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고객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증설을 하던 때였다. 그래서 휴일도 제대로 못지키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이었는데, 경험도 기술도 사람도 없는 생소한 화학제품을 개발하겠다고 하는 사장을 어떤 직원이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무엇보다도 임원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때, 책상 서랍을 열었다가 우연히 주판을 보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써온 손때 묻은 주판이었다. 그러자 상업고등학교 때 주산에 전념했다가 변화의 흐름에 뒤처져서낙담하고 방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227p. ‘지진이 법을 지킵니까?’ 중에서
내가 어느 건물을 지을 때였다. 나는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사에게 요청했다.
“지진이 와도 견딜 수 있게 설계해 주세요.”
그러자 건축사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우리나라 법 기준이 높아져서 법대로 설계하면 됩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물었다.
“지진이 법을 지킵니까?”
건축사가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법정 기준보다 10~20% 더 튼튼하게 설계를 변경해 주었다.
그 건축사가 훗날 나에게 말했다.
“그 집은 제가 20여 년 동안 설계한 건물 중에서 최고로 튼튼하게 지어진 집입니다.”
이런 것이 주인의식이 아닐까?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아도 일의 주인이 되면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사는 것이고, 남의 일로 생각하고 일하면 타인의 삶을 사는 것과 같다. 평생 남의 일만 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매순간 내 일을 하며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당신의 자유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것이다.
230p. ‘스스로를 의심하다’ 중에서
이 책에서 여러 번 밝혔듯이 나는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임직원들과 고객, 국내외 협력사들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것은 내가 자라면서 보고 배워 몸에 밴 것이었다. 나의 조부모님, 부모님 모두 조용하고 순박한 시골 분들이었다. 거짓말을 하거나 허세를 부린 적이 없으셨다. 가풍(家風)이 그러했기에 나 역시 남을 의심할 줄 모르는 성정으로 자라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세상을 살면서 남을 의심하지 않았다. 특히 일을 할 땐 일단 믿고 시작했다. 상대방도 나와 같을 것으로 생각하고 너무 쉽게 믿어 낭패를 당하거나, 뼈아픈 배신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믿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 해도 할 말은 없다.
나는 타인을 의심하는 대신 나 자신을 의심했다. 내 아이템을 의심하고 회사를 의심했지만 가장 많이 의심한 것은 나 자신의 판단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항상 의심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내가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 내가 수행하는 일의 방식, 삶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항상 최선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의심 없이 스스로를 신뢰하는 것은 정신적인 게으름이 아닐까?
238p. ‘실패했을 때 기둥뿌리가 뽑힐 수도 있는 일은 못 하지만, 서까래 부러지는 위험은 감수한다’ 중에서
서까래 몇 개가 부러져도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들보나 기둥이 부러지면 집은 끝장이다. 경영자는 과감한 도전을 즐기되 최악의 사태에 서까래가 부러질지, 기둥이나 대들보가 부러질지는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사업으로의 진출이나 개발을 결정할 때, 서까래 몇 개가 부러지는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물론 기대 리턴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늘 그렇게 해 왔고 임직원들과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해 왔다. 그게 겁나서 도전하지 않으면 집 전체가 썩을 수도 있고, 밀려오는 홍수나 해일에 휩쓸릴 수도 있다. 외부의 변화를 감지하고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경영자의 책무이자 특권이다.
모두의 반대와 조소를 견디며 신념을 관철시키고, 그 결과 내 회사를 영속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세상 그 무엇보다 짜릿한 일이다. 그래서 특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 느낌을 절대로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