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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마다 기질이나 성향, 스타일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호르몬은 우리 모두가 동일하게 공유하는 생물학적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호르몬이 몸속에서 상당히 유사한 패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외적으로 발현되는 모습만 보더라도 어떠한 호르몬이 작용하고 있는지 예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는데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바라지 않았고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호르몬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곧 호르몬의 충동적 반응성을 극대화하여 오히려 뇌와 신체 장기에 과부하를 유발할 수 있기에 평소에 적절한 스트레스 전략을 미리 세워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부득이한 스트레스 상황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고 뇌가 가진 회복 능력으로 최적의 체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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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책을 가지 않아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 밖 해가 잘 드는 곳에서 눈부신 햇빛을 느끼며 3분 정도 가만히 있어보세요. 조금씩 걸으면서 심호흡을 같이 하거나 기지개를 편다면 상쾌함이 덤으로 느껴집니다. 이때 몸에서는 비타민D 합성이 시작됩니다. 비타민D는 뼈의 형성과 유지에 필수이고 실제로 혈중 칼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킵니다. 특히, 아침햇살이 사람의 눈(망막)을 통해 빛에너지가 뇌로 전달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더욱 활발해집니다. 야외 활동을 기준으로 몸을 20~30분 정도 충분히 노출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3분 광합성’부터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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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료는 한두 번 받아 보고 끝낼 수 있는 감기 치료가 아닙니다. 흔히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하죠. 저는 우울증이 ‘뇌 몸살’이라고 생각합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수일 내에 증상이 나타나고 일주일이면 호전될 수 있지만, 우울증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을 담고 있는 그릇인 뇌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대표적인 증거(증상)가 우울감과 무기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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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파도 속에서도 나를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자존감의 근원은 일상에서의 만족감과 행복에서 기인합니다. 아무리 로또처럼 기적같이 큰 행복을 누리기 원하는 이들에게도 순간순간 숨 쉬고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만큼은 미세먼지보다 깨끗한 공기로 채워져 있기 원합니다. 평소에 가고 싶던 맛집에서 직장동료와 즐거운 점심 한 때를 보내고, 하는 일들마다 녹록지 않고 아쉬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오늘 하루 무사히 끝내고 나서 상사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 우리는 그 하루의 소확행은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삶을 지지해 주는 내 마음의 닻이 안전한 곳에 잘 내려져 있음을 확신시켜줍니다.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이 또 한 뼘 자라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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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 또한 스트레스가 이와 같이 비의 속성이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각자의 환경에서 내리고 있는 비가 많든 적든 우리 마음을 지키기 위한 스트레스 대처, 즉 마음 우산을 활짝 펼치려고 준비합니다. (중략) 소나기는 매일같이 내리는 비는 아니지만, 일정 시간 선명하게 내리는 비이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꽤 많은 양의 빗물이 온몸에 순식간에 침투할 수 있기에 급하게 우산을 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나 소나기에 우산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우산을 쓰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잠시 방심하는 틈에 온몸이 스트레스라는 비에 젖어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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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비처럼 내리는데 몸은 계속 젖어가고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비를 맞지 않고 뽀송뽀송한 느낌, 스트레스 가득한 세상에서 나의 우산이 되어줄 꿈과 소망,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칭찬과 지지, 눈치 안 보고 푹 쉴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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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는 치료적 회복이 필요한 영역이 있고 이는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계속해서 성장이 필요하고 상처와 결핍이 있는 경우 회복과 치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