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는 어떻게 책을 읽을까?
힙한 독서를 더 똑똑하게, ‘뇌과학적으로 올바른’ 독서법
도파민 과잉 시대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집중력 되찾기’ 트렌드로 최근 독서가 주목받고 있다. AI의 등장으로 이제 ‘책의 시대는 끝’인 것 같았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들에겐 독서가 색다르고 멋진 것으로 받아들여져 ‘텍스트힙’이란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가 주목받는 것과는 별개로 책을 읽는 것이 대다수에게 쉬운 일이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독서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책을 읽는 건 어렵다. ‘무수한 책들 중에 어떤 것을 읽으면 좋은지’, ‘내가 좋아하는 분야만 읽어도 되는 건지’, ‘추천도서라고 알려진 고전 작품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지’, ‘오디오북으로 들은 것도 독서가 되는지’, ‘책의 절반도 이해 못한 것 같은데 읽었다고 할 수 있는지’, ‘시나 소설은 당장 쓸모가 없는데 꼭 읽어야 하는지’, ‘읽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책은 왜 읽어야 하는지’ 등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궁금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독서 초보자들에게 이런 궁금증이 있다면, 책을 좋아하고 좀 읽는 사람들에겐 또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독서는 아침에 하는 것이 좋은지 잠들기 전에 하는 것이 좋은지’, ‘시간을 통으로 비워두고 독서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은지 아니면 틈틈이 하는 게 좋은지’,' 종이책과 전자책 그리고 오디오북 중 어떤 것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지', ‘속독으로 여러 권을 읽는 것도 효과가 있는지’, ‘교양을 쌓으려면 어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지’ 등.
〈뇌과학자는 이렇게 책을 읽습니다〉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이 모두 들어 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뇌과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의 원 제목은 “간단하고 뇌과학적으로 올바른 독서법(シンプルで脳科学的に正しい読書法)”으로 독서가 왜 뇌에 좋은지, 어떻게 읽으면 뇌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담은 책이다. 또 이런 독서가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 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저자가 지금껏 해온 독서 경험에 비추어 설명한다. 네 가지 주제로 다룬 저자의 독서 경험은 이론적인 독서의 장점을 어떻게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를 구체적이고도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지성,
그리고 AI 시대에 꼭 필요한 ‘동적교양’에 대한 안내서
이 책에서는 AI 시대의 슬기로운 독서법에 대해서도 안내하는데,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동적교양’ 개념은 바로 적용해봐도 좋을 것이다. 동적교양은 독서활동이 책을 읽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IT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다시 편집하여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으로 옮기거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작정 지식만 쌓아서는 AI에 대적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며, 독서를 통해 쌓은 교양과 AI의 기술적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은 지금 꼭 필요한 생존의 도구라고도 할 수 있다.
동적교양을 익히면 새로운 가치관에 눈뜰 기회가 많아져 보다 자유롭고 새로운 곳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누구나 SNS 채널을 통해 영향력을 가질 기회가 있으며, 고정관념이나 통념을 벗어난 새로움으로 주목을 받고 돈을 벌 수도 있다. 동적교양의 관점에서 보면 AI시대를 이끌어갈 이들은 전통적으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부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든 자신만의 관점과 기준을 갖고 있다면 밀려오는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AI의 기술적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 기능을 뛰어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과 그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해진 시대지만,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뇌과학자인 저자는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지성’이 있다고 믿는다. 내 몸에 체화된 정보가 뇌에 업데이트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행위, 저자는 이것을 ‘교양’이라 하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라고 말한다. 이 교양을 그 어떤 체험보다 ‘독서를 통해서’ 가장 가성비 높게 얻을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AI로 대체될 수 없는 책의 가치
저자 모기 겐이치로는 X(구 트위터) 팔로워 140만에 이르는 파워 스피커로, 기업과 학계, 방송계, 문화계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며 스스로 ‘동적교양’을 실천하고 있다. SNS를 통해 정보, 메시지 발신을 활발히 하고 있어 때로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한다. AI를 연구하고 그 도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책은 AI로 대체될 수 없는 가치이자 존재다. 저자는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책은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만나서 성장하고 삶을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 한 번으로 그치는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삶의 어느 순간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고민이 있을 때는 조언을 주기도 하며 아무것도 아닌 한마디로 위로를 주기도 하는 존재다.”
이 말은 지금까지 우리가 책과 독서를 도구적 관점으로만 보았구나, 하고 돌이켜보게 한다. 독서라는 행위가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뇌를 성장시킨다는 점, 그것이 디지털 세계의 다른 어떤 것들보다 가장 뇌에 긍정적 자극을 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책은 단지 지식과 정보의 전달 매체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여전히 “AI 시대에 책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가?